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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부작용 뻔한 프랜차이즈 원가공개

입력 2018-02-21 15:35
신문게재 2018-02-22 23면

이승창 교수
이승창 한국항공대 교수

2000년대 들어 통신비, 아파트 분양가, 정유가 등의 몇몇 산업 분야에서 정부의 원가(原價) 공개 요구가 몇 차례 시도됐다. 대표적인 예가 2003년 참여정부에서 추진했던 아파트 건설원가 공개였다. 


당시 분양가 상한이 철폐되면서 아파트 분양가가 치솟음에 따라 이를 제어하고자 원가공개를 시도했다. 하지만 아파트 공사비가 통제되자 건설업자들은 아파트 공사를 줄여나가거나 아파트 품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질 낮은 자재를 사용하려 했다. 이는 원가통제(공개) 정책이 얻고자 한 것과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 단초를 제공한 셈이다. 결국 아파트 가격제도는 2005년 원가연동제로 바뀌었다.



최근에는 통신비의 원가공개 논의가 지속되고 있으나 시작부터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다. 왜냐하면 통신은 아파트와 또 다르게 덩어리(하드웨어) 제품이 아니라 네트워크(소프트웨어) 상품의 성격이 강해서 원가산정이 더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가맹사업’을 대상으로 원가공개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게 공급하는 필수물품 공급가격과 유통마진율 등을 가맹희망자에게 공개하겠다고 나섰다. ‘가맹사업에 참여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반드시 알아야 할 필수적 정보’라는 것이다. 공정위가 이처럼 필수물품 공급가 공개에 나서는 까닭은 아마도 가맹본부가 유통과정에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의혹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필수물품의 공급가격은 사업주에게는 판매원가이기 때문에 이를 일률적으로 공개할 경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말 그대로 필수물품은 경쟁브랜드별 유니크한 특징을 담고 있을 터인데 이를 공개하라는 말과 같아지기 때문이다. 이는 경쟁적 시장경제에서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단지 지나친 마케팅수단이나 필수적이지 않은 필수품목이 있다면 나름대로의 가이드라인을 제안할 수 있겠지만, 가맹사업자의 본질적 노하우가 노출되거나 연구개발노력이 반영될 수 없는 정책은 반경쟁적인 시장을 낳을 것을 지극히 우려한다.

둘째로, 이 정책은 소비자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가맹본부나 가맹점주들이 원가공개에 따른 부담으로 인해 비슷비슷한 상품을 가지고 마케팅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는 스스로 벗어날 수 없는 시장 속에 갇히는 꼴이 될 수 있다. 서비스경제화에 치명적 오류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이는 최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시장의 반응에서도 유사하게 우려되는 바 있다.

마지막으로 공급가를 공개하면 가격의 경직성이 심화되고 이에 따른 산업 구조가 왜곡된다. 외식 프랜차이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식자재들은 원가 변동률이 상당히 높다. 푸드 프랜차이즈업체가 원가 구성요소의 가격변동분을 적절히 반영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 또는 설사 그것이 가능하다손 치더라도 가맹점주를 통해 소비자로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적절히 반영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되묻고 싶다.

 

이승창 한국항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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