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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벌써 남북경협? ‘우물가에서 숭늉찾는 격’이다

입력 2018-03-13 14:53
신문게재 2018-03-14 23면

4월 말 남북정상회담, 또 5월의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청와대와 정부 일각에서 벌써 남북경제협력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 남북정상회담의 의제도 군사적 대립 해소와 경협에 집중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통일부는 12일 개성공단 문제와 관련해 “기업들이 현장에 가서 직접 공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까지 내놓았다.

한 마디로 성급하기 짝이 없고 ‘우물 가에서 숭늉찾는 격’이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긴장완화와 비핵화 의지 표명으로 남북관계가 어느 때보다 해빙 분위기를 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 미국과의 정상회담 제의에 트럼프 미 대통령이 즉각 수용함으로써 북핵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전기도 마련되고 있다.

그럼에도 남북·북미정상회담의 성과를 지금으로서는 전혀 예단하기 어렵다. 북의 비핵화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에 있다는 미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우리의 목표도 당연히 그러하고 최고 수준의 대북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는 국제사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북은 체제보장의 조건부로 핵과 미사일을 ‘유예’하겠다고 했다. 북미간 순조로운 타협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북이 내세운 조건부 비핵화의 신뢰도 담보되지 않고 있다.

남북·북미정상회담의 최우선 과제가 북의 비핵화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지난(至難)한 일이다. 북의 완전한 핵 폐기가 뒤따르지 않는 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은 허상이다.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합의가 이뤄진다 해도 어떤 프로세스를 따를 지 모든 것이 안갯 속이고, 북이 언제 합의를 뒤집을 지도 알 수 없다. 남북경협은 북의 완전한 비핵화가 확인된 이후에야 가능한 일이다. 그 때까지 제재의 고삐를 조금도 늦춰서는 안된다. 지금 성급히 경협을 말하는 것은 국제공조의 대북제재에 균열만 가져옴으로써 오히려 비핵화의 기회를 놓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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