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저임금 인상분을 재정으로 보전하는 일자리안정자금 신청이 부진하자 공공기관을 동원, 무리한 실적채우기에 나선 바람에 직원들이 집단 반발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일자리안정자금 접수기관인 근로복지공단·건강보험공단·국민연금공단 등의 노동조합은 최근 연대성명을 통해 “정부의 조급함으로 일자리안정자금 사업이 보여주기식 실적 위주로 흘러가고 있다”며 “매일 건수를 할당하고 실적을 압박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도 자체를 둘러싼 논란이 적지 않았던 상태에서 목표 달성에 급급한 정부 압박에 따른 부작용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15일까지 11만건을 채우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말했고, 국민연금 관계자는 “직원 한 명당 하루 세 건씩 받아오라며 압박한다”고 주장했다. 주무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은 직원 각자 ‘n분의 1’씩 맡을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이 공단 직원이 8000명이고 신청대상자가 240만명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직원 1인당 300명씩 신청을 받아오라는 얘기다. 이같은 독촉과 압박에 접수기관들끼리 같은 사업장에서 서로 경쟁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와 독촉으로 일자리안정자금 신청실적은 지난 9일 기준 112만2710명으로 목표의 47.5%까지 높아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대상자들의 절반 이상이 신청하지 않고 있다. 고용보험 가입 등 까다로운 요건과 추가비용 부담으로 영세업주와 대상자들이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제도가 왜 외면받고 있는지 원인부터 정확하게 진단하고 올바른 보완책을 내놓아야 한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정책을 밀어붙여도 수요자들이 외면하고 있는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최저임금 올리기에만 급급했지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에 얼마나 큰 고통이 닥칠 지 현실을 전혀 모른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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