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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미투' 향한 정치인의 두 얼굴

입력 2018-03-18 11:17
신문게재 2018-03-18 23면

한장희 증명사진
한장희 정책팀 기자
‘미투’(#Metoo) 운동이 전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정치권도 예외가 아니다. 부끄러운 우리 사회의 민낯이지만 분명 잘못된 일이다. 음지에서 사회적 약자에게 행해지던, 언젠가 터질 고름 같은 일이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사회적 자정작용이 더 크게 일어나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치권은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 ‘응원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꼭 그런 것 같지 만은 않다. 겉으로는 지지를 보낸다 면서도 속내는 불편해 하는 게 사실이다. 어느 새 정치권 인사들은 여야 할 것 없이 하나둘 식사나 술자리 약속을 피하고 있다. 남자들끼리 약속만 깨지 않는 등 이른바 ‘펜스 룰(Pence Rule)’이 적용되고 있다. 식사나 술자리에 여 기자가 참여하면 불편하니 배제하고 만나자는 인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펜스 룰은 여기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미투 사례가 여성보좌진 사이에서도 하나 둘 나오자 의원들 사이에서는 향후 여성 보좌진 채용을 기피해야 겠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기자이기 이전에 남자인 필자도 전보다 불편함을 느끼는 게 사실이다. 미투 운동이 본격화 되고 사회 전 분야로 확대되면서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 지금까지 여성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상처를 줄 만한 행동이나 발언을 한 적은 없는 지. 발언에 있어서도 신중함을 더하게 된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과거보다 취재 환경이 불편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불편함은 분명 우리가 감내해야 할 일이다. 사회를 건강하게 발전시키고 양성평등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펜스 룰을 앞세우는 정치권에 호소한다. 당신의 딸이 혹은 당신의 여동생이 피해자라면 참을 수 있겠는가? 부당함을 요구하다 펜스 룰에 막혀 배제 당한다면 이를 인정할 수 있겠는가?

지방선거가 다가온다. 각 당마다 여성들의 인권신장을 이야기 한다. 이런 ‘말’보다는 이 땅의 모든 딸과 여동생, 아내가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정치권부터 변하겠다는 ‘다짐’과 ‘실천’이 더 진실될 것이다.

한장희 기자 mr.han77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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