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새문안通] 치킨 게임

입력 2018-03-20 15:50
신문게재 2018-03-21 23면

극단적인 경쟁으로 치닫는 상황을 가리킬 때 자주 인용되는 용어가 ‘치킨 게임(chicken game)’이다. 도로의 양쪽에서 두 명의 경쟁자가 자신의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다가 먼저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경기로, 핸들을 꺾은 사람은 겁쟁이(치킨)로 취급받는다.

치킨 게임에서는 선택을 바꿀 여지가 있는 자가 패배하고, 자신의 선택이 바뀔 수 없음을 상대에게 인지시키는 배짱 센 자가 승리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최근 금호타이어 채권단과 노조의 갈등은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달 말까지 합의가 안 될 경우 법정관리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배수진을 친 상황이다. 배수진에서는 비기는 것이 없다. 이기지 않으면 참패다.

이동걸 산은 회장이 금호타이어 노조와 담판을 지으러 직접 광주 현장을 찾았지만 85분 회동 내내 평행선만 달리다 끝났다. 노조는 20~24일 파업을 예고하는 등 오히려 갈등은 격화되고 있다.

치킨 게임에서는 자신의 강경한 의지를 상대가 받아주지 않으면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 자신의 강경함을 상대가 믿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상대가 그렇게 믿지 않음에도 무리하게 밀어붙일 경우 양측에 최악의 결과가 발생한다. 치킨 게임이 강조하는 것은 ‘파국’이 아니다. 끝없는 대결의 결과는 승자 없는 패배만 있을 뿐이라는 교훈이 담겨 있다.

이동걸 산은 회장과 금호타이어 노조는 노사 자구합의서 제출 시한인 30일까지 계속 대화하기로 했다고 한다. 양측이 벌이는 치킨 게임의 끝이 파국이 될지, ‘윈윈’이라는 해피엔딩이 될지 결말까지 멀지 않았다.


-傳-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