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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경도 치매 어르신 건강코디로 인생 2모작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경도 치매 노인 건강코디네이터 주혜옥씨

입력 2018-04-09 07:00   수정 2018-04-10 14:15
신문게재 2018-04-09 12면

“시간을 잘 보내자는 의도로 다시 사회생활에 도전했어요.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여기까지 왔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없을 만큼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사는 게 제 목표입니다.”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주혜옥 씨. 예순 넷의 나이의 주 씨는 3년차 ‘건강코디네이터’다. 은퇴 후 공백기는 예상보다 무료했다. 취미생활도 그는 마음을 잡기 못했다. 하지만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갑갑함을 이겨내려면 내가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방향은 ‘내가 잘하는 것’을 사회를 위해서 쓰자는 것으로 정했다. “은퇴 후 뭘 하지?.” 이런 고민을 가진 은퇴자 또는 예정자라면 주 씨의 재취업 도전기를 주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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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의 ‘서울시 도심권 50플러스센터’에서 만난 주혜옥 씨(64). 그는 재취업과 함께 ‘건강코디네이터’라는 또 다른 명함을 얻었다. [사진=장애리 기자]

 

◇인생 이모작,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다

주 씨는 평생 병원에서 일한 사람이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정보를 관리하는 일을 담당하다 지난 2013년 말 정년 퇴직했다. “1979년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니 35년 만이었다”며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살던 사람이라 ‘은퇴’라는 갑작스런 공백기에 무얼 해야 재미있게 놀 수 있을지 몰라 막막했다”고 말했다. 주 씨는 은퇴 후 1년 간은 그간 미뤄왔던 취미 생활을 했다. 한지공예, 매듭공예, 오카리나 등 평소 배우고 싶었던 것 들이다. 하지만 길어야 6개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취미생활이 그에게 뚜렷한 목표가 되거나 보람을 가져다 주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기회는 우연히 찾았다. 베이비 부머들의 은퇴를 다룬 한 방송을 통해 알게 된 ‘인생 이모작’이라는 단어에 귀를 기울였다. 혹시 관련 교육프로그램이나 정보가 있지 않을까 싶어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뒤졌고 ‘경로당코디네이터’를 알게됐다. 방치되고 망가진 시설 교체부터 건강 상담, 운동치료 도우미 등 주로 경로당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의 불편을 해결하는 역할이었다. 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를 통해 활동에 필요한 교육을 받고 서울시내 경로당 2곳에서 일했다. 주 씨는 “평생 병원에서 일했기 때문에 건강이나 돌봄과 관련된 일이라면 내 능력도 발휘하면서 사회에 도움도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1년 간의 활동을 마친 주씨는 이후 경도 치매 어르신을 돌보는 ‘건강코디네이터’ 분야로 폭을 넓혀갔다. 이 역시 의료기간에 오랫동안 몸담고 있었으니 교육받기 쉽고 잘 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있었다.

주 씨는 서울시 도심권50플로스센터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한 후 경도 치매 증상을 겪는 어르신들의 댁을 방문하거나 서울시내 기억키움학교 등을 찾아 다니며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치매 예방·악화방지를 위한 활동을 했다. 주 1회, 어르신 두 분의 재가방문을 담당한다.

건강코디네이터는 작업치료, 미술치료, 운동치료 등 인지에 자극을 줄 수 있는 활동과 어르신들의 옛 이야기를 묶어 함께 작은 자서전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기억력 강화를 위해 어르신들의 옛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기억과 추억을 묶는 자서전 프로그램은 그가 특히 의미 있게 느끼는 활동이다. 주 씨는 “기억력이 약한 경도 치매 어르신들도 만나서 얘기를 나눠보면 결혼, 자녀 등 옛 기억 만큼은 뚜렸하다”며 “의미 있던 옛 이야기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 조금씩 마음을 여는 사이가 된다”고 말했다. 첫 만남은 어색하지만, 점차 신뢰를 쌓아 도움을 줄 때 뿌듯한 만족감을 느낀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새로운 시작’ 꿈꾼다면 적극적으로”

매 주 만나는 어르신이 자신의 얼굴이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 때면 힘에 부치기도 하지만 매일 아침 열정이 샘솟는다. 주 씨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자신감,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기면서 부지런한 삶을 살게 됐다”며 “돈을 목적으로 하는 일은 아니지만, 또 하다 보면 용돈정도는 된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현재 건강코디네이터 활동자에는 그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은퇴를 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경도 치매 노인 대상의 인지교육을 하기 위해 일정한 수준의 지적수준을 요구하기 때문에 아무나 참여할 수 없다. 그와 함께 활동하고 있는 코디네이터 대부분이 교사나 공무원 등으로 지식과 경륜이 풍부하다. 이들은 많은 사회경험을 토대로 어르신들의 다양한 고민들을 함께 나누면서 해결책을 찾는다. 주 씨는 서울 용산구와 동작구를 중심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은 어르신, 특히 경도 치매 증상을 겪는 어르신들이 사회적 활동을 원하고는 있지만 열정만큼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하면서 치매나 노인 우울증 등이 사회적인 문제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으로 노인층은 사각지대에 놓여 무관심한 상황에서 친근하게 벗이 돼주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주 씨는 “치매를 예방하는 데는 사회적 접촉, 새로운 자극이, 대인 접촉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몸이 불편한 노인들은 집에 오랜 기간 방치되는데, 그렇다 보니 말하기, 쓰기 능력의 감퇴 속도가 빠르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주씨에게 은퇴는 ‘새로운 시작”이다. 주씨는 “은퇴를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여겼다면 건강코디네이터 일을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라며 “이 나이에 뭔가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 새로운 보람을 찾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게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다만 새로운 일을 하려면 ‘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빠르게 재취업을 하거나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며 “집 주변 주민센터나 컴퓨터를 통해 시·도 홈페이지를 들여다 보는 등 꾸준히 관심을 갖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기회가 허락한다면 앞으로 오래도록 건강코디네이터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글·사진=장애리 기자 1501chang@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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