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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덕구' 방수인 감독 "누구나 약자의 시절이 있다, 영화가 그들에게 힘이 되길"

이순재 주연, 죽음 앞둔 할아버지의 감동 스토리
영화 '덕구' 감독 방수인 "오랫동안 준비했던 이야기,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믿음있어"

입력 2018-04-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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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덕구’의 방수인 감독. (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누구나 약자의 시절이 있어요. ‘덕구’는 바로 그들의 이야기죠. 영화가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고 주변의 약자에게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



방수인 감독의 표현대로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덕구’의 주인공은 사회 약자들이다. 그 속에는 아버지를 잃은 어린 남매 덕구(정지훈), 덕희(박지윤)와 그들을 돌보는 할아버지(이순재)의 이야기가 담겼다. 인도네시아에서 시골 마을로 시집 온 엄마는 할아버지의 오해로 집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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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덕구’의 방수인 감독. (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노인, 어린이, 외국인… 영화에 나오는 모두가 약자예요. 덕구 엄마에 관한 묘사는 학창 시절 만난 외국인 노동자 친구에게서 가져왔어요. 그때부터 다문화 가정에 대해 관심이 많았죠. 개봉 전 일반 시사를 했을 때 여러 외국인 친구들이 울고 갔어요. 어린 시절 자기를 돌봐준 할아버지,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리뷰도 많았죠. 제 영화가 그들에게 위로가 되고 힘을 줄 수 있다는 게 감동스러웠어요.” 

 

‘덕구’가 관객을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10년이다. 영화를 기획하고 촬영에 들어가는 데 8년이 걸렸고 이후 2년의 작업을 거쳐 지난 5월 개봉했다.

 

그 전까지는 여러 작품에서 연출부 생활을 거쳤다. 그 중에는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도 있다.

“이준익 감독님이 대단한 게 영화계의 큰 선배이면서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으로 좋은 작품을 찍는다는 거예요. 사실 감독님이라면 더 큰 예산으로 작품을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동주’ ‘박열’ 등 저예산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면서 저처럼 적은 예산으로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신인에게 귀감이 되세요. 이야기의 힘이 있으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용기를 주시는 거죠. 실제로 그런 감독님의 모습 덕분에 ‘덕구’도 제작할 수 있었어요.”

‘덕구’가 오래 걸렸던 이유는 투자사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어서였다. 다소 평범한 설정의 이야기는 담백하게 흘러간다. 관객의 눈물을 자아낼 부분도 일부러 덜어냈다. 그렇게 감독은 본인이 하고자 하는 ‘덕구’의 힘을 믿고 직접 발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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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덕구’ (사진 제공=메가박스 플러스엠)

 

“글을 쓸 때부터 이순재 선생님을 생각했어요. 우리나라 대표 할아버지 이미지가 필요한데 선생님이 과거 드라마에서 연기하신 ‘대발이 아버지’ 캐릭터가 세월이 지나면 딱 이럴 것 같았거든요. 

 

취재를 하고 여러 번 각색을 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이 이순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시나리오를 읽은 이순재는 즉시 노개런티 출연 의사를 밝혔다. 감독을 놀라게 한 건 노개런티보다 그의 빠른 결정이었다.  

 

선생님은 덕구 할아버지로 관객 가까이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한 분이셨죠. 제게 중요한 건 선생님의 출연 의사였어요. 당시 선생님이 연극 공연 중이라 답변이 좀 늦을 거라 생각했는데 시나리오를 드리고 바로 다음 날 출연한다고 제작사 대표님에게 말씀을 주셨어요. 감독이 누군지 묻지도 않으셨데요(웃음). 너무 흔쾌히 결정해주셔서 믿기기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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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덕구’ (사진 제공=메가박스 플러스엠)

 

극 중 덕구를 연기한 정지훈은 1000 대 1 오디션을 뚫고 캐스팅됐다. 이때 감독이 중요하게 여긴 것은 연기력이 아닌 작품에 대한 이해였다. 간혹 아역 배우에게서 아이 같지 않은 이질감이 들기도 한다. 이는 지나치게 연기를 하려는 욕심 때문인데 지훈이는 그렇지 않다. 그는 아이처럼 할아버지에게 떼를 쓰고 후반부 엄마를 찾아 떠는 부분에서도 자연스럽게 감정의 흐름에 따라 덕구를 묘사했다.

“연기에 수위 조절을 많이 해야 했어요. 지훈이가 너무 잘해서 관객이 부담스러워하지 않기 위해 아이의 시선으로 연기를 보여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지훈이에게 ‘나는 덕구가 연기를 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죠. 처음에는 지훈이가 잘 이해를 못했지만 서서히 제 말뜻을 받아들였어요. 나중에는 정말 덕구 같은 모습을 보였죠. 이순재 선생님과도 진짜 할아버지와 손자처럼 좋은 호흡을 보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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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덕구’의 방수인 감독. (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이야기가 좋다는 것이 반드시 흥행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덕구’ 역시 그랬다.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지만 상업적인 성공을 장담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덕구’가 좋은 작품이라는 것, 스크린에 자극적인 작품이 범람하는 지금 절실하게 필요한 영화라는 사실이다.

“어떤 형태든 전 스스로 관심이 있고 자신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이전에 다른 각색 작업을 하며 감독 데뷔 기회가 있었는데 잘 안 됐어요. 제 것이 아니었던 거죠. 그때마다 힘이 됐던 게 ‘덕구’였어요. 오랫동안 준비한 이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고 그 믿음이 실제로 제게 힘을 줬어요. 차기작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앞으로도 비슷할 거예요. 제가 담을 수 있고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로 또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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