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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대놓고 슬퍼할 권리… '세월호 참사' 슬픔, 문화로 승화하다

입력 2018-04-16 07:00   수정 2018-04-16 08:08
신문게재 2018-04-1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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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오늘의 기억을 간직한 팽목항(연합)

 

4년 전 오늘은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날이다. 2014년 4월 16일 304명의 귀한 생명이 기업의 이기심과 정부의 무대응으로 처참히 바다 속에서 스러져갔다. 인양이 불가하다던 세월호는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근혜가 파면되고 나서야 기적처럼 1073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본격적으로 작업에 착수한지 20여일만의 일이다. 

 

 

사건의 진실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언론은 침묵했고 당시 정권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문화계를 탄압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사과와 위로를 영화와 공연, 콘서트로 풀어보려는 시도는 계속됐다. 세월호의 상처를 제대로 품에 안을 마중물이 될 2018년 문화계에는 어떤 시도가 있을까.


◇감시 속에서도 계속된 ‘진실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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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의 아이들이 세상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암시한 영화 ‘가려진 시간’의 한 장면.(사진제공=쇼박스)

 

지난 10일 이원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대변인은 “세월호 시국선언에 참여한 문화예술인 116명이 박근혜 정부 당시 대통령비서실 주도로 검열·지원배제를 당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리스트에는 박찬욱 감독부터 김혜수, 송강호 등 굵직한 배우들이 올라 있다. 이들은 2015년 5월 1일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선언’에 서명한 문화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이에 오석근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4일 “영진위는 지난 두 정부에서 관계 당국의 지시를 받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차별과 배제를 직접 실행한 큰 잘못을 저질렀다”며 “통렬하게 반성하고 준엄하게 혁신하겠다”고 공식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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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성황리에 마무리된 세월호 연극 ‘내 아이에게’. (사진제공=극단종이로 만든배)
세월호에 대한 영화인들의 시도는 검열 아래서도 꾸준히 시도돼 왔다. 지난 2016년 개봉한 영화 ‘가려진 시간’의 엄태화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당시 겪었던 세월호 참사 트라우마를 작품에 나타냈다.  

 

단편 ‘숲’, 장편 ‘잉투기’로 독립영화계에서 일찍이 두각을 드러낸 그는 첫 상업영화로 ‘가려진 시간’이란 흔치 않은 작품을 내놨다. 동화적인 배경과 신비한 색감 그리고 현실의 잔혹함까지가 뛰어난 영상미와 주제의식에 실리며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강동원이라는 배우를 등장시켰지만 51만명이라는 아쉬운 성적을 낸 ‘가려진 시간’은 세월호 아이들이 사실은 멈춰진 시간 속에서 성인이 되어 살고있다는 희망을 담고 있다.

 

연극계는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연극 ‘내 아이에게’는 세월호 4주기를 기념해 다시금 무대에 올랐다. 극단 종이로 만든 배가 만들고 서울 성북마을극장에서 공연하는 ‘내 아이에게’는 아직 차디찬 바닷속에 남아있는 아이에게 보내는 한 어머니의 내밀한 편지와 일기 형식의 연극이다. 2015년 초연됐고 서울연극제 연기상과 광주평화연극제 평화연극상을 받았다.


지난 3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별무리극장은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4월 연극제를 개막했다.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로 테이프를 끊은 연극제는 22일까지 총 6개 극단이 준비한 연극과 마당극, 뮤지컬 등을 무대에 올린다.

 

잊지 않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연합)

 

대학로 연출가 집단 ‘혜화동 1번지’ 6기 동인은 19일부터 6월 24일까지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에서 기획초청공연 ‘세월호 2018’을 선보인다. 2015년부터 ‘세월호’를 주요 테마로 삼아 작업해 온 주최 측은 “세월호로 우리의 세계가 재구성되었듯 참사를 기억하고 사유하는 방식에 대한 또 다른 시도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추모 콘서트도 성황리에 진행됐다. 4주기를 맞아 제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뮤지션들이 지난 15일 조촐한 연주회를 열어 위로를 더했다. 가야금 강송이, 소금 인형, Wabi&Wabis, 달사냥, 조성진밴드, 오버플로우, 홍조밴드, 어쩜 등이 ‘그 날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만났다. 단원고가 있는 안산에서는 ‘승화된 기억-응원’ 연주회가 열렸다. 이웃 오케스트라와 주민동아리 플루트 팀, 어르신, 중·고등학생 합창단 등 공연이 콘서트 형식으로 이어졌다.




◇‘그날, 바다’부터 전국 상영회까지 이어지는 ‘세월호 영화’

 

세월호 4주기 앞두고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한 과학적 규명을 시도하는 다큐멘터리 ‘그날, 바다’ 시사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상영관으로 입장하고 있다.

 

12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그날, 바다’는 심상치 않은 선전을 보이고 있다. 여전히 미궁인 세월호의 침몰 원인을 밝히기 위한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당시 항로를 기록한 AIS를 추적하는 등 객관적인 증거와 과학적인 분석을 근거로 그날의 진실을 담고 있을 세월호의 항적을 낱낱이 분석한 작품이다.

 

개봉일이 확정되고서는 쟁쟁한 국내외 화제작들을 모두 제치고 예매율 1위에 오르며 남다른 의미를 더하더니 개봉 4일만에 15만 관객을 돌파했다.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면서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해왔던 정우성은 희생된 이들을 기리기 위해 노 개런티로 내레이션을 맡아 의미를 더했다.

특히 정부가 세월호 침몰을 ‘단순 사고’라고 발표할 때 핵심 물증으로 제시한 ‘AIS 항적도’ 분석에 집중하며 침몰 원인을 추적하는가 하면 각종 기록 자료를 비롯해 물리학 박사를 포함한 각계 전문가들의 자문 하에 사고 시뮬레이션 장면을 재현했다. 최근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청와대의 무능함과 안일한 대처가 새롭게 밝혀지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세월호영화
세월호 희생자들을 잘 배웅하기 위한 마음의 진혼곡 영화 ‘눈꺼풀’(사진제공=영화사진진)

오멸 감독의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는 진혼곡 ‘눈꺼풀’도 같은 날 개봉해 눈길을 끈다. 

 

영화는 2014년 제주도 수학여행을 떠났으나 끝내 섬에 도착할 수 없었던 학생들과 선생님을 미륵도라는 섬으로 불러내 그들의 넋을 위로하는 영화다.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감독 조합상, CGV아트하우스상 2관왕을 수상했다. 오멸 감독은 11일 열린 GV에 참석해 “‘눈꺼풀’은 희생자들을 위해 제사 지내는 마음으로 연출했다”고 밝혔다.


오는 5월 열리는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이는 ‘봄이가도’는 세월호 참사 이후 남겨진 사람들에 집중한다.

 

장준엽, 진청하, 전신환등 신예 감독들의 공동연출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봄이가도’에는 배우 전미선, 김혜준, 유재명, 전석호 등 연기파 배우들이 흔쾌히 출연에 응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외에도 공동의 상흔으로 남은 그날의 기억에 질문을 던지는 ‘공동의 기억: 트라우마’와 ‘세월-0416’은 전국 방방곡곡의 공동체 상영을 통해 관객을 만난다. 그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세월호 생존 학생과 세월호 세대 이야기,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 신항의 모습 등을 담았다. 

 

배급사인 시네마 달 오보라 팀장은 “세월호 참사의 숨겨진 베일을 벗기기보다는 슬픔과 아픔, 사랑하는 자식들 없이 살아가야 하는 일상, 끈끈한 연대를 이뤄 국가권력과 싸우는 유가족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았다”면서 “현재 전국 120여개 극장에 상영회가 잡혀 있으며 해외에서도 관람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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