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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샤랴랄라라랄라”, 안녕바다의 위로는 계속된다

[人더컬처] 2년만에 5집 '701'로 컴백한 안녕바다

입력 2018-04-18 07:00
신문게재 2018-04-1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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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조 밴드 안녕바다 (사진제공=이엘뮤직스튜디오)

 

“별빛이 내린다. 샤랴랄라라랄라”

 

2011년 1월 16일 나영석 사단이 이끌던 KBS2 ‘해피선데이-1박2일’ 외국인 노동자 특집 3부의 한 장면. 먼 타국 땅에서 한국인이 기피하는 3D업종에 묵묵히 종사하던 스리랑카 노동자가 생각지도 않던 가족을 만나 눈물과 환희가 교차하던 순간 이 음악이 흘러나왔다. 나무와 우선제·명제 형제로 구성된 3인조 밴드 안녕바다의 ‘별빛이 내린다’는 그렇게 대중과 조우했다.  

 

“‘별빛이 내린다’가 수록된 ‘보이스 유니버스’ 앨범을 발표하고 1년이 지났을 때였어요. 스리랑카 노동자의 가족들이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저희 노래가 함께 나왔죠. 그러면서 제 휴대폰도 함께 폭발했어요. ‘지금 1박2일에 너네 노래 나왔다’는 문자메시지가 쏟아졌죠. 하하”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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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조 밴드 안녕바다 (사진제공=이엘뮤직스튜디오)

‘1박2일’ 이후 ‘별빛이 내린다’는 예능 프로그램의 단골 테마송으로 사용됐다. 먹방에서 맛있는 음식을 강조하거나 연애를 소재로 한 개그 코너 등 TV와 라디오에서 자주 틀어줘 ‘수도꼭지송’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가사를 음미하면 ‘별빛이 내린다’가 일종의 힐링송임을 알 수 있다. ‘그 밤에 그 밤 사랑하는 사람들 품으로/그 밤에 그 밤 지나간 추억에 따스함 위로…(중략)…반짝이는 추억이 떠올라 초라한 내 모습이 멀어져/도시의 하늘은 내 맘처럼 어둡다’는 가사에서 위로와 공감이 필요한 도시인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음악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별빛이 내린다’ 뿐 아니다. 안녕바다에게 위로는 음악을 지탱하는 일종의 테마다. 미니앨범 ‘보이스 유니버스’(2009), 1집 ‘시티 콤플렉스’(2010)와 2집 ‘핑크 레볼루션’(2012)이 소년 안녕바다의 세계를 노래했다면 3집 ‘난 그대와 바다를 가르네’(2013)와 4집 ‘밤새 안녕’(2016)에서는 음악으로 세상을 위로하고자 하는 청년 안녕바다의 뚜렷한 음성을 들을 수 있다. 

 

안녕바다는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2014년과 온 국민의 분노가 광장을 메웠던 2016년, 광화문 광장에 섰다. 그곳에서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는 음악의 힘을 직접 체감했다.

“저희에게도 무척 힘든 시기였어요. 저는 불안장애, 선제는 공황장애를 앓았죠. 초창기 멤버들의 이탈로 팀을 지탱할 수 있을까 걱정도 컸어요. 우리가 음악을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는데 세월호 관련 공연을 통해 저희의 존재 이유를 알게 됐죠.”(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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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조 밴드 안녕바다 (사진제공=이엘뮤직스튜디오)

이런 과정을 거쳐 2년만에 선보인 5집 ‘701’은 기존의 안녕바다식 위로에서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3, 4집이 특별한 순간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이번 앨범은 광각렌즈를 사용한 것처럼 보다 삶을 넓게 바라보며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았다. 

 

앨범 제목 ‘701’은 베이스와 기타를 맡은 형제 멤버 우명제·선제가 초등학생 때부터 살던 아파트 호수에서 따왔다. 형제는 최근 오랫동안 살던 노원구의 아파트를 떠나 마포구 망원동으로 이사했다. 더불어 오래 몸담았던 소속사를 떠나 이엘뮤직스튜디오에 둥지를 틀었다. 

 

오랫동안 멤버들에게 음악적인 영감과 상상력을 제공하던 공간 ‘701’을 떠나 새롭게 출발한 안녕바다의 과거와 현재의 설렘을 앨범명과 음악에 담아낸 셈이다. 보컬 나무는 5집 앨범에 대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주변의 삶과 죽음, 사랑과 행복을 바라보는 청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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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조 밴드 안녕바다 (사진제공=이엘뮤직스튜디오)


17일 발매된 A사이드는 총 5곡이 수록됐다. 우명제·선제 형제가 15년 넘게 키운 반려견 방울이를 떠나보낸 뒤 만든 ‘무지개 다리’, 무사히 하루를 마치고 귀가하는 평범한 이들에게 전하는 응원가 ‘담담’ 등 안녕바다표 위로는 계속된다.

 

무려 12년에 걸쳐 완성된 ‘안녕안녕’과 2017년 싱글로 발매된 ‘오늘도 비가 올까요’도 리마스터링돼 수록됐다. 타이틀곡인 ‘러브콜’은 사랑과 긍정의 메시지를 담은 곡으로 ‘별빛이 내린다’ 못지 않은 중독성 강한 멜로디가 특징이다. ‘담담’과 ‘오늘도 비가 올까요’를 제외한 나머지 세곡은 봄처럼 화사한 분위기를 풍긴다.

가을에 발매되는 B사이드는 죽음과 깊은 슬픔에 대한 곡들을 담는다. 우명제는 “A사이드는 봄에 어울리는 밝은 분위기의 곡이지만 웃으면서 눈물 흘릴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슬픈 곡들”이라고 설명했다.

“저희에게 ‘701’은 이별과 출발의 경계에 선 앨범이죠. 이제 이 앨범을 통해 대중에게 보다 친숙한 밴드가 되고 싶어요. 여력이 닿으면 싱글도 들려드릴 계획이죠. 우선 공연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려고 합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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