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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80년 '무노조 경영' 막내린다…협력사 8000명 정규직 고용

입력 2018-04-17 18:38
신문게재 2018-04-18 3면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직원 약 8000명을 직접 채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삼성그룹의 ‘무노조 경영’ 기조에 변화가 생기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직원수 1200명의 약 7배에 해당하는 직원을 한 번에 채용하면서 향후 합법적인 노동조합의 활동도 보장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새 정부 들어 고용노동부가 ‘반(反) 기업’ 성향의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서비스의 이같은 결정은 향후 노사관계를 원만하게 하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 회사 노조는 2013년 설립 이후, 협력업체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그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앞서 협력사 직원들은 “사측으로부터 직접 업무 지시를 받고 있다”는 근거를 앞세워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한 사례도 있다. 그럼에도 사측에서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인 만큼, 노사 관계 개선의 시작점이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는 앞으로 사측과 직접 교섭을 통해 임금·단체협상을 체결할 수 있게 된다. 단기적으로는 정규직 전환 범위와 시기를 놓고 세부협상에 나선다.

재계에서는 이번 전향적 결정을 통해 삼성의 노조 정책은 전환기를 맞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삼성그룹 내에는 삼성생명·삼성증권·삼성SDI를 비롯한 8개의 노조가 있지만 회사측이 공식적으로 “노조 활동을 보장한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최초다. 나두식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대표지회장 역시 입장문을 통해 “삼성그룹이 지난 80년간 이어온 무노조 경영을 폐기했다”며 “삼성그룹의 감시자 역할을 하며 (삼성의) 노조 활동을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현재 노조가 없는 다른 계열사에도 새로 노조가 잇달아 설립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됐을 거라는 시각도 있다. ‘무노조 원칙’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철학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최종 결정은 이 부회장이 내렸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삼성의 이번 직접 고용 조치는 유사 업무 성향을 갖고 있는 다른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규직 전환 조치가 서비스 설치·수리 기사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만큼 전자 및 통신 분야 계열사들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포함돼 있다. 앞서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6월 자회사 ‘홈앤서비스’를 설립하고 설치기사 5200명을 정규직 전환한 바 있다. 하지만 직접고용의 주체가 자회사였던 만큼 삼성전자서비스의 결정이 더욱 유의미한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영훈 기자 han00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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