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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중도하차… "정권 바뀌면 수장 교체, 고질적 관행 끊어야"

전문가들 "독립성·자율성 보장해야, 주주에 인사권한 주는 방법도"

입력 2018-04-18 17:30

포스코
포스코 사옥. (포스코 제공)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끝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사퇴했다. 매번 정권이 바뀔 때 마다 기업의 수장이 교체되는 고질적인 관행에 대한 지적이 들끓는 이유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18일 오전 긴급 이사회를 소집하고 전격 사임했다. 권 회장은 “포스코가 새로운 100년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여러 변화가 필요한데, 그 중에서도 중요한 게 CEO의 변화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고 사퇴 이유를 직접 밝혔다.

하지만 권 회장의 사퇴가 결국 현 정부의 압박을 못 이겨 스스로 회장직을 내놓은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영기업으로 출발한 포스코는 2000년 9월 정부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민영화됐지만, 이후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총수들이 중도 하차해 왔다. 실제로 김만제, 유상부, 이구택, 정준양 등 포스코 최고경영자(CEO)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회사를 떠났다. 정권 교체와 기업의 수장 사퇴가 관련이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인 이유다.

이번 권 회장의 사퇴로 지난해 6년 만에 최대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실적 개선세가 지속되는 포스코가 타격을 입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권이 교체되면 수장도 물러나는 고질적인 관행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권오준 사퇴에 대해 “현 정권의 입맛에 맞도록 기업의 수장을 임명하고 또 다시 정권이 바뀌면 결국 이들은 경찰 수사를 받거나 조기 퇴임해야 하는 악순환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사회가 적폐청산을 외치면서 이면에서는 또 다른 적폐청산을 부추기고 있는 것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며 “독립성과 자율성이 공존하는 한국은행의 좋은 예를 본받아 포스코와 KT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그 일환으로 신임 수장 임명 과정에서 정부가 손을 떼고 이사회를 중심으로 자율적인 절차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며 “이번에도 정부 입맛에 맞는 사람을 선임한다면 어차피 다음 정권에서도 똑같은 일이 되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삼현 숭실대대학교 법대 교수는 “그동안 인사 관련 낙하산 논란은 고질적으로 있었다”면서 “이번 사태 역시 박근혜 정부에서 비롯된 낙하산 인사에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전 교수는 “포스코와 KT 등의 기업들이 정부의 지배 하에 있는 게 사실이지만, 기업은 기본적으로 이윤을 창출해야 하지 않나”라며 “기업이 낙하산 인사로 인해 영향을 받으면, 결국 기업의 성장을 멈출 수 있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인사가 이사회 중심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정부의 개입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면서 “포스코와 KT 같은 기업의 경우 임원 선임 과정에서 주주들의 모임을 공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해, 이 곳에서 추천한 사람도 후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등 주주들이 인사에 대한 권한을 갖게 하는 방법이 있다”고 제안했다.

회사의 수장을 임명하는 데 가장 큰 권한을 정부가 가지고 있으니, 수장의 노력으로 회사 경영 실적을 좋게 만들어가고 있는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정권이 바뀌면 물러 나야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전 교수의 지적이다. 이에 그는 “정부의 인사를 그나마 제지할 수 있는 주체는 주주라는 점에서 이들을 모임을 자발적으로 지원하고 참여를 독려하는 지원이 요구된다”라며 “이번 계기를 통해 정부가 개입된 낙하산 인사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효정 기자 hy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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