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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신(新)남북경협

입력 2018-05-08 15:54
신문게재 2018-05-0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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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원근 산업·IT부 부국장

“예전과는 확실히 분위기가 다른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것이 남북경협입니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을 내놓은 이후 신(新)남북경협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증시에서 관련주들은 급등했고,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민관경제단체의 보고서와 관련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 30년간 남북경협을 주도해 온 현대그룹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1988년 7월 ‘민족자존과 통일번영을 위한 특별선언(7·7선언)’ 발표로 시작된 남북경협은 이듬해 1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첫 방북으로 본격적인 속도를 낸다. 하지만 남북간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1991년 12월)에 이어 1차 남북경협 활성화 조치(1994년 11월)가 나오기까지 꼬박 6년이 걸렸고, 정 명예회장은 7·7선언이 나온 지 10년만인 1998년에야 소떼를 몰고 북한을 찾을 수 있었다. 그 해 11월 금강산관광을 위한 첫 배가 떴고 현대그룹은 남북경협을 전담할 목적으로 현대아산을 설립(1999년 2월)했다. 2000년 6월 남북 최초 정상회담이 열린 뒤 개성공단이 들어서는 등 남북경협은 한때 속도를 냈다. 하지만 2008년 금강산 관광에 나섰던 박왕자씨의 북한군 총격에 의한 사망사건으로 금강산관광은 무기한 중단됐다. 이후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교전 그리고 북한 핵실험 등의 악재가 쌓이며 결국 2016년 개성공단 잠정 가동중단으로 이어졌다.

이것이 지난 30년간의 남북경협사다. 7·7선언 이후 북한의 NPT탈퇴부터 김일성 사망, 연평도 교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정치적 변수가 끼어들어 기업의 독자 의지로 실행할 수 없었던 것이 남북경협이었다. 이번 판문점 선언으로 남북경협 재개의 물꼬가 트인 것은 사실이다. 그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좋은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본격적인 신남북경협이 이뤄지기까지 ‘북미정상회담’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해제’라는 두 관문을 남겨두고 있다. 이를 통과한다고 바로 남북경협이 현실화되는 것도 아니다. 판문점 선언을 바탕으로 남북간 철도연결과 북한지역 조림사업, 공동어로 구역 설정 등이 우선 펼쳐질 것이란 전망과 계획이 나오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전망과 계획’일 뿐이다. 남·북간 더 나아가 주변국과의 조정과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경협 아이템이 도출되는 과정이 남았다. 그 과정은 상상 밖으로 지난(至難)할 것이 분명하다.

다른 의견도 있다. 미사일 실험을 둘러싸고 북한과 미국이 일촉즉발의 순간을 맞나싶더니 어느 새 남북화해무드가 조성됐고 급기야 판문점 선언까지 나왔다. 상황이 급변한 만큼 남북관계도 기대 이상으로 호전될 것이며, 그에 따라 남북경협도 예전과 달리 짧은 시간에 상당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아직은 모든 것이 가능성일 뿐이다. 전제한 대로 북미정상회담과 UN 안보리의 대북제재 해제라는 숙제가 남아있다. 이는 남북간 의지만으로 타결되거나, 속도를 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한반도의 오랜 지정학적 역사가 이를 뒷받침한다. 오래 기다리고, 오래 공들여야 결실을 볼 수 있는 것이 남북경협이다.

“대북사업은 결코 일회성으로 접근해서는 안됩니다. 남북을 둘러싼 대내외 정치적 상황에 따라 언제든 변화가 있을 수 있습니다. 큰 손실을 감수할 각오와 장기적 사명감을 가지고 접근해야 합니다.” 대북사업으로 수조원의 손실을 감수한 채 30년 가까운 세월을 보낸 현대그룹이 바라보는 새로운 남북경협은 그래서 조금 다르다.

 

류원근 산업·IT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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