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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車·항공기 본떠 룸 차별화…"호텔은 머무르는 곳이 아니라 추억을 만드는 곳"

[브릿지 초대석] 김영문 메이필드 호텔 대표

입력 2018-05-10 07:00
신문게재 2018-05-10 12면

샐러리맨에서 시작해 CEO 자리에 오른 이들에게는 ‘신화’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메이필드 호텔 김영문 대표도 그 중 하나다. 뱅커로 시작해 호텔리어의 삶을 살아온 그는 지난해 2월부터 호텔을 진두지휘하는 수장으로 새로운 신화를 쓰고 있다. 

 

“호텔은 머무르는 곳이 아니라 즐기는 곳이어야 합니다.”

 

그가 건넨 첫 마디다. 그는 호텔의 진화를 꿈꾼다. 과거의 호텔이 단순히 쉬는 공간, 잠을 자는 숙소의 개념이었다면 그는 이제 ‘추억을 만드는 공간’으로 변모할 때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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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문 메이필드 호텔 대표가 국내 호텔산업 성장을 위해 정부의 중장기적인 관광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매달 특별함이 있는 호텔로 


서울의 호텔 객실수는 과포화상태다. 2011년말 대비 지난해 말 서울시내 호텔 객실 수가 2배나 늘었다. 지난해 호텔업계는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유커가 급감하면서 공급과잉의 후폭풍이 호텔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객실 가격을 낮추는 등 고육책을 내놓는 호텔들도 생겨났다.



김 대표가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할 카드로 꺼내든 것이 바로 ‘추억을 만드는 공간’이다.

“저가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예약률을 높일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인 안목에서는 호텔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죠. 가격 때문이 선택하는 호텔이 아니라 다시 오고 싶은 호텔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는 ‘추억을 만드는 공간’을 위해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어린이날에는 완구업체 영실업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넓은 야외공간에서 행사를 열기도 했다. 메이필드는 앞으로도 3만평에 달하는 넓은 정원을 활용해 다양한 행사를 열 계획이다. 와인페어, 비어 페어의 개최도 고려하고 있다.

체험형 콘텐츠의 강화는 호텔 행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김 대표는 객실까지 바꿨다. 메이필드에서만 만날 수 있는 자동차룸, 항공기룸이 대표적이다. 레이싱장처럼 꾸민 자동차룸과 승무원이 된 듯한 느낌을 주는 항공기룸은 이제 메이필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객실이 됐다. 게임회사와 제휴를 통한 게임룸도 마련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차별화된 객실을 ‘콘셉트룸’이라고 명명했다.

“호텔이 침대, 침구와 객실의 쾌적함 등 하드웨어로 승부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는 소프트웨어, 즉 콘텐츠로 경쟁해야 합니다. 보다 다양한 ‘콘셉트룸’을 도입하기 위해 다양한 업종의 기업과 협업의 문을 열어놓았죠.”

CEO로 취임한 첫 해, 김 대표는 시스템 개선작업에 몰두했다. 내부 인프라 구축으로 변화에 유연한 조직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올해부터 변화에 속도를 낼 수 있었던 이유를 지난해 구축한 인프라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MICE 행사 유치로 해외에 메이필드 알리고 싶어

소프트웨어 차별화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그는 당분간 호텔업의 위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넘쳐나는 객실수에 글로벌 호텔 체인들의 공습까지 겹치면서 생존을 위협받는 토종 호텔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

“현재 글로벌 톱10 호텔체인 중 국내에 진출한 브랜드는 5개에 불과합니다. 현재의 객실수가 유지된다 해도 2022년이 돼야 호텔 수급 불균형 해소될 겁니다. (고객에게) 선택받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인거죠.”

현재 메이필드 호텔의 객실 예약률은 70~80% 수준이다. 주중에는 예약률이 훨씬 떨어진다. 그는 주중 호텔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MICE(meeting·기업회의, incentives·포상관광, convention·컨벤션, exhibition·전시) 행사 유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워커힐 근무시절 G20 비즈니스 서밋을 치르면서 MICE가 호텔의 역량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는 것을 직접 체험했다.

“기회가 닿는다면 메이필드가 주최하는 포럼을 한번 열고 싶습니다. 또 국제적인 포럼을 유치해 국내외에 로컬 호텔이지만 경쟁력있는 호텔이라는 것을 알리고도 싶고요.”

주중에는 MICE 행사를 유치하고 주말은 가족이 즐기는 공간으로 호텔을 변화시킨다면 치열한 경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가족을 위한 다양한 패키지 상품도 기획 중이다. 방해받지 않고 쉬고 싶은 싱글족을 위한 1인 패키지, 엄마와 딸을 위한 패키지, 태교 패키지 등을 이미 상품화했고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패키지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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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문 메이필드호텔대표가 브릿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중장기적인 관광정책으로 MICE 육성해야

그는 호텔산업의 성장을 위한 제언도 아끼지 않았다.

“관광산업은 중장기적인 정책이 있어야만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합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이어질 수 있는 꾸준함이 세계적인 관광대국, 세계적인 호텔을 배출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어요.”

김 대표는 MICE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가 관광 정책이 아닌 관광 마케팅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도 아쉽다.

“관광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한국에 오라’는 마케팅만 펼친다면 한국의 관광산업에는 미래가 없어요. 객실 과포화 역시 정부의 잘못된 통계에서 비롯된 겁니다. 관광산업은 어떤 산업보다 빅데이터의 분석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1년에 한국을 찾은 관광객 수만 공개하고 있지만 독일은 1년에 자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총 며칠이나 머물렀는지까지 통계를 내고 있어요.”

그는 다른 국가들이 GDP의 10%가 관광 산업의 비중이지만 우리는 아직도 4%에 머물러 있는 현실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메이필드 호텔은 여느 도심의 호텔과 다른 여유로움이 강점이다. 3만평의 드넓은 대지를 도화지 삼아 김 대표가 그려나갈 메이필드의 미래가 기대된다.

유현희 기자 yhh1209@viva100.com
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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