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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의 예상 밖 강경카드 배경은…북미정상회담 앞서 '체제보장' 포석

입력 2018-05-16 17:26   수정 2018-05-16 17:26
신문게재 2018-05-17 4면

안개 가득한 통일대교
북한이 한미 연합공중훈련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을 비난하며 예정됐던 남북고위급회담을 중지한 16일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이 안개비에 휩싸여 있다. (연합)

 

북한이 16일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기 위해 열기로 했던 남북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한 데 이어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재고 가능성까지 언급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북한이 보인 일련의 반응은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 이후 보였던 입장과는 괴리가 있었다. 북한은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것에 따라 지난 1일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을 중지하고 확성기를 철거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구두로 논의했던 국제표준시보다 30분 느린 평양시를 서울 표준시와 맞추는 등 판문점 선언에 대한 후속조치를 이행해 오고 있었다. 또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을 석방하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과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논의와 핵협상에 대해 논의를 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북측이 고위급회담 무기한 연기와 북미정상회담 재고 등의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자 우리 정부도 북측의 이 같은 발언 배경 파악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이 이 같은 입장을 꺼낸 까닭은 북미정상회담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키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담화문 발표 성격을 봐서도 가늠되는 부분이다. 북한은 그간 중대한 성명으로 발표할 경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성명 내지는 공화국 성명으로 무게감을 더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김계관 외무상 제1부상의 담화로 입장을 밝힘으로서 미국과의 대화 단절보다는 핵협상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하겠다는 정도의 의미로 해석된다.

북핵 협상의 산증인으로 꼽히지만 그간 대외활동이 적었던 김 제1부상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북한의 비핵화 방식에 대해 강경 입장을 펴고 있는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카운터 파트너로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김 제1부상은 담화문을 통해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 가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며 “다가오는 조미(북미)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일방적인 핵폐기, 일방적인 ‘항복’을 강요하는 분위기에 굴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볼턴 보좌관은 일괄적인 핵폐기 이후 보상하겠다는 리비아식 비핵화 카드를 주창하고 있다. 이는 북한 입장에서 스스로 무장해제한 뒤 미국의 처분을 기다리는 굴욕적인 비핵화 방식일 수 있다. 때문에 북한은 줄곧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 방식, 즉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행동을 취하면 미국도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김 제1부상도 담화에서 미국이 리비아식 핵협상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대화 상대방을 심히 자극하는 망발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북한은 이 담화에서 미국으로부터 얻고 싶은 선제조건도 우회적으로 암시했다. “우리는 이미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 용의를 표명했고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과 핵위협 공갈을 끝장내는 것이 그 선결조건으로 된다는 데 대하여 수차(례)에 걸쳐 천명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체제보장이 핵심선결 조건임을 거듭 밝힌 것이다.

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측은 16일 0시 30분쯤 남북고위급회담 북측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의 명의로 된 통지문을 우리 측에 보내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을 이유로 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이해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적이 있지만, 이번 맥스선더 훈련에 과거부터 북한이 예민한 반응을 보였던 미국의 전략자산이 전개됐기 때문이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더 이상 양보하면 북미정상회담에서도 미국의 의도대로 끌려 다닐 수 있다는 분석에 강경카드로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는 분석이 더해진다.

이번 맥스선더 훈련에는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와 핵무기 투발이 가능한 전략폭격기 B-52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B-52는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됐다. 


한장희 기자 mr.han77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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