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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문병 못해 자책·존경하고 자랑스러운 분”

입력 2018-05-21 13:09

반기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21일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들어가기 전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종준·정길준 기자 jjp@viva100.com
“많이 존경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기업인인데, 갑자기 이렇게 돌아가셔서 마음이 아프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1일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이날 오전 10시께 빈소를 찾아 유족들을 조문한 반 총장은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외교통상부 장관 시절이던 2004년 해외 출장길에 비행기 안에서 고인과 만났던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권오규 청와대 경제수석과 함께 영국에서 예정된 경제설명회 참석을 위해 비행기에 오른 반 전 총장은 좌석 독서 램프가 고장난 것을 발견했다. 마침 옆자리에 고인이 앉아있었던 것.

반 전 총장은 “고인께서 ‘나는 자료를 안 봐도 되지만 두 분은 자료를 봐야 할테니 자리를 바꿔 앉자’고 제안했다”며 “고인의 배려에 상당히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반 전 총장은 이후 고인과 저녁식사를 같이 하고 장관 공관에 고인 내외를 초청하기도 했다. 이후 유엔 사무총장에 선출돼 미국 뉴욕으로 가기 전에도 고인과 전화통화를 주고 받았다고 한다.

당시 통화에서 고인이 “유엔 사무총장 공관에 전기제품이 필요하면 한국 제품으로 해주겠다”고 제안, 반 전 총장이 이를 단순한 인사말로 생각했는데 후일 공관 공사가 끝난 뒤 LG전자 제품이 실제 배치돼 있어 이를 고맙게 이용한 일화도 있다.

이후 고인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소식을 전하던 반 전 총장은 귀국 후 전화를 했는데 고인이 “머리 수술을 받아서 몸이 불편하다”며 나중에 나은 뒤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는데 그게 마지막이었다고 회고 했다.

반 전 총장은 “그 전화가 마지막인데 그때 병원에 가서 문병이라도 했었으면 하는 자책감이 든다”며 “고인이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기여한 것은 누구나 다 알지만 직원들과 팔씨름도 하고 씨름도 하는 등 소탈한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대, 삼성, LG는 우리나라의 대표 기업인데, 기업도 투명하게 잘하고 모범을 많이 남기셨다”며 “개인적으로 많이 존경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기업인”이라고 강조했다.


박종준·정길준 기자 jjp@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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