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5수 쯤이야~' 日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전세계를 '만비키'하기까지

가족에 대한 풍자와 조롱, 관망적인 시선 담은 영화 선보여
올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만비키 가족'으로 일본 사회의 민낯 건들여

입력 2018-05-21 18:43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제 71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이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돌아갔다.(AP)

 

‘5수끝에 대상.’ 일본의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제 71회칸영화제의 대상을 거머쥐었다. 그는 “정말 행복하다. 영화야 말로 사람과 사람, 멀리있는 세계라도 연결하는 힘을 가졌다. 영화를 만들어갈 힘을 얻었다”는 수상 소감을 밝히며 감격했다.



대상격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만비키 가족’은 가게의 물건을 도둑질하며 살아가는 한 가족이 추운 날 빈집에서 떨고 있는 다섯 살 소녀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영화다. 앞서 ‘디스턴스’(2001), ‘아무도 모른다’(2004),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를 통해 칸의 부름을 받았던 ‘칸의 남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유난히 가족에 대한 남다른 성찰을 주로 다뤄왔던 감독의 전작들을 키워드로 살펴봤다.


◇ 엄마의 부재

아무도 모른다
이웃과 사회,가족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의 이야기. 영화 ‘아무도 모른다’. (사진제공=㈜디스테이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주된 모티프는 바로 ‘부재’다. 가장 먼저 칸의 초청을 받았던 ‘디스턴스’는 옴진리교 사건을 소재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남겨진 사람들에 주목한다. 감독은 상처받은 인간을 보듬기 보다는 테러사건이후 떠난 자와 남은 자의 거리를 냉정하게 바라본다. 2시간 12분의 긴 런닝타임 동안 사라진 관계에 대한 관망은 30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특유의 시선이 눈에 띈다.

3년 뒤 발표한 ‘아무도 모른다’는 그야말로 일본 영화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영화다. 극중 아버지가 다른 4명의 자녀들은 약간의 돈만 남기고 사라진 엄마를 기다린다. 도쿄에서 실제 있었던 유아 방치를 소재로 한 만큼 어른들의 무관심과 부모의 방관이 아이들의 천지난만함과 맞물려 놀라운 사실감으로 다가온다. 극중 장남인 아키라 역을 맡은 야기라 유야는 이 영화로 만 14살에 칸영화제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아버지의 무게

티브로드폭스코리아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감독의 페르소나인 릴리 프랭키가 출연해 반가움을 더한다.(사진제공=티브로드폭스코리아)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뤄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유독 아버지에 대한 실수와 상처에 집중한다. 6년간 키워온 아들이 병원의 실수로 뒤바뀐 걸 알았을 때의 상실감을 다룬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가 바로 그 정점이다. 사랑으로 키웠으나 자신과 닮은 구석이 없었던 아들을 바라보는 남자의 시선은 자신의 또 다른 유년 시절을 되새기가 만든다.

승부욕이 강한 자신의 기질보다는 보헤미안 같은 친부와 묘하게 닮아 키워온 정과 나의 유전자를 지녔어도 남의 자식 같은 진짜 아들 사이의 방황을 그려낸 감독은 가족이란 과연 혈연으로만 정의되는 관계인지를 되묻는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2013년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으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칸의 남자’로 확정지었다.  

 

세번째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에 공식 초청된 ‘세 번째 살인’의 한 장면. (사진제공=티캐스트)

 

그런 의미에서 최근작인 ‘세 번째 살인’은 부정에 대한 색다른 의미를 제시한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유능한 변호사가 된 한 남자와 살인자, 피해자의 딸 등 단순히 대비되는 관계를 통한 아버지의 정의는 쉽지 않다.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이 시대 다양한 아버지의 모습을 투영한 감독은 부유하지만 다정하지 않았던, 남에겐 잘 하고 가족에게는 소홀했던, 어쩌면 너무 흔했던 ‘그 당시 아버지’의 무게를 간과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박수 받을 만 하다.


◇강인한 자녀들

고레에다 히로카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만바키 가족’(왼쪽부터 시계방향), ‘바닷마을 다이어리’ 그리고 유일하게 정식개봉하지 못한 ‘디스턴스’(사진제공=티캐스트)

 

감독 스스로 원작의 팬임을 밝히며 영화화한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가마쿠라시에 사는 코다 가 세 자매(사치, 요시노, 치카)가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만난 이복 여동생 스즈와 함께 살게되는 이야기다.

어릴 적 불륜상대와 야반도주한 아버지, 자신과 동생들을 외할머니에게 맡기고 재혼한 어머니. 이 같은 환경에서 자란 세 명의 자매는 서로 각기 다른 성격이지만 의기투합이 잘 되는 사이다. 보통의 자매들처럼 취향도 다르고 티격태격하지만 어린 동생을 모른 척 하지 않고 품에 안는 모습에서 무책임한 부모보다 훨씬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로 ‘아무도 모른다’ 역시 사회와 가족, 이웃들에게조차 외면 받는 현실에서도 서로를 챙기는 아이들의 모습이 감동코드로 작용한다. 감독은 ‘어른보다 훨씬 강인한 인간’으로서의 자식들을 보여줌으로써 남보다 못한 가족일지라도 희망이 있음을 이야기 한다.

올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대상을 안긴 ‘만비키(도둑질) 가족’도 평범하지 않은 관계다. 가게의 물건을 훔치며 살아가는 한 가족이 우연히 다섯 살 소녀를 받아들이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생계형 가족을 내세우면서 현재 일본의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유령 연금 범죄를 꼬집는 이 영화는 성숙하지만 가슴 아픈 현대 사회의 민낯을 건드리며 올해 칸영화제의 마음을 제대로 훔친 셈이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