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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의인(義人)은 타고나는가, 만들어지는가.

입력 2018-05-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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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8시경 아프리카 말리에서 프랑스 파리로 건너온 가사마씨는 거리를 지나다 아파트 5층 발코니에 매달려 있는 한 아이를 발견합니다. 언제 추락할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상황. 그는 고민 할 것 없이 바로 건물을 타고 오릅니다.

아파트 발코니를 발판 삼아 한 층씩 맨 몸으로 기어 올라간 그는 5층까지 30초 만에 올라가 아이를 끌어 올립니다. 마치 스파이더맨이 벽을 타는 것과 비슷해 사람들은 그를 ‘파리 스파이더맨’이라고 불렀습니다.

‘파리 스파이더맨’은 영웅이 되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불법체류자인 그에게 시민권을 부여했습니다. 또한 소방대가 도착하기 전 단숨에 아이를 구출한 능력을 높이 평가해 그를 소방대에 채용하게 됩니다.

비슷한 사건은 우리나라에서도 있었습니다. 지난 12일 고속도로를 주행하고 있던 50대 남성은 운전 중 의식을 잃었습니다. 드라이버를 잃어버린 차는 중앙분리대에 수 차례 들이받으며 1.5km를 더 달렸습니다.

같은 시각 고속도로에 있던 한영탁씨는 일부러 교통사고를 냅니다. 자신의 투스카니 차량으로 남성의 차량을 앞질러 차를 멈춘 것입니다. 자칫하면 연쇄 추돌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순간, 자신의 차량 피해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한 행동이었습니다.

‘투스카니’를 생산한 현대자동차는 차량 수리비를 지원할 예정이었지만 한 씨는 거절합니다.

“내 차 피해는 생각하지 않고 한 일이다. 운전자로부터 ‘감사하다’는 전화를 받은 것으로 충분하다. 올해 고교 3학년인 딸과 아들이 아빠의 행동을 자랑스럽게 생각한 것으로 만족한다.”

자신도 죽을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타인을 구한 ‘파리 스파이더맨’과 ‘투스카니 의인’. 이러한 성향이 뇌와 관련 되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탈리아 국제과학연구대학원(SISSA)과 볼로냐대학, 미국 하버드 대학 등 공동연구팀은 위험을 무릅쓰는 행동을 하는 순간, 이타적인 사람의 뇌 기능이 다르게 작동한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8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실험은 불타는 건물에서 빨리 탈출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연구팀은 가상 현실을 이용해 비상벨이 울리고 곳곳에서 폭발이 일어나도록 하여 긴박감과 불안감을 조성했습니다.

그 결과, 긴박한 상황에서 부상자를 만났을 때 위험을 무릅쓰고 타인을 구하려고 행동한 사람들은 ‘전두엽 오른쪽 섬엽(right anterior insula)’이라는 특정 부위가 활성화 되었습니다. 공감적 관심이나 타인의 감정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말하죠.

이타주의자들이 뇌 구조가 다르다는 것을 다른 연구결과에서도 나타납니다. 신경과학과 아비게일 마쉬 교수팀은 낯선 이에게 자신의 장기를 선뜻 기증하는 이타적인 성향이 강한 장기 기증자들의 뇌를 MRI로 측정하였습니다.

이들은 뇌에서 두려움이나 고통과 관련된 자극을 처리하는 편도체가 일반인들보다 약 8% 정도 더 크고 반응 정도도 훨씬 활발하게 나타났습니다. 즉 이타주의자는 타인의 고통에 민감한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죠.

두 실험은 이타심이 타고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도 얼마든지 교육이나 사회 분위기에 따라 후천적으로 이타심을 키울 수 있다고 합니다.

‘파리 스파이더맨’과 ‘투스카니 의인’과 같은 상황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사진 출처=게티, 연합뉴스)

김지은 기자 sooy09@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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