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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유영만 한양대 교수 "독서의 혁명없이 4차 산업혁명은 일어날 수 없죠"

[브릿지 초대석]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한양대 교수

입력 2018-06-20 07:00   수정 2018-06-20 09:12
신문게재 2018-06-2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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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만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 교수는 책을 읽을 때 ‘묘계질서(妙契疾書)노트’를 만들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묘계는 번쩍 떠오른 깨달음, 질서는 떠오르는 생각이 도망가지 못하게 메모하는 것을 뜻한다. 그는 “책은 그냥 읽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며 “책을 읽으면서 감동받은 깨달음을 적고 실천, 각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영상=이철준 PD)
 

“책을 읽지 않는 나라에서 4차 산업혁명을 일으키는 ‘사고의 혁명’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사고의 혁명이 일어나려면 머리 속에 ‘지적자극(독서)’이 들어가야 하는데 독서의 혁명 없이 4차 산업혁명은 일어날 수 없다고 봅니다.”

유영만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 교수는 독서를 통한 깊이 있는 사고가 아닌, 속도와 인스턴트 사고가 만연한 현 사회의 위험성을 이 같이 지적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의 ‘2017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교과서·수험서·잡지·만화 등을 제외한 일반 도서를 한 권이라도 읽은 성인 비율은 59.9%에 불과했다. 성인 10명 중 4명은 1년 동안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것이다. 1994년 처음 조사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저치다. 

결국 기술의 발전은 제대로 읽지 않고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변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신기술들로 인간의 여러 영역들이 대체되고 있는 가운데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사고의 힘을 기르기 위해 우리는 어떠한 독서를 해야 할까. 최근 82번째 저서 ‘독서의 발견’을 출간한 유영만 교수에게 이 시대 독서의 중요성과 독서의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 모바일 시대, 책을 읽는 사람들이 급감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을 어떻게 보나.

현대인들의 뇌는 ‘팝콘 브레인’으로, 읽기는 ‘F자형 읽기’로 변해가고 있다. 우리의 뇌는 정보를 보면 음악기호인 스타카토처럼 톡톡 튄다고 한다. 무엇인가에 몰입하려고 하면 문자·이메일 등 수많은 정보들이 실시간 들어오니 뇌가 스타카토처럼 팝콘브레인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F자형 읽기 역시 모바일 기기에서 텍스트를 읽을 때 윗부분 2~3줄만 제대로 읽고 아랫부분은 훑어 내려버리는 읽기를 말한다. 

뇌 과학자들은 이 같은 현상을 후두엽으로 정보가 들어오면 전두엽으로 보내져 이 곳에서 의미가 무엇인지 비교·분석하고 따져봐야 하는데 후두엽에서 전두엽으로 정보가 보내지기도 전에 후두엽으로 정보가 또 들어오기 때문에 생각할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즉 전두엽기능이 퇴화되는 ‘역기능’이 발생한다고 하더라. 

결국 이 같은 역기능은 인간의 사고기능을 편향적으로 발달시키며, 몰입해서 책을 읽지 못하는 뇌로 변화되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가다 보면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 등과 같은 700 페이지 이상 분량의 책들을 읽을 수 있는 뇌가 가능할까 우려된다.


- “색다르게 읽어야 남다르게 읽을 수 있다”고 했다. 효과적으로 책 읽는 방법을 알려달라.

나만의 책 읽기 방식인 ‘3331전법’을 소개한다. 먼저 책을 읽고 난 후 나한테 기억에 남는 메시지 3가지를 뽑고, 3가지 느낀 점을 정리한 후, 내 삶에 적용해 실천해볼 포인트 3가지를 적어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고 단 한 줄로 정리해보는 과정이 3331전법이다. 이 모든 과정은 컴퓨터 자판이 아닌 펜으로 써 볼 것을 추천한다. 손은 제2의 뇌이기 때문에 손을 자꾸 움직이다 보면 뇌세포를 자극 시킬 수 있다. 특히 손으로 쓸 때 ‘묘계질서(妙契疾書)노트’를 만들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묘계는 번쩍 떠오른 깨달음, 질서는 떠오르는 생각이 도망가지 못하게 메모하는 것을 뜻한다. 책은 그냥 읽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책을 읽으면서 감동받은 깨달음을 적고 실천, 각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같은 방법은 학교 수업에도 적용하고 있다. 기술은 인간의 불편함을 편하게 해 준다. 모든 것이 속성(速成)으로 가다 보니 숙성(熟成)시켜 해 볼 수 있는 시간이 없어지지 않았나. 힘들지만 학생들한테 불편한 체험을 제안하는 것이다.



- 책이란 무엇이며, 삶의 변화를 일으켰던 책이 있나.

책은 한사람의 삶을 기록해 놓은 역사이며 아이디어의 보고다. 저자가 쓴 문장은 저자의 생각이 담긴 것이고 저자의 생각은 저자가 살아온 삶의 결론이다. 때문에 책과 저자의 삶은 분리시킬 수 없다. 나 같은 경우 공고를 졸업하고 발전소에서 근무하다 고시체험생 수기집 ‘다시 태어난다 해도 이 길을’ 이라는 책을 읽고 사법고시 공부를 해야겠다 마음 먹었던 것이 독서로 인한 삶의 첫 번째 변화였다. 

이 후 작고하신 신영복 교수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강의’, ‘담론’, ‘처음처럼’ 등의 책을 통해 모든 인간은 관계의 합작품이며 관계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엄청난 시각을 알게됐다. 또 스피노자나 니체의 책을 읽으면서는 인간이 머리로 생각하는 이성보다 몸으로 생각하는(커다란 이성) 체험의 중요성을 알게됐다. 즉, 몸으로 체험하면 공감능력이 생기고 머리 속으로 정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적충격을 줬던 책들이 내가 새로운 책을 쓰는데 많은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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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는 ‘어휘력’과 관련한 83번째 책을 준비 중이다. 그는 “창의적 인간이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노력이 어휘력”이라며 “나의 체험을 통한 어휘들의 개념을 정리해 정의해보는 책을 집필 중”이라고 말했다. (사진·영상 이철준 PD)
 

 

- 최근‘독서의 발견’이라는 82번째 책이 출간됐다. 어떤 책인가.

4차 산업혁명을 일으키는 사고의 혁명이 일어나려면 뇌에 지적자극(독서)이 필요한데, 독서의 혁명이 없고서는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날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시대적 화두와 함께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독서는 무엇인지, 독서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등 책을 읽어오면서 느꼈던 점을 정리해 출간했다.



- 준비하고 있는 83번째 책은 어떤 내용인가.

언어와 사고 그리고 창의성에 대한 이야기를 집필 중이다. 창의적 인간이 되기 위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노력이 어휘력이다. 아무리 많은 생각을 하고 체험을 해도 적절한 언어를 동원해서 표현할 힘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 주변을 보면 영어 단어를 공부하는 것은 봐도 국어 단어를 공부하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그래서 현 국어사전에 나와있는 언어의 개념들이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지 않기 때문에 나의 체험으로 개념을 정리해 정의해보는 중이다. 

글쓰기는 내가 알고있는 개념을 가지고 집을 짓는 개념의 건축이다. 결국 남다른 개념을 얼마나 풍부하게 습득하고 있는지가 관건인 것이다. 혹시 1년 전에 썼던 개념을 아직도 쓰고 있는가. 그렇다면 1년간 개념 없이 산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자는 ‘내가 가지고 있는 언어의 한계가 내가 생각하는 세계의 한계다’라고 얘기했다. 내가 쓰고 있는 개념의 변화가 나의 사고의 변화이고, 사고의 변화가 결국은 남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책 읽기를 비롯해 모든 시작은 그냥 시작하면서 이뤄진다. 책을 읽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일은 한 권의 책을 집어 드는 일, 그리고 첫 페이지를 열고 한 줄을 읽는 것이다. 책은 읽지 않으면 남한테 읽히고, 읽으면 세상을 남다르게 읽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그리고 책을 읽어야 우리가 세상을 다르게 읽을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책을 읽다가 내 심장을 찌르는 인두 같은 한 문장을 만나면 외로움, 슬픔을 위로해 준다. 그래서 난 인두가 같은 한 문장을 만나기 위해 오늘도 활자의 바다를 건너고 있다.


▲유영만 교수는?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를 나와 같은 대학원 교육공학과를 거쳐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 대학원 교육공학 박사를 취득하고 현재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공고를 졸업하고 발전소에서 근무하다 우연히 읽은 고시체험수기집으로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겪었다. 이후 책으로 인생을 바꾸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지식생태학자’라는 퍼스널 브랜드로 다양한 책을 쓰고 있다. ‘지식생태학’, ‘공부는 망치다’, ‘브리꼴레르’ 등 지금까지 82권의 저서와 역서를 펴냈다.

 

 

 

 

 

노은희 기자 selly2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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