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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뮤지컬 '도그파이트' 로즈의 '웃기는 하루', 여전히 여성을 향한 일상적 폭력

[Hot People 173] 영화 ‘라라랜드’ ‘위대한 쇼맨’,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등의 작곡·작사가 콤비 벤제이 파섹&저스틴 폴의 '도그파이트-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룻밤'
손호영·이창섭·최동욱, 양서윤·정재은, 김보강·이해준, 김태규·선한국·유현석 출연
로즈의 ‘웃기는 하루’(Pretty Funny) 여성들에게 행해지는 일상적 폭력 노래

입력 2018-06-12 07:00
신문게재 2018-06-1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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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도그파이트’ 중 로즈 정재은이 가장 못생긴 여자를 데려와야 이기는 게임을 위해 접근한 버드레이스에 상처입고 ‘웃기는 하루’를 부른다(사진=최민석 기자)

  

“커튼을 쳐 익숙하게 누구도 볼 수 없게 / 어울리지 않는 드레스 이제는 안녕 / 립스틱은 이제 지워 촌스러운 귀걸이도 빼고 / 화장으론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아-뮤지컬 ‘도그파이트’ 로즈 넘버 ‘웃기는 하루’(Pretty Funny) 중  

 

어쩌면 이유도 모른 채 전쟁터로 향해야 하는 어린 해병대 신병들의 치기였을지도, 그저 짓궂은 장난이었을지도 모른다. 뮤지컬 ‘도그파이트-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룻밤’(8월 12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의 여성은 어린 해병대들의 놀림거리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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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도그파이트’ 중 로즈(정재은 왼쪽)는 가장 못생긴 여자를 데려와야 이기는 게임을 위해 접근한 버드레이스(손호영)에 의해 상처입는다(사진=최민석 기자)

1960년대 베트남전쟁을 배경으로 영화 ‘라라랜드’ ‘위대한 쇼맨’,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등으로 급부상한 작곡·작사가 콤비 벤제이 파섹(Benj Pasek)&저스틴 폴(Justin Paul)의 넘버, LED 영상과 턴테이블로 구현되는 입체적이면서도 다채로운 무대 등으로 무장한 작품이다.

 

훈련소를 막 졸업하고 전쟁터로 떠나기 전날 버드레이스(손호영·이창섭·최동욱), 볼랜드(김보강·이해준), 번스타인(김태규·선한국·유현석) 세 친구는 가장 못생긴 여자를 데려오면 이기는 ‘도그파이트’ 게임에 빠져든다. 

 

죽을지도 모를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시작한 게임, 사회에 만연한 영웅 심리에 들떠 이유도 모른 채 전쟁터로 향하는 청년들의 두려움과 공포는 고스란히 여성 캐릭터들의 상처로 이어진다. 

 

펜스 룰, 무자비한 폭력 등으로 심화되는 여혐과 남녀갈등, 성 상품화,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 등이 만연한 지금 시대 관객을 대상으로 한 작품에는 인권 파괴에 가까운 게임, 여성 외모비하, 언어적·정신적 폭력 등 자칫 오해받을만한 설정과 표현들이 난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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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도그파이트’ 중 로즈(양서윤 오른쪽)은 가장 못생긴 여자를 데려와야 이기는 게임을 위해 접근한 버드레이스(이창섭)에 의해 상처입는다(사진=최민석 기자)


“예쁘니까 가자”는 버드레이스의 유혹에 파티에 갔다가 깊은 상처를 입은 로즈(양서윤·정재은)를 비롯한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자신들에게 행해지는 폭력에 대해 노래하는 넘버 ‘웃기는 하루’(Pretty Funny)는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그녀들이 소리 높여 부르는 여성을 향한 일상적인 폭력은 2018년 대한민국에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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