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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大기자의 창업이야기] '빚좋은 개살구' 상가임대차 보호법, 젠트리피케이션 못막고 건물주만 보호

입력 2018-06-20 07:00   수정 2018-06-19 14:15
신문게재 2018-06-2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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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박사
최근 서울 서촌에서 기막힌 사건이 일어났다. 건물주와 임차인이 점포 양도를 놓고 갈등을 일으킨 끝에 임차인이 건물주를 폭행, 살인미수로 구속된 사건이다. 서촌에서 일어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어두운 단면이다. 이 사건이 일어난 배경에는 제 구실을 못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버티고 있다. 국회의원과 관료들이 이 법 개정에 조금만 성의를 가졌어도 임차인들의 인생이 망가지는 사태는 막을 수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 사건에서 건물주는 상가를 사들인 이후 리모델링을 거쳐 임대료를 대폭 올렸다. 보증금 3000만원을 1억원으로, 월세는 297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올렸다. 임차인이 이를 감당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더욱이 임차인은 7년째 해당 점포에서 장사를 하고 있어 계약갱신 요구도 할 수 없다. 상가임대차보호법에 규정한 갱신요구권은 통상 5년이기 때문이다. 5년을 경과했으므로 새 건물주가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된다는 게 법의 취지다. 임차인이 이를 거부하자 건물주는 법원에 명도소송을 내 승소하고 강제집행에 들어갔다. 생존의 터전을 빼앗긴 임차인이 격분, 건물주를 폭행한 뒤 구속되면서 건물주는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모델은 일본의 ‘차지차가법(借地借家法)이다. 일본에서 만약 이런 분쟁이 일어났다면 결과가 어떻게 될까. 재일교포 출신의 기업인 L회장의 답변을 들어봤다.



“상가를 둘러싼 분쟁에서 십중팔구는 임차인이 이깁니다. 건물이 쓰러질 정도가 아니면 기존 임차인을 내보내지 못하고요, 임대료 인상은 양자가 합의해야 가능합니다. 합의가 안돼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면 법관들은 일단 임차인 손을 들어줍니다. 보증금 규모에 관계없이 임차인을 약자로 간주하는 관행 때문이지요. 임차인의 법적 지위가 높기 때문에 계약기간은 사실상 의미가 없습니다. 장사하고 싶은 만큼 한 곳에서 평생 할 수 있는 겁니다. 이 때문에 100년, 200년 된 장인가게가 나올 수 있는 거지요. 한국이라면 꿈도 못 꿀 일입니다. 일본의 장인정신만 칭송하면서 그 정신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정치인, 관료, 법관들의 사회정의 철학에는 관심없는 한국의 엘리트들을 보면 쓴 웃음이 절로 나지요.”

이번 사건과 같은 불행한 일을 막으려면 임차인을 보호할 수 있는 핵심적인 조항들은 시급히 개정돼야 한다. 우선 환산보증금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 환산보증금은 점포임대보증금에다 월세의 100배 금액을 합친 금액이다. 이를 기준으로 법 적용 여부를 판가름한다. 법을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원흉이므로 없애는 게 타당하다. 계약갱신청구권 기간을 5년으로 못박은 것도 문제다. 대를 이어 장사할 수 있는 기반을 원천봉쇄한 규정이기 때문이다. 임대료 인상률은 지난 1월 시행령 개정을 통해 기존 9% 상한을 5%로 내렸다. 인상률 조정도 필요하지만 인상률 상한 조항이 전국 어느 곳의 점포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예외(환산보증금 기준 초과 점포)를 아예 없애는 게 최선이다.

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박사 cdkang198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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