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사진제공=연극열전) |
“엄청난 땀이 이 공연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15일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열린 프레스콜에 참석한 지이선 작가는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9월 2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지이선 작가가 “배우들이 성별, 종족 등에 상관없이 연기를 하면서 본인이 작아지는 경험을 했다”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2009년 출간된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바탕으로 한 작품은 100세 생일 파티를 앞두고 슬리퍼 차림으로 양로원을 탈출한 알란의 모험담이다.
‘지탱극’(지이선 작가+김태형 연출+연극)이라 불리며 사랑받은 ‘카포네 트릴로지’ ‘더 헬멧’ ‘모범생들’ 등으로 호흡을 맞춘 지이선 작가와 김태형 연출의 각색·연출작이다.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왼쪽부터 100세 알란 오용, 알란 3 이형훈, 알란 1 이진희, 알란 2 김동빈, 율리우스 장이주(사진제공=연극열전) |
“배우들이 70여명 정도의 인물을 연기하면서 150여개의 소품도 운용해야 하죠. 너무 많은 사건으로 장소를 옮겨 다니는 것도 힘들고 집요해지는 김태형 연출 덕에 힘들었습니다.”
이렇게 전한 지이선 작가는 “양이 어마어마하다 보니 가장 연극적인 세팅이 배우를 괴롭히는 것이었다”며 “몰로토프의 만남부터 알란이 창을 넘기 직전까지는 소설에 없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추가한 장면을 통해 치유와 인생의 위로에 대한 이야기를 보태려고 했습니다. 더불어 연대에 대한 이야기를 강화하고자 했어요. 알란이 100년을 살아오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지만 진짜 친구들은 세계적인 지도자나 대단한 사람이 아닌 조금 부족하지만 모였을 때 장점이 되는 점을 가진 사람들이죠.”
◇1인 다역의 어려움, 생각지 못한 진심을 만나다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중 양로원 창문을 넘으려는 100세 알란 서현철(사진제공=연극열전) |
이들 모두는 이름이 있지만 또 없기도 하다. 5명의 배우가 60개가 넘는 배역을 소화하는 작품으로 100세 노인 알란을 비롯해 모두가 알란이다.
세계 각 나라의 민속춤, ‘건배’라는 단어, 저글링, 개소리, 코끼리 소리 등을 표현하는 배우들은 “1인 다역이 재밌을 것 같아서 참여했는데 너무 힘들다”고 입을 모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알란 4 역의 권동호는 “한몸이 성별, 종족 구별 없이 연기하다 보니 재밌었다”며 “겉치레 없어지니 진심이 나오는 것 같았다. 아인슈타인과 사랑에 빠지는 아만다를 일부러 여성스럽게가 아닌 그냥 권동호로 했는데 생각하지 못한 진심과 대사톤이 나왔다”고 전했다.
◇서랍장으로 꾸린 무대 알란의 기억 창고이자 세계지도, 넘치는 에너지와 감동을 동시에!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왼쪽부터 보스 예르딘 이형훈, 구닐라 이진희, 100세 알란 오용, 베니 김도빈(사진제공=연극열전) |
“무대 세트는 알란의 기억 창고입니다. 서랍, 장들로 알란의 기억들을 꺼낼 수 있다는 의미를 보여드리려고 했죠.”
지이선 작가의 말처럼 세계지도 모양의 서랍과 장들은 실제 위치에 최대한 가깝게 배치됐다. 이어 지 작가는 “히말라야를 넘는 장면이 최고”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더불어 알란 3, 4의 남녀 더블캐스팅에 대해 “성별과 상관없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연극적 약속으로 소화 가능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성별은 (일부러 여성스럽거나 남성스럽게 연기하며) 희화화되기 쉬워요. 그런 것들의 벽을 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가는 이야기의 남녀 더블캐스팅을 통해 21세기가 성별에 상관없이 행복할 수 있는 시대로 가는 데 작은 보탬이 되길 바랐어요. 기울어진 눈동자를 수평으로 올리려는 서사, 연극적 약속을 제시해보고자 했습니다.”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오페라를 부르는 유리 주민진(왼쪽)과 알란 서현철(사진제공=연극열전) |
알란 칼손 역의 서현철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매력에 대해 “연극적인 에너지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어떤 사건보다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에서 항상 감동을 느끼곤 합니다. 강요되지 않고 공감할 수 있는 알란을 통해 넘치는 에너지와 감동을 동시에 만날 수 있을 겁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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