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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서두르다 일 그르친다

입력 2018-06-20 15:34
신문게재 2018-06-21 23면

한장희 증명사진
한장희 정책팀 기자

지난 19일 한미 양국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북미정상회담을 마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할 것을 선언한 지 일주일 만이다. 


대화국면에서 상대방을 자극시키지 않기 위함이고, 이를 타국 대통령이 결정 내렸으니 크게 할 말은 없다. 다만 우리 정부는 매년 실시해오던 을지훈련도 중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는 게 문제다.

북한이 문제 삼아 온 것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이다. 을지훈련은 방어훈련이고, 북한이 이에 특별한 언급도, 불편한 내색도 하지 않았다. 더구나 북한은 북미정상회담 이후 어떠한 비핵화 조치도 선행하고 있지 않다.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북한과의 좋은 대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선의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과 미국, 그리고 우리나라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펼치며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 이전에 우리가 훈련 중단 카드를 꺼내든 것은 추후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쓸 수 있는 패를 허무하게 써버리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혹자는 외교를 연애에 비유하기도 한다. 시쳇말로 ‘밀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남북 간의 관계는 분단이후 유례 없이 급진전되면서 가까워졌다는 평가다. 그러나 지금부터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고 정전체제에서 종전선언을 통한 평화체제로 가는 길은 이제 시작이다. 조급한 마음에 서두르다 일을 되레 그르칠 수 있다. 어렵게 회복한 남북관계를 위해서라도 한 수 한 수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 필요한 때다.

한장희 정책팀 기자 mr.han777@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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