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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뷰+제12회 딤프 Pick ③] 나만의 ‘열한 번째 손가락’ 그리고 진짜 내 이름을 불러줄 누군가를 찾아서! 뮤지컬 ‘피아노포르테’

[Local+Culutre+Play] 제12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공식초청작 ‘피아노포르테’, 지난해 창작지원 선정작
그리스 신화 속 티미라스를 모티프로 한 이야기, 임진웅, 김현진 등 출연
슈만의 ‘어린이의 정경(情景)’ 제7곡 트로이메라이,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등 다양한 클래식 선율

입력 2018-06-25 23:54

피아노포르테
뮤지컬 ‘피아노포르테’(사진제공=딤프사무국)

 

피아노를 친다. 스스로의 선택으로 연주하는 것과 피아노가 나를 선택함으로서 하게 되는 연주. 두 연주는 탈북 전 피아니스트 송명학(임진웅)과 손을 잃고 고향을 떠나온 피아노조율사 김영수 그리고 고아 소년 박준수(김현진)와 두번의 파양으로 상처 입고 버려지지 않기 위해 자신을 감춰버린 천재 피아니스트 하도현 만큼의 차이를 보인다.



제12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6월 22~7월 9일, 이하 딤프) 공식초청작 ‘피아노포르테’는 같은 사람이면서도 차이를 보이는 그 ‘연주’에 대한 이야기다. 

 

피아노포르테
뮤지컬 ‘피아노포르테’(사진제공=딤프사무국)
지난해 딤프 창작지원 선정작으로 올해 제작사가 바뀌면서 조인숙 작가가 연출까지 책임졌다. ‘스위니토드’ ‘지킬앤하이드’ ‘더데빌’ ‘셜록홈즈’ 등에서 음악조감독으로 활동했던 이수연의 곡으로 넘버를 꾸렸다.

‘피아노포르테’는 그리스 신화 속 음악 천재 ‘티미라스’(혹은 타미리스 Thamyris)를 모티프로 한다.

델포이(신탁으로 유명한 아폴론의 신전이 있던 고대도시) 음악경연에서 우승하면서 자신의 실력에 대한 과신과 오만으로 폭주하다 뮤즈들과의 시합에서 패한 후 눈과 목소리를 잃은 비극의 주인공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과거의 이름을 따로 가지고 있는 명학과 도현, 송명학의 ‘열한 번째 손가락’인 리혁수(김철진), 자식을 잃은 슬픔에 진짜 도현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엄마 김혜정(임진아), 매일 거리의 사람들 속에서 자신을 닮은 부모를 상상하는 이미래(옥경민)가 서로를 이해하고 위안 받는 과정을 따른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는 과정에는 아프지만 소중한, 내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열한 번째 손가락 그리고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기를 바라는 처절한 몸짓이 수반된다. 그 과정에는 도현과 혜정이 만나는 계기가 된 슈만의 ‘어린이의 정경(情景)’ 제7곡 트로이메라이,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등 다양한 클래식 음악이 연주된다.

피아노포르테
뮤지컬 ‘피아노포르테’(사진제공=딤프사무국)

 

“포르테만 우겨 넣은 연주” “누군가의 자리를 뺏어야만 제 자리가 생기는 거네요”, 누군가에겐 기적이 내 불행이 될 수 있음을 일깨우는 “난 기적이 싫어” 등 누구나에게 대입돼 흠칫거리게 하는 대사들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기도 한다.

지난해 공연에서 기능적 인물로 소비되기 보다 저마다의 사연과 상처로 공감을 자아내던 등장인물들의 존재 의미는 다소 퇴색됐다. 더불어 “포르테 포르테 포르테” 명학이 도현에게 일갈했듯 강하게만 외쳐대는 메시지와 노래들, 깊지 못한 감정 표현 등 아쉬움도 없지 않다.  

 

피아노포르테
뮤지컬 ‘피아노포르테’(사진제공=딤프사무국)

 

그럼에도 상처를 가진 서로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표현할 줄 알아가게 되는 인물들의 성장은 눈물겹다. 자신의 상처가 너무 깊어 소중한 이의 아픔을 보지 못하는가 하면 순간의 실수로, 누군가를 위해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혹은 하고 싶었던 것을 하는 순간이 악몽처럼 변해버리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내쳐지는 절망감으로 휘청이고 일그러진 감정으로 믿음을 져버린 자책감에 빠져도, 그 순간이 특별한 이유는 분명하다. 진짜 내 이름을 불러 꽃이 되게 해줄 누군가, 고통을 보듬고 공유하는 사랑, 그 끝에 기다리고 있을 성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열한 번째 손가락이 있기 때문이다.


대구=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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