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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초연으로 만나는 빅토르 위고와 셰익스피어! 뮤지컬 ‘웃는 남자’, 연극 ‘알앤제이’

빅토르 위고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한 로버트 요한슨, 프랭크 와일드혼의 '웃는 남자', 박강현·박효신·수호, 양준모·정성화 등 출연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을 변주한 연극 '알앤제이', 김동연 연출, 정영 작가, 문성일·손승원,강승호·윤소호, 강은일·손유동, 송광일·정욱진 출연

입력 2018-07-05 07:00
신문게재 2018-07-0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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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웃는 남자'와 연극'알앤제이'(사진제공=EMK뮤지컬, 쇼노트)

 

프랑스와 영국을 대표하는 대문호 빅토르 위고(Victor Hugo)와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가 한국 무대에서 뮤지컬과 연극으로 격돌한다. 

 

빅토르 위고의 ‘웃는 남자’(7월 10~8월 2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9월 4~10월 28일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는 동명 뮤지컬로,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연극 ‘알앤제이’(R&J, 7월 10~9월 30일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로 한국 관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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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웃는 남자’ 출연진. 상 왼쪽 위 그윈플렌 박효신·박강현·수호, 중 왼쪽부터 우르수스 양준모·데아 민경아·우르수스 정성화, 하 왼쪽부터 조시아나 공작부인 신영숙·데아 이수빈·조시아나 공작부인 정선아(사진제공=EMK뮤지컬)
‘웃는 남자’는 연출이자 작가 로버트 요한슨도,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도, 의상 디자이너 그레고리 포플릭도 단박에 매료시킨 이야기로 ‘마타하리’에 이은 EMK뮤지컬의 두 번째 창작품이다. 

 

로버트 요한슨이 2012년 11월 ‘황태자 루돌프’ 한국 초연 개막 후 오른 비행기에서 감상했던 장 피에르 아메리스 감독의 영화 ‘웃는 남자’에서 영감을 받아 빅토르 위고의 원작소설에 충실하게 변주한 작품이다.



175억원 규모의 대작인 ‘웃는 남자’는 어린아이를 애완동물 혹은 장난감처럼 취급하는 귀족들이 지배하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화려한 귀족사회와 부랑아들의 집합소, 부자와 가난한 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의 장소, 느낌, 분위기를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어린이 인신매매단 콤프라치코스에 의해 버림받은 소년 그윈플렌(박강현·박효신·수호, 이하 가나다 순)과 떠돌이 약장수 우르수스(양준모·정성화), 눈이 보이지 않는 순수한 소녀 데아(민경아·이수빈), 매혹적인 조시아나 공작부인(신영숙·정선아) 등이 엮어가는 기괴하고 매혹적인 이야기다. 


원작소설의 탄탄한 기승전결과 인용구에서 확장된 로버트 요한슨의 대본, 영화를 3번이나 돌려보며 만들어낸 프랭크 와일드혼의 40여개 넘버, 시대적 고증 보다는 다양한 시대와 트렌드들을 모은 185벌 남짓의 의상을 활용한 스타일 콘셉트, 극명하게 대비되면서도 공존하는 부유한 자들의 세계와 가난한 자들의 세계를 재현한 무대 등으로 작품의 만듦새는 일찌감치 완성됐다.

 

로버트 요한슨 작·연출이 “진짜 정말로 대박이다 싶은 배우들을 다 모아 놨다. 같이 일할 생각만으로도 설렌다”고 귀띔했던 배우진들도 화려하다. 

 

20세기 무성극,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 시리즈 중 조커 등의 모티프가 된 그윈플렌은 일군의 마니아를 거느린 박효신, 아이돌그룹 엑소의 수호 그리고 JTBC 크로스오버 남성 4인조 그룹 결성 프로젝트 ‘팬텀싱어’ 시즌2 출연자이자 ‘광화문연가’ ‘이블데드’ ‘베어더뮤지컬’ 등의 박강현이 번갈아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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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웃는 남자' 무대디자인 중 카니발ⓒ오필영(사진제공=EMK뮤지컬)

 

프랭크 와일드혼이 ‘지붕 위의 바이올린’의 테비처럼 유머러스하고 거친 인물이라고 소개한 우르수스에는 정성화·양준모, 눈이 아닌 다른 감각으로 세상을 상상하며 그윈플렌의 상처를 보듬는 순수한 소녀 데아는 민경아·이수빈,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진 공작부인 조시아나는 신영숙·정선아가 더블캐스팅됐다.


많은 사건으로 불운을 겪으며 상처투성이가 된 그윈플렌과 인간을 혐오하는 염세주의자 우르수스, 그윈플렌과 데아, 데아와 우르수스, 우르수스와 조시아나, 조시아나와 그윈플렌 등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관계들이 관전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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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알앤제이' 출연진. 위 왼쪽부터 학생 1·2·3·4 역의 손승원·윤소호·손유동·이강우, 아래 왼쪽부터 학생 1·2·3·4 문성일·강승호·강은일·송광일(사진제공=쇼노트)

‘웃는 남자’가 ‘마타하리’ ‘황태자루돌프’ ‘지킬앤하이드’ 등의 전세계 히트 뮤지컬 창작진들로 꾸렸다면 연극 ‘알앤제이’는 뉴욕 역사상 최장기 공연된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알려진 조 칼라코(Jeo Calarco)의 대본을 국내 창작진들이 변주한다. 


‘알앤제이’는 1997년 뉴욕 초연 후 영국 웨스트엔드, 네덜란드, 호주, 브라질,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레이시아 등에서 공연되며 오래도록 사랑받았던 작품이다.

 

한국 초연은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구텐버그’ ‘킹키부츠’ ‘신과함께-죽음편’ 등과 연극 ‘프라이드’ ‘엠 버터플라이’ ‘햄릿-더 플레이’ 등의 김동연 연출, ‘국경의 남쪽’ ‘심야식당’ 등의 정영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지극히 보수적인 가톨릭학교를 배경으로 학생 1(문성일·손승원, 이하 가나다 순), 2(강승호·윤소호), 3(강은일·손유동), 4(송광일)가 엮어가는 ‘일상적인 말이라고는 없는’ 선택에 대한 이야기다.

김동연 연출은 ‘알앤제이’에 대해 “모든 대사들이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소네트’이거나 가톨릭 교리 등에서 발췌된 것들”이라며 “셰익스피어 특유의 시적인 언어들로 전달된다”고 귀띔했다.

가톨릭학교에서 금기시됐던 ‘로미오와 줄리엣’을 장난처럼 읽다가 빠져 드는 4명의 소년들이 검열과 억압에 대한 반항과 탈출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가톨릭교리만을 접하다가 연극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이야기를 알게 되면서 본능과 감정을 표출하고 표현의 욕구를 불태우는가 하면 일탈을 시도하는 등의 과정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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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알앤제이’ 무대디자인(사진제공=쇼노트)


극 중 소년들이 겪는 일탈의 심리, 경험 등을 관객들에게까지 전달하기 위해 무대부터 빽빽하게 채운 책상과 의자가 객석으로 활용된다. 셰익스피어 시대 아레나 형식의 원형극장에서 수십개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4명의 배우들과 관객은 함께 호흡하며 극의 일부가 된다.

자신들을 둘러싼 틀과 굴레를 ‘로미오와 줄리엣’에 빗대 표현한 ‘알앤제이’는 그것에서 벗어나려는 소년들의 선택과 고민을 연극적 언어, 10대 소년다운 강렬한 에너지로 풀어낸 작품이다. 

 

표면적으로는 가톨릭학교, 소년들의 로미오와 줄리엣, 윤소호·손승원 등 배우가 교집합을 이루는 ‘베어더뮤지컬’, 책을 통해 깨려는 ‘죽은 시인의 사회’, 억압받는 학생들이 반항하며 본능과 원망을 표출하는 ‘스프링 어웨이크닝’ 등 다양한 작품을 연상시키는 ‘알앤제이’가 어떻게 익숙함을 털어내고 새롭게 무대화될지가 관심거리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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