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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공포의 구멍

입력 2018-07-04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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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다름없는 출근길. 지하철 역사 내 화장실을 이용하던 김모(26)씨는 ‘기이한 광경’을 보게 된다. 작은 구멍구멍 마다 꽂혀있는 휴지들.

연이어 터져 나오는 몰카 피해에 대한 두려움의 표식들이었다.

정체불명의 구멍들은 청주국제공항 여자 화장실에서도 발견됐다. 청주공항 1층 일반 대합실 여자화장실 칸막이에 수십 개의 구멍이 뚫린 사진이 트위터에 올라와 몰카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너무 많은 구멍 탓에 “청주공항 화장실에 딱따구리가 산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공항 측은 “점검 결과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화장실에 뚫린 정체불명의 구멍들을 보고 ‘혹시 몰카가 아닐까’ 라고 생각이 드는 ‘몰카포비아 ’가 끊이지 않고 있다. 몰카포비아는 몰래카메라와 포비아(phobia:공포증/혐오증)의 합성어로 화장실이나 사람이 많은 곳에서 몰래카메라에 찍힐까봐 두려워하는 현상을 뜻한다.

원인은 갈수록 늘어나는 몰래카메라 범죄에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카메라 등 이용촬영’에 의한 성폭력 범죄발생은 2016년 5249건으로 2007년(564건)에 비해 10배나 늘어났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50억을 들여 공중화장실 5만 곳을 점검에 나섰지만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민간 시절 화장실은 점검 의무 대상에서 빠졌을 뿐 아니라 작년 9월부터 시행됐었던 ‘몰카 점검’에서 적발된 사례가 0건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몰카 범죄의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에 따르면 몰카 범죄에 따른 처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하지만 실제 기소가 이루어지는 건 위반 5852건 가운데 31.5%(1846건) 뿐인데다 어렵게 기소된다 해도 징역형까지 이르는 것은 5.3%에 그친다. (2016년 기준)

스마트폰 대중화로 쉽게 촬영이 가능해진데다 처벌 수위가 낮아 범죄가 반복되는 것이다.

갈수록 교묘해져가는 몰카 범죄와의 전쟁. 몰카범죄 가해자 98%가 남성인 만큼 여성들 사이에선 의심스러운 구멍이 있으면 송곳을 휴대하며 찔러보거나 휴지로 구멍을 막는 등 다양한 자구책들이 나오고 있다.

‘몰카포비아’에서 벗어나 마음 편히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날을 간절히 바랍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게티)

김지은 기자 sooy09@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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