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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재활용 대란' 그 후… 화학업계에 부는 '친환경' 열풍

입력 2018-07-11 07:00
신문게재 2018-07-1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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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함의 상징이었던 플라스틱이 인류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감축하고 현행 34%에 머물고 있는 재활용률을 70%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하지만 플라스틱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는 힘들다. 이에 업계는 ‘친환경 플라스틱’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환경호르몬 발생 없는 친환경 플라스틱… “디자인보다 안전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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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케미칼의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가 적용된 코리아락의 밀폐용기 제품. (사진제공=SK케미칼)

친환경 플라스틱의 대표적인 예시로 꼽히는 것이 바이오 플라스틱이다. 즉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 식물서 고분자 물질을 추출해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기술로 기존 석유계 기반 플라스틱에 비해 폐기 시 자연 분해되는 시간이 짧아 환경오염이 적다.

SK케미칼은 바이오플라스틱을 개발해 상업생산에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09년 옥수수에서 유래한 성분을 중합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바이오 코폴리에스터(PETG) 수지를 개발했다. 유리처럼 투명하면서도 환경호르몬인 비스페놀A를 함유하지 않아 화장품 용기나 유아용 밀폐용기 등 민감성 포장재에도 사용 가능하다. 비스페놀A는 인체의 내분비 시스템을 교란하는 환경호르몬으로, 최근 비스페놀A가 함유된 플라스틱이 젖병 소재로 사용이 금지된 바 있다.

SK케미칼의 PETG 소재는 화장품과 식품용기 등에서부터 전장산업에 이르기까지 적용 범위가 넓은 것이 장점이다.

 

sk케미칼 내장
SK케미칼 PETG는 다양한 차량 내장재로 사용이 가능하다. (SK케미칼 제공)

 

이와 관련 SK케미칼은 최근 식품용기 전문업체인 코리아락과 함께 자사 PETG 소재를 적용한 밀폐용기 상업화에 성공했다. 이에 앞서 차세대 수소연료전지전기차(FCEV) 내장재에도 이 소재를 적용, 앞으로 5년간 매년 3000대씩의 FCEV에 이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SK케미칼 측은 “PETG의 친환경적인 특성이 화석연료를 태우지 않고 순수한 물만 배출하는 수소전기차와 잘 어울린다”며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나 수소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차량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친환경 내장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휴비스가 개발한 ‘에코펫’은 세계포장기구(WPO)가 주최하는 ‘월드스타 어워즈 2018’에서 혁신적이고 우수한 패키징 기술을 인정받으며 월드스타 상을 받은 포장소재다. 페트 소재에 미세한 공기층을 넣은 시트 형태의 소재를 개발해 전자레인지 사용으로도 재질 변화가 없고 환경호르몬이 발생하지 않는 제품으로, 보온성이 높아 따듯하게 먹을 수 있으면서도 인체에 무독하다.

휴비스 관계자는 “식품 용기가 디자인이나 편의성에 중점을 두던 시대에서 이제 인체 안전성과 친환경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신소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심코 지나치는 영역에도 ‘친환경’ 제품 도입

 

[휴비스] 친환경 PET 식품용기(에코펫)
휴비스의 친환경 발포 페트 소재 에코펫 제품. (휴비스 제공)

 

화학업계는 눈에 잘 띄지 않아 소비자들이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영역에서도 고기능·친환경 기술을 도입한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SKC는 최근 재활용이 가능한 열수축필름 ‘에코라벨’을 내놓고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열을 가하면 줄어드는 특성으로 페트병 포장 라벨 등의 소재로 사용되는 열수축필름은 편리하지만 페트병 재활용 과정에 섞이면 큰 문제가 되기 때문에 재활용을 위해 별도로 떼어내거나 복잡한 분리 과정에 별도 비용이 들어가는 문제가 있었다.

SKC 에코라벨은 포장 라벨의 인쇄층을 씻어내면 PET병과 함께 재활용할 수 있어 소각, 매립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없고 재활용률을 높여 친환경적이다. 이와 관련 SKC의 미국법인 SKC inc.는 미국 플라스틱재활용업체협회(APR)로부터 우수성을 인정받아 지난 2016년 7월 공식인증을 받았으며, 지난해 말 북미 지역의 대형 플라스틱재활용업체에서 진행한 실제 테스트에서도 성공적인 결과를 받았다.

한화케미칼은 환경호르몬 물질로 알려진 프탈레이트 성분이 전혀 없는 친환경 가소제 ‘에코데치’를 개발, 이를 적용한 친환경 벽지를 제일벽지·서울벽지·한화L&C 생산의 모든 벽지 제품에 적용해 출시했다. 가소제는 플라스틱을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물질이지만, 기존 가소제 성분 중 내분비계를 교란시키는 환경호르몬을 배출하는 프탈레이트 때문에 규제가 강화돼 왔다.

한화케미칼은 이런 우려에서 벗어나기 위해 8년에 걸친 연구 끝에 기존 친환경 가소제로 알려진 디옥틸 테레프탈레이트(DOTP) 가소제에 수소첨가기술을 저용해 프탈레이트 성분을 완전히 제거한 친환경 가소제를 탄생시켰다.

한화케미칼은 벽지 이외에도 국내에서 식품 포장용 랩, 유아용 매트, 바닥재, 자동차 내장재 등을 만드는 기업들과 기존 프탈레이트 계열 가소제를 에코데치로 대체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효성은 기존 스판덱스보다 낮은 온도에서 열세팅이 가능해, 생산과정에서 연료를 보다 적게 사용하는 제품인 ‘크레오라 에코소프트’를 개발해 환경 보호 효과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고객사와 손잡고 해당 원사를 적용해 폐수를 발생시키는 염색 과정을 생략한 친환경 원단을 개발, 해외 섬유 전시회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전혜인 기자 hy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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