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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문안通] 선의와 갑질의 차이

입력 2018-07-10 15:17
신문게재 2018-07-11 23면

빨간 장미 100송이를 손수 접어 환영의 뜻을 표하며 팔짱을 끼고 “새빨간 장미만큼 회장님 사랑해. 가슴이 터질 듯한 이 마음 아는지~” 노래를 부른다. 꼭꼭 눌러 쓴 손 편지를 선사하거나 부채춤을 추고 눈물을 흘리거나 안아주는 이들로 즐비하다.

뮤지컬 ‘블루레인’ 중 아버지의 무자비한 폭력으로부터 네 살 동생 루크를 지키기 위해 온몸으로 막아서 견뎌내는 아홉 살 소년 테오, “수고했어 오늘도”라고 따뜻한 말을 건네며 “고마워요, 아름다운 사람들”을 외치는 ‘엘리펀트 박스’의 서커스단 사람들, 히라노 게이치로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 ‘공백을 채워라’가 전하는 소멸될지도 모를 상황에서야 소중함이 절실해지는 순간들에 대해 탐구….

비슷해 보이는 풍경에 대한 평가는 소름끼치는 ‘갑질’과 무신론자, 오만한 마술사, 돈 밖에 모르는 서커스단장, 질투에 사로잡힌 피에로, 3년 만에 살아 돌아온 가장마저 눈물 흘리게 하는 ‘선의’ ‘배려’ ‘사랑’으로 극명하게 나뉜다.

‘손수’ 접은 장미, 편지로 표하는 정성을 “반갑습니다”라도 불러야할 듯한 풍경으로 둔갑시키는 차이는 ‘진심’의 유무다. 남녀 관계가 ‘사랑’과 ‘성폭력’으로 극명하게 갈리는 지점과도 같다.  

 

- 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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