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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고소기간 1년’ 특례 때이른 폐지…대법 “특례 적용가능”

입력 2018-07-13 13:05

친고죄(親告罪) 중에서도 성범죄에 대해서는 고소기간을 6개월이 아닌 1년으로 하는 특례규정이 삭제된 채 후속 입법이 늦어져 처벌 공백이 발생한 때에도 특례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61)씨의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 판결한 원심을 깨고 전부 유죄 취지로 사건을 인천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김씨는 2013년 2월∼3월 인천의 한 빌딩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면서 같이 일하던 미화원 A씨를 수차례에 걸쳐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또 2012년 9월 또 다른 미화원 B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도 받았다.

A씨는 성범죄 고소기간 특례규정이 삭제되기 전에 고소했지만, B씨는 특례규정이 삭제된 후인 2013년 8월 27일 김씨를 고소했다.

명예훼손처럼 피해자가 직접 고소해야 처벌이 가능한 친고죄는 통상적으로 고소기간이 6개월이다. 친고죄로 분류됐던 성범죄에 대해서는 고소기간을 1년으로 두는 특례규정이 있었는데, 이 조항이 2013년 4월5일 삭제됐다.

이는 성범죄를 친고죄에서 아예 제외하기로 한 점을 고려한 것이었다.

성범죄가 친고죄에서 빠지면 특례규정도 필요 없기 때문이었는데, 문제는 성범죄를 친고죄에서 제외하는 입법이 2013년 6월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특례기간이 삭제된 뒤 2개월가량 처벌 공백이 생긴 셈이다.

B씨가 이런 공백기에 김씨를 고소했다. 고소 당시 B씨는 성추행을 당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1년은 안 됐던 상황이었다.

특례규정이 효력을 완전히 잃었고 고소기간은 통상대로 6개월 이내여야 한다고 판단한다면 B씨가 고소한 사건은 공소기각 결정이 나와야 한다. 특례규정을 그대로 인정한다면 B씨의 피해사례로도 김씨를 처벌할 수 있다.

이는 재판에서도 쟁점이 됐고, 하급심에서는 엇갈린 판결이 나왔다.

1심은 특례규정이 여전히 적용되는 것으로 판단해 A씨는 물론 B씨에 대한 강제추행 모두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고소기간이 6개월이라고 판단하고 김씨가 B씨를 강제추행한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기각 결정했다. 형량도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B씨의 고소도 적법한 고소기간 내에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특례규정을 삭제한 것이 성범죄 고소기간을 다시 6개월로 돌려놓으려는 게 아니라 친고죄 폐지를 염두에 둔 것이므로 입법 공백기에도 고소기간은 1년으로 그대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형법상 친고죄 조항이 삭제된 것은 친고죄로 인해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합당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피해자에 대한 합의 종용으로 인한 2차 피해가 야기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친고죄 조항 삭제로 유지할 실익이 없게 돼 삭제된 특례규정의 개정경위와 취지를 고려하면 친고죄인 성범죄의 고소기간은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1년’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강진 기자 jin90g@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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