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비바100] 한국형 시리즈 영화 '봇물'… '환영vs피로'

2000년대 초반 충무로에 범람했던 시리즈물과 다른 출발
흥행과 별개로 1,2편 동시제작...개봉까지
프리퀄과 스핀오프등 할리우드 시스템 가능성 열려

입력 2018-07-16 07:00
신문게재 2018-07-16 9면

Untitled-5

 

한국 영화계에 프랜차이즈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몇년 간 지속되고 있는 충무로 시리즈물 트렌드는 과거 ‘투캅스’ ‘여고괴담’ ‘가문의 영광’과는 사뭇 다른 경향을 띠고 있다. 사전 기획된 진일보한 소재와 장르, 컴퓨터 그래픽(CG) 등 새로운 시도를 통해 관객들의 호기심을 더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2018년 상반기 흥행 영화 10위권에는 시리즈 영화가 다수 눈에 띈다. 

 

지난달 13일 개봉한 ‘탐정: 리턴즈’는 전작 관객수(262만명)를 뛰어넘으며 개봉 3주만에 310만명을 극장으로 끌어 모았다. 주연 배우 오달수의 미투폭로로 극장에서 빠르게 자취를 감췄던 ‘조선명탐정’시리즈의 3편인 ‘흡혈괴마의 비밀’조차 240만명의 관객을 만나며 10위에 안착했다. 

 

문화톱
영화 '신과함께: 인과 연'(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하반기에 맞붙는 영화들은 더욱 치열하다. 3부작으로 기획된 ‘마녀’는 200만 관객을 동원하며 막판 극장 흥행 중이고 ‘신과함께’ 2편 ‘인과 연’은 8월 1일 개봉을 앞두고 시리즈물 최초 ‘쌍천만 영화’의 가능성을 열어 놓은 상태다.

 

 

◇할리우드 영화,형보다 나은 아우들의 반란

 

극장 성수기인 여름방학 시즌을 공략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은 일찌감치 자신만만한 대진표를 내놨다. ‘앤트맨’ 2편인 ‘앤트맨과 와스프’는 지난 4일 포문을 열고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흥행 중이다. 

 

마블 10주년 히든카드답게 350만 관객을 돌파했다. 바통은 14년만에 돌아온 ‘인크레더블2’가 이어받는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에 따르면 북미 지역에서 지난달 15일 개봉한 뒤 개봉 4주 만에 1편의 흥행 수익 2억6000만 달러의 배에 달하는 5억 달러 흥행 수익을 기록했다. 슈퍼히어로 가족을 주인공으로 18일 국내 개방을 앞둔 이 영화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남녀의 역할이 바뀌고 세계적인 정치 이슈를 담는 등 색다른 재미를 담는다. 

 

톰 크루즈 주연의 액션영화 ‘미션임파서블: 폴 아웃’은 아예 전세계 최초 개봉(25일)을 한국에서 한다. 시리즈물 누적 관객수만도 2000만명이 넘을 정도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 대한 국내 관객들의 충성도는 남다르다. 

 

10년만의 후속작으로 돌아온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2’도 흥행복병이다. 전작이 모녀 사이의 애틋함을 기반으로 잊고 있었던 사랑의 감정을 불살랐다면 2편은 아예 세월을 돌려 청춘의 찬란함을 다룬다. 전편의 오리지날 캐스팅과 여름에 걸맞는 이국적인 풍광이 국내 관객들을 유혹한다. 

 


◇ 흥행영화? 관객들의 친숙함 노려라

 

문화톱
최근 3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탐정:리턴즈’(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국내 시리즈물의 도래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전작의 흥행에 따라 비슷한 이야기의 후속작들이 쏟아져나왔다. 기존 캐릭터를 유지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덧붙이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완성도에서도 ‘형만한 아우’가 없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시장이 변한 건 최근 몇년 사이다. 

 

온라인 스트리밍 방식이 콘텐츠 소비 수단으로 안방에 자리잡고 신규 관객 유입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이에 다시금 전문가들은 영화의 흥행세에 ‘관객들의 친숙함’이 주는 중요성을 주목했다. 

 

문화톱1
박정민X류승범의 캐스팅을 확정지은 ‘타짜3’. 2편에는 신세경,최승현,이하늬등이 출연했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요즘 시리즈물이 나오는 가장 보편적인 이유는 1편의 배우나 소재, 제목에 대한 인지도가 있는 관객들을 겨냥하는 것이 안전하기 때문”이라면서 “영화의 순기능적인 입장에서는 새로운 영화들이 제작되는 게 옳다. 하지만 흥행면에서 ‘영화를 볼 관객들이 찾는 영화’를 무시할 수는 없다. 작품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알고 있고 영화관에서 1편을 본 관객들은 2편을 볼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영화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시리즈물의 안정성을 무시할 수 없다. 전편의 부족함과 경험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다음 편 영화의 제작규모와 개봉 시기를 조율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작시장도 훈풍이 돌고 있다. 최근 ‘타짜3’는 연기파 배우 박정민과 류승범의 캐스팅을 확정했다. 여자 캐릭터의 노출수위와 인지도로 인해 난항을 겪어왔지만 이번 캐스팅으로 탄력을 받은 상태다. 

 

‘해적2’,‘신의 한수2’를 비롯해 지난해 기록적인 흥행을 기록한 ‘범죄도시’까지 시나리오 작업을 끝내고 배우들의 스케줄을 조율 중이다. 학원공포물로 인기를 끌었던 ‘여고괴담’ 6번째 시리즈도 9년 만에 제작에 돌입했다.  

 

한 국내 배급사 관계자는 “당연한 수순으로 속편 제작에 들어간다고 보는 건 오산이다. 1편의 인기를 업고 관객들의 기대치를 맞추는 수준으로 가려면 아예 제작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면서 “캐릭터 자기복제와 소재의 익숙함을 뛰어넘어야 한다. 또 재미와 완성도는 기본으로 기다림을 극복할만한 요소를 갖춰야 하기에 더욱 어려운 작업”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극장에서 볼 사람은 본다, 기획부터 시리즈화 

 

문화톱7
2편 ‘신과 함께-인과 연’에서 실질적인 주인공 역할로 나오는 김동욱.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올해 초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7년 한국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연 평균 4편 이상의 영화를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지난 2013년 연 관람객이 2억명을 돌파한 이후 인구 대비 정점에 이르렀다고 분석하고 있다. 

 

대한민국 영화 역사상 최초로 1, 2편을 동시에 제작한 영화 ‘신과함께’ 제작사 리얼라이즈 픽쳐스의 원동연 대표는 “이것을 단순히 세대의 문제, 나이로 구분 지을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이른바 극장을 가지 않고 온라인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세대를 일컫는 ‘넷플릭스 제네레이션’(Netflix Generation)의 등장이 도리어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의 필요성을 대두시켰다”고 말했다. 점차 떨어지는 출산율, 신생 관객들 확장이 어려운 현실이 도리어 한국형 시리즈를 만들어야 할 시기라는 전언이다. 

 

‘신과함께’ 시리즈는 주호민 작가의 인기 웹툰을 토대로 한다. 죽은 김자홍(차태현)이 저승차사와 함께 7개 지옥을 거치며 재판받는 과정을 그린 1편 ‘신과함께-죄와벌’(2017)은 144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흥행 순위 2위에 올랐다.  

 

movie_image (8)
영화 ‘마녀’의 한 장면.(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원 대표는 “다행히 이 영화가 프리퀄 (전편보다 시간상 앞선 이야기)이나 스핀오프(파생작)를 낼 수 있는 소재인데다 판타지 장르여서 여러 가지를 놓고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신과함께-인과연’은 마지막 49번째 재판을 앞둔 저승차사들이 그들의 천년 전 과거를 기억하는 성주신을 만나 이승과 저승, 과거를 넘나들며 잃어버린 비밀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박훈정 감독의 ‘마녀’는 처음부터 속편을 염두에 두고 제작됐다. 영어로 ‘Part 1. The Subversion’(전복)이라는 부제를 달아 초반부터 시리즈의 시작을 알렸다. 

 

2015년 개봉한 ‘탐정: 더 비기닝’은 제목부터 2편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당시에는 드물었던 추리물이라는 장르와 배우들의 싱크로율이 사전 시사회를 통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마케팅 단계에서 ‘시리즈를 염두에 둔 작명’이 탄생했다.

 

이에 대해 제작사 크리픽쳐스의 정종훈 대표는 “한국영화의 경우 원작을 기반으로 한 작품보다 캐릭터 위주의 시리즈물이 대세였다. 냉철히 말하자면 ‘탐정’ 역시 영화적인 팬덤 덕분에 2편을 만들 수 있었다”면서 “이야기의 연속성과 다음 편에 대한 새로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은 항상 하고 있다. 지금도 여치를 연기한 이광수의 활약으로 3편에 대한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이 역시 관객들이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리즈가 계속 될 수록 높아지는 관객들의 피로도는 일찌감치 할리우드에서 스핀오프, 프리퀄이란 이름으로 환기돼 왔다. 영화 관계자들 역시 마블시리즈에 익숙한 국내 관객들이라면 별다른 간극없이 받아들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주연배우의 위기가 도리어 새로운 영화의 출발로 이어지기도 한다. 국내에서 설날 극장가에서 성공한 프랜차이즈 영화로 꼽혔던 ‘조선명탐정’ 관계자는 “주인공의 주변에서 출발하거나 아예 시점을 달리해 새로운 캐릭터를 넣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