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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초대석] 김진수 연대 교수 "필요 이상 보장하는 복지는 안돼"

초기단계부터 임산부 지원해야 출산률 물론 국가경제에도 도움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정략적 왜곡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입력 2018-07-20 07:00
신문게재 2018-07-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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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교수는 ‘필요 이상의 목지’가 남발되지 않도록 정부의 적정성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제공=김진수 교수 연구실

“우리 재정 형편상 ‘필요 이상의 복지’를 보장해선 안됩니다. 보장의 ‘적정성’ 판단이 중요한 때입니다.”



복지정책 전문가인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브릿지경제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복지정책에 따끔한 일침을 놓았다. ‘재탕식’ 저출산 대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초기단계부터 임산부에 대한 폭 넓은 총괄 지원을 강조했고, 우리 성장 속도에 맞는 보장의 적정성을 역설했다. 국민연금·공무원연금 고갈 문제 해결을 위한 세대간 ‘부담 공유’가 필요하다면서 기본 소득제의 조기 시행에는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국민연금이 도입키로 한 스튜어드십코드와 관련해선 불필요한 정치적 간섭이 우려된다며 중립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최근 ‘일하며 아이 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위한 핵심과제’를 발표했습니다. 고용보험 미가입자 출산 지원금 및 미혼모·사실혼 부부 지원, 아동 의료비 무료화와 더불어 만 8세 이하 자녀 부모의 유급 근로시간 단축 및 남성 출산휴가 확대 등이 핵심입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저출산 고령화는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된 추세입니다. 우리는 그 속도에 심각성이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릅니다. 최근 대책은 기존 대책의 확대 수준으로 보입니다. 저출산의 원인은 수도 없는데 우리 정책은 일부 재정 지원으로 가능하다고 본다든지 하는 ‘한계’를 보입니다. 이번에도 근본적인 답은 안 될 것 같습니다. 고용보험 미가입자 출산 지원금을 경제활동자에 한해 지원한다든가 미혼모나 사실혼 부부를 지원한다면 아동의료비 무료화가 아니라 당연히 임신부터 챙겨야 하는 게 당연합니다. 임신 여성의 건강검진부터 무료화해야 합니다. 아동 의료비 무료화나 만 8세 이하 자녀 부모의 유급 근로시간 단축, 남성 출산휴가 확대 등은 정말 일부 공공기관이나 공무원에나 해당되는 정책이고요. 아주 단기적 관점에서 반짝 효과를 기대할 순 있을 겁니다. 

 


- 그렇다면 어떤 저출산 정책이 필요할까요? 선진국 정책 가운데 권할 만한 것이 있다면 제시해 주십시오.

선진국의 저출산 정책은 기본적으로 재정적 지원에 그치지 않고, 종합적이고 광범위한 서비스를 포괄합니다. 임산부에 대한 출산수당이 권할 만합니다. 선진국은 임산부의 병원 방문 및 진단 자체가 무료입니다. 의사 진단을 전제로 임신 중 3번 방문하면 150만원, 2번 하면 50만원, 1번 하면 거의 수당이 없는 체제로 운영됩니다. 출산 수당을 단순한 ‘지원’으로 보는 게 아니라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은 물론 거시적으로는 장애아 출산 예방과 연계해 국가 경제에 오히려 이익이 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 복지정책에 따르는 재정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 정부는 보편적 복지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우리 재정 형편상 가능할지요?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는 제도 성격에 따라 이미 구분되어 있어요. 사회보험은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니 보편적 복지라고 할 수 있고, 공적부조는 빈곤 계층만을 대상으로 하니 선별적 성격입니다. 최근의 논란은 사회수당적 성격의 기초연금과 아동수당, 무료급식 등입니다. 사회수당은 실제 대상을 구분 않고 국가가 세금으로 재원을 조달하므로 재정 부담이 매우 큽니다. 이런 제도는 제도 성격에 따라 정책적 접근을 달리해야 합니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이 성숙되면 빈곤 문제가 점차 해소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연금과의 연계를 통한 통합을 고려해야 할 것이고, 아동수당은 장기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에서 어느 수준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고려가 있어야 합니다. 사회복지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정책 결정 원칙은 가장 소외된 계층을 우선 배려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보장의 적정성도 중요합니다. 이제 필요 이상의 보장은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적정성을 확보하고 복지 제도 자체의 효율성을 추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 고령화에 따라 연금 고갈시기가 앞당겨진다는 우려가 높습니다. 공무원연금·국민연금의 개혁 목소리도 큽니다. 지속가능한 개혁 방안을 알려주십시오.

우리 공적연금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는 부담한 수준보다 너무 많이 보장되는 구조에 기인합니다.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은 더욱 심각합니다. 재정부족 대책과 형평성 확보 측면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공무원연금의 개혁 실패는 기득권 계층의 강력한 저항 때문입니다.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는 동일한 세대가 전체 재정을 중립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현세대가 남긴 적자를 후세대에 전가할 것이 아니라 동일한 세대 내에서 소득재분배를 통해 해결하자는 것입니다. 둘째는 부담한 보험료에 비해 현재 연금을 너무 많이 받는 세대 즉, 재정적자와 고갈의 일차적인 원인 제공자도 일부 동참해야 합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합헌 판결이 난 부분이므로 위헌 운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 고령화에 따른 노인빈곤 문제도 심각합니다. 노인일자리가 대안으로 거론되는데 어떤 해법이 있을까요?

경제활동 가능연령 대비 65세 이상 노인인구수를 나타내는 ‘노인부양률’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이런 용어부터 더 이상 쓰지 말아야 합니다. 노인을 잘 구분하면 경제활동 가능 및 경제력이 있는 계층, 병약하고 경제력이 없는 계층이 각 3분의 1, 둘 중에 하나가 부족한 계층이 3분의 1입니다. 앞의 계층은 명예를 필요로 하고 리더로서 역할을 목적으로 삶을 영위하는 경향을 보이는 ‘Active Aging’입니다. 둘째 계층은 약간의 비용으로 충분히 다른 노인을 돌볼 수 있다는 점에서 ‘노노(老老)케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젊은이의 일자리를 빼앗지 않고 노인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영역으로의 활발한 진출이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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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교수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과 관련해 “정략적 목적으로 왜곡 운영되어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제공=김진수 교수 연구실

- 온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의 구체적인 개혁 방향을 제시해 주시지요. 또 현 정부가 국민연금에 도입하려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해 ‘관치’라는 비판도 있는데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십니까?

투자의 기존 원칙은 수익성, 안정성, 공공성입니다. 수익성과 안정성은 상호 대비되는 성격이라 어떻게 조화할 것인가에 대한 전문성이 필수적이지요. 일반 민영기금과 달리 국민연금기금은 국가 경제에 해가 되면 안된다는 중요한 전제 조건을 갖고 운영되어야 합니다. 투기적 목적으로 활용해도 안되고, 정략적 목적으로 왜곡 운영해도 안됩니다. 그런 점에서 국민연금기금이 기업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주려는 목적이라는 것에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연금기금이 주주권행사에 있어 정권의 목적에 이용당하는 위험성이 높다는 점에서 단순히 판단할 것이 아닙니다. 중립성이 확실하게 담보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견제가 필요합니다. 즉, 명목보다는 실제 운영의 건전성이 담보되어야 할 것입니다. 

 


- ‘문재인케어’로 국민건강보험 보장 범위가 확대되는데, 그 재원을 건강보험 적립금을 헐어 쓸 계획으로 알려져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문재인케어에 대한 평가와 건보 운영 방안에 대한 고언을 부탁 드립니다.

고령화로 나타나는 거대한 장벽은 노후보장을 위한 연금과 보건 의료비라 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케어에 있어 의료비용 절감을 위한 조치는 필수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모든 질병에 대해 일괄적으로 하기 보다는 단계 확대 노력도 바람직합니다. 다만, 동시에 지역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인하조치가 바람직한지에 대해선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어요. 부담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무리한 부담을 지우는 제도적 문제는 해결해야 하지만, 소득을 숨기는 사람에까지 면죄부를 주는 것은 또 다른 형평성 시비가 있을 수 있어요. 특히 이번 조치로 지역가입자의 약 40%가 초저 보험료 1만 3100원을 부담하고, 실제 건강보험 기금의 고갈을 크게 앞당길 것이라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이는 보험료 부담을 낮추는 바람에 발생하는 재정 적자로, 의료 보장성과는 관련성이 낮습니다.


- 기본소득제가 스위스에서는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바 있습니다.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낙관론과 물가 상승 등으로 실질 구매력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공존합니다. 교수님은 소득보전보다는 지출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압니다. 궁극적으로 복지정책이 나아갈 곳이 기본소득제인지 궁금합니다.

기본소득제를 도입해 운영하는 나라는 사실상 없습니다. 기본소득제는 사회복지에 있어 ‘혁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료비용을 모든 국민이 부담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며, 모든 현금 보장에 있어 일정 수준 이하는 기본소득이 이를 모두 흡수하고 포괄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건강보험에서 본인부담이 없어야 기본소득은 의미를 갖습니다. 의료비용을 기본소득에서 지출하게 되면 기본소득 자체가 의미를 상실하게 됩니다. 또 공적부조보다 높은 기본소득이 존재해야 역할이 작동할 수 있습니다. 기본소득제도는 우리의 논의 대상이기보다 선진국의 최종 복지 단계에서 논의될 사항입니다. 우리의 기본소득제는 국제적으로 선진국에서 논의되는 기본소득제도와는 다른, 일종의 수당 정도 수준에 불과해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현재의 사회복지체제에 대한 견고하고 건전한 발전에 더 관심을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김윤호 기자 uknow@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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