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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철 일상 탈출, 피임 탈출은 ‘안돼요’

경구피임약, 생리시작 첫날부터 복용해야 … 콘돔 착용 등 병행 ‘이중피임’ 중요

입력 2018-07-2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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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구용 피임약을 장기간 복용하면 나중에 임신이 잘 되지 않는다거나, 기형아 출산 위험이 높다는 말은 근거 없는 낭설이다.
7~8월 여름 휴가철은 1년 중 피임약이 가장 많이 팔리는 시기다. 휴가철 물놀이 등을 위해 생리 주기를 조절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분위기에 취해 예상치 못하게 발생하는 임신을 피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바캉스 베이비’라는 말이 있듯이 휴가철엔 유독 계획하지 않았던 아기가 잘 생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조사결과 응급피임약 처방이 가장 많은 시기는 여름 휴가철이었고,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직후가 뒤를 이었다.



성관계 후 여성의 질 밖에서 사정하는 체외사정법과 배란일을 피해 성관계를 하는 월경주기법은 피임성공률이 70%대로 낮아 최근엔 피임법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체외사정법은 사정 전 남성의 성기에서 나오는 소량의 쿠퍼액만으로도 임신할 수 있어 위험하다. 또 정자 중 일부는 여성의 생식기관 내에서 1주 이상 생존하므로 배란일이 여러 원인으로 불규칙하게 변하면 피임에 실패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가장 보편적이고 널리 알려진 피임법은 남성용 콘돔이다. 박찬우 제일병원 산부인과(난임생식내분비과) 교수는 “콘돔은 피임 성공률이 82~98%로 비교적 높고 구입과 사용이 쉬운 피임법”이라며 “의학적 부작용이 없고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같은 성매개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남성이 성관계시 느낌이 덜하고 번거롭다는 이유로 콘돔 착용을 꺼리는 실정이다. 쾌감을 위해 콘돔에 오일 성분 윤활제를 바르면 오일이 콘돔의 라텍스 성분을 녹여 구멍이 나거나 찢어질 수 있다.

정자가 지나는 길인 정관을 잘라서 묶어 정자가 정액 내에 포함되지 않게 하는 정관수술은 98% 정도의 피임성공률을 보이지만 젊은 미혼남성에게는 권장되지 않는다. 차후 아기를 갖길 원할 때 묶었던 정관을 풀 수 있지만 임신이 100% 가능한 것은 아니다. 정관수술 후 몸 안에서 만들어진 정자는 배출되지 못하고 부고환에서 흡수되는데 이로 인해 간혹 항정자항체(antisperm antibody, ASA)가 생겨 임신이 되지 않기도 한다. 정관절제술 후 10년 이내에 정관복원술을 받을 경우 임신율은 아내의 나이 등 여러 원인을 고려할 때 65% 정도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경구용 사전피임약은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 및 프로게스테론 유사체를 주성분으로 하는 호르몬복합제로 배란을 억제하고, 자궁내막을 위축시키며, 경관을 끈적한 점액으로 막아 임신을 방지한다. 21일간 매일 한 알씩 복용하다가 7일간의 휴약기를 갖고 8일째 다시 복용하면 된다. 피임률이 91~99%로 콘돔보다 우수하고 규칙적인 생리 주기, 생리통 감소, 생리량 조절, 비정상 질 출혈 개선 등 효과도 볼 수 있다. 장기간 복용하면 나중에 임신이 잘 되지 않는다거나, 기형아 출산 위험이 높다는 것은 근거 없는 낭설로 알려져 있다.

피임약은 생리 시작 첫날부터 복용을 시작해야 생리주기 조절은 물론 피임 효과를 제대로 얻을 수 있다. 생리 첫날부터 복용하지 않고 생리주기 중간부터 복용할 경우 안전한 피임 효과를 위해 일주일 이상은 콘돔 등 다른 피임법을 병행해야 한다.

다만 피임약은 성병을 예방할 수 없고 매일 같은 시간을 먹어야 해 다소 불편하다. 35세 이상 여성이나 흡연자는 경구피임제에 들어 있는 에스트로겐이 혈전을 생성해 중증 동맥혈전색전성질환,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당뇨병·고혈압·심혈관계질환·하지정맥류·간질환·담낭질환·백혈병 등을 앓고 있거나, 에스트로겐 유도성 유방암 가족력이 있거나, 고도비만인 여성은 피임약 복용이 권장되지 않는다.

사후 응급피임약은 예정에 없던 관계 후 임신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체내 여성호르몬 농도를 단시간에 급증시켜 착상을 방해한다. 관계 후 72시간 내에 전문의의 처방을 받아 12시간 간격으로 2회 복용하면 된다. 복용 시점에 따라 성공률이 천차만별인데 24시간 안에 투여하면 피임성공률이 약 95%이지만 24~48시간 내엔 약 85%, 48~72시간엔 58%로 급감한다. 72시간이 지난 뒤 복용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박찬우 교수는 “사후피임약은 사전피임약보다 8배 많은 고용량 호르몬이 함유돼 복용시 메스꺼움, 구토, 두통, 피로, 불규칙한 출혈이 동반될 수 있다”며 “오·남용할 경우 호르몬 분비가 불균형해지면서 배란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어 전문의와 상담 후 처방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임주사는 허벅지나 복부 피하에 프로게스테론 성분을 주입하는 것으로 난포의 발달과 배란을 막고 자궁내막을 얇게 해 피임 효과를 낸다. 하지만 성병은 막을 수 없고 2년 이상 사용시 골밀도가 감소할 수 있다. 드문 확률로 월경불순, 복통, 복부불편감, 두통, 무력증, 탈모 등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루프는 자궁내 피임장치로 정자와 난자가 난관에서 서로 결합하는 작용을 방해해 수정란 착상을 막는다. 피임 성공률은 97% 정도로 한번 시술 후 효과가 3~5년 유지되며 임신을 원할 때 제거하면 된다. 다만 성병 예방 기능은 없고 삽입시 통증과 염증이 동반되거나 월경과다, 월경통증, 비정기적 출혈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박찬우 교수는 “성병, 골반염, 에이즈, 자궁경부암의 원인인 HPV 감염 등 성매개 감염을 예방하고 피임을 더욱 확실히 하려면 콘돔과 함께 다른 피임법을 병행하는 이중피임법(Dual method)을 실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정환 기자 superstar@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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