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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불법촬영 공포에 귀 기울여달라

입력 2018-08-12 11:00
신문게재 2018-08-13 19면

기자수첩-서예진
서예진 정치경제부 기자

불법촬영물에 대한 여성들의 공보와 분노가 더 커지고 있다. 이달 4일 광화문광장으로 옮겨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에서는 역대 최고 인원인 7만명(주최측 추산)이 모였다.



앞선 집회에서 비판 받은 인신공격성 구호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거움에도 역대 최고 인원이 참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명 ‘몰래카메라’라고 불리는 불법촬영물에 대한 공포가 가시화된 것은 3년 전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에 불법촬영물이 올라오고 있다는 사실이 공론화되면서다.

불법촬영물의 범주가 자취방, 화장실, 직장 등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장소에도 침범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많은 여성들은 공포에 떨기 시작했다.

특히 이 같은 공포는 공중화장실 이용 모습 변화에서 느낄 수 있었다. 여성들이 화장실 문에 생긴 ‘드릴자국’을 보며 ‘이 안에 나를 촬영하는 카메라 렌즈가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불안감이 생긴 것이다. 관련 글을 찾아보면 공중화장실에 갈 때마다 휴지 같은 것으로 구멍을 막는다는 이야기를 적잖이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그런 작은 구멍 안에는 카메라가 없으니 불안해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러나 공포에 떨다 못해 분노하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그런 ‘충고’는 먹히지 않을 따름이다. 결국 많은 여성이 광장에 모인 것도 공포에 기인한 분노 때문이다.

이제 정부와 정치권은 공포를 없애 달라 호소하는 목소리에 ‘그런 일은 없다’고 일축하는 것은 그만해야 한다. 수 많은 여성들이 불안감 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나의 일상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라는 여성들의 외침을 듣고 불법촬영 예방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서예진 정치경제부 기자 syj.021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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