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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김지운 감독 "영화 '인랑' 분명히 재평가 될 것"

집단에 부딪히는 개인의 고뇌 담은 '인랑'후회없어
내 영화 대부분, 나중에 회자되는 편
'인랑,'아픈 손가락 아닌, '아끼는 손가락'

입력 2018-08-15 21:26

김지운
그는 “내 다른 영화들처럼 재평가 될 것”이라며 ‘인랑’에 대해 만족도를 표했다.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

 

“SF를 보러 왔는데 로맨스가 웬 말이냐고 하는데 멜로가 나쁜 건 아니잖아요?”



그 누구보다 김지운 감독 다웠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고 흥행 타율도 나쁘지 않은 그 였다. 하지만 뚜껑을 연 ‘인랑’의 반응은 흡사 재앙에 가까웠다. 제목을 빗댄 우스갯소리와 평점 테러가 쏟아졌다. 누가 봐도 보지 않고 1점을 매긴 듯한 말장난이 댓글로 달렸다. 

 

과거 ‘다크나이트’와 맞붙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처럼 하필이면 ‘미션 임파서블: 폴 아웃’과 개봉일이 같은 것도 한 몫한 걸까. 160억 대작의 ‘인랑’은 89만명이라는 관객수로 힘겹게 싸움 중이다.

“미국에서 만든 ‘공각기동대’의 리메이크작만 1000억이 들었어요. 할리우드로 치면, 인디영화, 저예산 SF인거죠.(웃음)적어도 세트장과 의상, 비주얼적인 면에서는 후회없어요. 집단에서 벗어난 개인의 자각, 시스템을 깨고 나가려는 한 인간의 고뇌를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 배우들의 덕을 많이 봤죠.” 

 

김지운
영화 ‘인랑’의 김지운 감독(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
현장에서 디테일하기로 유명한 김 감독은 40Kg 수트를 배우에게 입히고 마스크 안에서도 표정이 읽히는 연기를 주문했다.

그런 그에게 강동원은 충실한 조력자였고 한효주 역시 수려한 태를 살리며 영화의 완성도를 더했다.

그는 “내 세대가 5.18과 백골단의 존재를 경험했지 않나. 부당한 명령을 받은 사람들의 트라우마를 어떻게 구원할 것인가를 풀어내는 게 숙제였다”고 운을 뗐다.

집단에 부딪히는 개인의 이야기를 멜로로 접근해 서브로 접근한 점이 “왜 지적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사실 살다 보면 보수나 진보의 구분은 무의미하더라고요. 결국 그들의 진영 싸움이니까요. ‘인랑’을 찍으면서 자유로운 지식인들을 압박하고 그걸 강요하는 사회를 깨달았으면 하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남산타워에서 그들이 탈출을 하려고 몸을 묶잖아요? 한 몸이 되어 정서적 교감을 하는 주인공들을 보여주는 한편 관객들이 시스템에 길들여지지 않고 그들처럼 유리창을 깨고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랄까요.”

김지운 감독의 의도는 단순했다. 영화의 원작인 ‘인랑’이 가진 디스토피아적 분위기를 무작정 살리기보다 ‘집단적인 강요’가 주는 묵인에 주목했던 것. 늑대가 된 인간을 뜻하는 ‘인랑’의 의미를 곱씹게 만드는 엔딩은 원작자도 감탄한 재해석이라고.

김지운 감독은 데뷔작 ‘조용한 가족’부터 ‘달콤한 인생’, ‘쓰리’, ‘악마를 보았다’ 등 당시에는 흥행하지 못했지만 내내 회자되는 영화를 만드는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 누구보다 광기어린 영화를 찍어왔던 그이기에 할리우드 시스템에서 겪은 경험이 ‘준비된 인간’으로 거듭났음을 숨기지 않았다.

“지금처럼 표준계약서가 있기 전에 세부적인 조합과 항목들을 다 지켜가며 찍는 게 적응되지 않았어요. 그 안에서 최대한의 창의력을 발휘하려면 감독이 완벽해야 하더라고요.(웃음) 그동안 단편도 많이 찍고 겹치지 않은 장르를 만들면서 20년 동안 ‘시도’만 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의 10년은 나를 완성하고 정리하고자 해요. ‘인랑’이 아픈 손가락이냐고요? 아끼는 손가락이죠. 제 다른 영화들처럼 재평가 되리라 믿어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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