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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공유주방서 조리만 하세요…골치아픈 경영 제가 맡을게요”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임태윤 심플키친 대표

입력 2018-08-20 07:00
신문게재 2018-08-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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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주방을 아시나요”



공유 차량, 공유 경제는 들어봤어도 공유주방은 생소하다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공유주방은 미국과 유럽은 물론 가까운 중국에서도 많이 알려졌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하지만 생소한 공유주방으로 ‘스타트업’의 꿈을 키워가는 열정 가득한 청년이 있다. 임태윤 심플키친 대표가 주인공이다.

공유주방은 말 그대로 주방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차량을 빌려 쓰듯 일정한 비용을 내고 주방을 빌려 사용하는 방식이다. 임 대표는 이 같은 공유주방이 외식 창업자의 초기 비용 부담을 줄여줘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 등 외국에서는 많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초기 창업 비용도 줄일 수 있어 좋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데 시장 수요는 검증했다고 봅니다. 공유주방을 통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식 사업자의 리스크를 줄여주고 싶었습니다. 제가 요리를 좋아한 점도 사업 시작의 중요한 동기이기도 합니다.”

임 대표는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사업으로까지 확대한 청년 창업가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그의 나이 현재 25세이다. 그는 중고 시절을 캐나다·미국에서 보내고 경제를 전공으로 대학과 석사를 영국에서 마친 ‘유학파 재원’이다.

실제 국내 유명 증권사에서 인턴활동을 했고 입사 제안까지 받았다. 하지만 10년 이상 공들인 경제학이었지만 별 다른 흥미를 느끼기 어려웠다. 일을 할수록 요리에 대한 꿈이 커졌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이미 시장은 포화 상태인데다 경쟁은 더 심해져만 갔다. 높은 임대료도 가장 큰 벽이었다. 많은 멘토들을 만나고 시장조사를 하면서 외식업 창업보다는 외식업 창업 리스크를 줄여주는 공유주방에 눈을 돌렸다. 특히 이 과정에서 멘토이자 사업 동료인 석동진 심플키친 이사의 도움이 컸다.

“유학생활을 하는 동안 좋아하는 한식을 직접 요리하면서 요리에 대한 흥미가 높아졌습니다. 한국 증권사에서 일하는 동안 안정적인 느낌은 있었지만 뭔가 답답한 느낌이었습니다. 공유주방이라는 스타트업을 구상하면서 희열을 느꼈습니다. 분석을 통해 시장성은 검증됐다고 판단했고 무엇보다 관심 있는 일을 하는 게 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임 대표는 시장 조사를 하면서 특히 배달 업종에서 공유주방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주방을 공유함으로써 창업 비용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이를 위해 올해 2월 심플키친의 설립에 들어갔다. 법인명인 ㈜HAT Company(컴퍼니)의 앞 글자는 건강(health)과 맛(taste)의 영어 머리글자에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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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윤 심플키친 대표

 

공유주방 사업 계획으로 5월 신용보금기금에서 ‘스타트업2030’으로 8억원의 자금 지원도 받았다. 자금 여유도 생겼지만 사업성을 외부에서도 인정한 것 같아 더 뿌듯했다. 현재도 외부 투자자와 협의를 하고 있다.

심플키친은 입주자가 신청을 하면 심사를 거쳐 입주 여부를 결정한다. 입주자는 보증금 900만원과 월 사용료 180만원만 내면 된다. 보증금은 계약이 만료되면 전액 돌려준다. 심플키친 입주자는 개별 전용 공간에서 조리할 수 있다. 전화 주문과 배달, 결제, 세무 처리 등은 심플키친이 대신 해 준다.

현재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1호점을 운영하고 있다. 1호점에는 9개 업체가 입주할 수 있는데 현재 6개 외식 업체가 들어와 있다.

사업 직후에는 전화 주문, 배달대행, 정산만 대신해 주었지만 현재는 경영컨설팅과 레시피 관리, 외식 경영 전반에 대한 조언도 해주고 있다. 임 대표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매달 재무제표를 제공해 경영 분석을 해준다. 웬만큼 규모가 있는 외식 업소에서도 쉽게 받지 못하는 서비스다. 말 그대로 입주 업체는 조리에만 전념하게끔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다. 특히 각 업체별 매출과 수익을 정확하게 집계·공개하는 등 투명한 운영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샐러드를 만드는 입주업체 대표는 “조리에만 신경 쓰면 돼 편리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오는 10월 경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2호점을 낼 계획이다. 서울 강남 지역 못지않게 관악구의 배달 음식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신림점은 월 이용료를 현재보다 더 내릴 계획이다.

특이하게도 신림점은 건물주가 먼저 연락을 해 왔다. 그는 “건물을 신축하는 건물주가 새로운 사업을 생각하다 조언을 듣고 연락을 해 왔다”며 “심플키친이 조금씩 입소문을 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심플키친은 외식 창업자의 비용을 줄여준다는 취지에 따라 최근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역삼점(8월 31일까지)은 1년 계약 시 2개월 임대료 무료·2년 계약 시 5개월 임대료 무료 이벤트를 진행한다. 신림점(얼리버드 추가할인, 10월 개점 전까지)은 1년 계약 시 3개월 임대료 무료·2년 계약 시 6개월 임대료 무료 행사를 진행한다.

임 대표는 신림점 개점에 이어 내년에는 서울 송파구와 마포구에도 지점을 낼 계획이다. 향후 서울과 경기 지역에 10개 정도의 지점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사업 분야도 넓혀 입점 외식 업체와 협업한 케이터링과 조·중식 배달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심플키친 사업을 시작할 때만해도 안정적인 직장인이 되길 바랐던 부모님도 현재는 응원과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역시 사업을 하는 아버지는 자신의 경영 경험을 임 대표에게 알려주며 많은 힘이 되고 있다. 여기에 유학생 당시 고려대 교환학생으로 갔다 만난 현재의 여자 친구도 지지와 힘을 보태주고 있다.

이원배 기자 lwb2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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