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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뷰] 록의 위기라고? ‘록 윌 네버 다이’ 입증한 펜타포트·노엘 갤러거

입력 2018-08-19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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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천펜타포트록페스티벌

 

록이 위기라고 한다.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 슈퍼소닉, 밸리록 페스티벌 등 여름만 되면 한반도 곳곳에서 굉음을 울렸던 록페스티벌들이 하나, 둘 자취를 감추었다. 젊은이들이 EDM 축제에 몰리면서 대기업인 CJ E&M이 주최하는 록페스티벌의 양대 산맥 밸리록페스티벌도 기약없는 안녕을 고했다.



그럼에도 록큰롤 정신은 여전히 살아있다. 권위에 저항하고 억압에 반발하며 자유를 갈망한 청춘의 음악. 최근 열린 두 편의 록큰롤 공연에서는 여전히 록큰롤 정신을 기리는 수 만 명의 록마니아들을 만날 수 있었다.


◇혁오를 웃게 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슬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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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천펜타포트록페스티벌

 

11일 오후, 제 13회 인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이 열리는 인천 연수구 송도 국제도시 달빛축제공원 앞. 온몸에 ‘록 윌 네버 다이’라는 문신을 새긴 한 노인이 새하얗게 서리가 내린 장발을 휘날리며 공원 안으로 사라졌다. 섭씨 36~7도를 넘나드는 폭염도 록 스피릿 앞에서는 기세가 한풀 꺾인 듯 했다. 공원 곳곳, 상의를 벗어던진 청춘들은 온몸이 벌겋게 익은 채 작렬하는 태양빛을 온몸으로 마주했다.

록의 시대는 갔다는 한탄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주최 측인 예스컴에 따르면 10~12일, 사흘동안 열린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에는 총 8만 5천 명의 관객이 다녀갔다. 지난해 7만 6천 명의 관객 대비 9000명이 늘어난 셈이다.

관객 증가 요인은 국내 유일한 록페스티벌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여기에 펜타포트가 국내외, 신구세대 록그룹을 적절하게 초청해 라인업에 내실을 기한 것도 한 몫했다. 올해 펜타포트는 나인인치네일스,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 린킨파크의 마이크 시노다, 후바스탱크 등 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을 풍미한 ‘올드보이’들과 서치모스, 네버 영비치 등 최근 록큰롤 시장의 총아로 떠오른 신세대 밴드의 조화를 맞췄다. 국내 아티스트로도 자우림, 피아, 칵스와 새소년 등 신구록밴드들을 두루 초청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 초청된 록밴드는 총 70여팀에 달한다.

무엇보다 시선을 끌었던 건 ‘놀 줄 아는’ 관객들이었다. 40도에 가까운 날씨, 주최 측이 공연도중 살수차로 물을 뿌리긴 했지만 조금만 움직여도 탈진할 것 같은 더위였다. 그러나 음악에 취한 관객들 앞에서는 한낱 폭염일 따름이다. 어느덧 펜타포트의 상징처럼 자리잡은 ‘록페가/장난이야?/놀러왔어?!’ 깃발처럼 관객들은 쉼 없이 손을 흔들고 서로 몸을 부딪히는 슬램(slam·서로 몸을 부딪히며 즐기는 퍼포먼스)을 마다 않았다.

슬램은 12일 혁오의 무대에서 절정에 달했다. 서서히 땅거미가 지기 시작한 펜타포트의 마지막 밤, 둥글게 모여 앉은 관객들은 혁오의 음악에 몸을 앞뒤로 흔들다가 기차놀이를 하다 물총을 쏴댔다. 데뷔 후 처음으로 펜타포트 무대에 선다는 오혁은 “우리 공연에서 슬램을 보는 건 처음”이라며 “마치 생일 같아요”라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에 관객들은 생일 축하노래로 화답하는 센스를 보이기도 했다.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오혁은 마지막 곡이 끝난 뒤 “관객들과 사진 한 장 찍고 싶다”며 다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세기말부터 2000년대 초반을 달궜던 해외 헤드라이너들은 오랜만에 찾은 한국무대에서 관객과 온전히 호흡했다. 나인인치네일스는 관객석으로 돌진했고 린킨파크의 시노다 라이너는 무대 정중앙에 태극기를 달아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그는 관객에게 지난해 사망한 체스터 베닝턴의 이야기를 꺼내며 린킨파크의 히트곡 ‘인 디 엔드’(In the End)를 함께 부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더 리즌’으로 사랑받았던 후바스탱크의 보컬 더그롭은 제법 또렷한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전했다. 관객과 가수가 함께 호흡한 펜타포트의 무대에서 록은 살아있었다.


◇“당신은 영원한 치프” 4천7백 관객의 우렁찬 떼창, 노엘 갤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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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 갤러거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오아시스의 치프, 노엘 갤러거의 내한 공연의 함성과 열기는 펜타포트의 그것을 넘어선 듯했다.

 

노엘은 지난 16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개최된 ‘노엘 갤러거 하이 플라잉 버즈-스트랜디드 온 디 어스 월드투어’를 통해 2015년 안산 밸리록페스티벌 이후 3년만에 한국팬들과 재회했다.

어느덧 50대에 접어든 노엘은 여전히 모든 일에 무심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의 음악을 접하면 말과 행동은 ‘츤데레’(겉모습은 차갑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이를 일컫는 인터넷 용어)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이내 알게 된다.

그 가수에 그 팬이라고, 이날 올림픽홀을 가득 메운 4천 7백여 팬들 역시, 90여 분 내내 차원이 다른 우렁찬 떼창으로 달렸다.

“Do you miss me? I miss you too”

자신의 밴드 하이 플라잉 버즈와 함께 ‘포트 녹스‘(Fort Nox)로 포문을 연 노엘은 ’홀리 마운틴‘(Holy Mountain), ’킵 온 리칭‘(Keep on Reaching), ’잇츠 어 뷰티풀 월드‘(It’s a beautiful World), ‘인 더 헤드 오브 더 모먼트’(In the head of the moment), ‘이프 아이 해드 어 건’(If I had a gun), ‘드림 온’(Dream on)까지 7곡을 쉼 없이 내달린 뒤 예상치 못하게 달콤한 인사를 건넸다.

거침없는 독설로 유명했던 치프도 세월의 흐름과 함께 유연해진걸까. 그는 “여러분이 준 선물은 잘 받았다”며 “어떻게 이 선물들을 영국에 가져가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팬들에게 뜻밖의 선물을 전했다. 예정에 없었던 오아시스 시절의 히트곡 ‘슈퍼소닉’을 부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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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 갤러거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앞서 지난 7월 노엘의 친동생 리엄 갤러거는 트위터에 “노엘의 과거를 용서한다”며 “옛날 오아시스 멤버들과 함께 모이자”라고 재결합 가능성을 시사한 글을 적은 바 있다.

 

그는 이날 공연에서 “아직도 오아시스 시절 팬이 많은 것 같다”며 “그들을 위해 바친다”고 말했다.

노엘은 오아시스 시절인 2006년 처음 내한해 2009년, 2012년, 2015년에 이어 올해까지 총 5회에 걸쳐 내한 공연을 펼쳤다. 

 

3년에 한번씩 노엘을 만났던 한국팬들의 환대는 매 번 이전을 뛰어넘었다. 팬들은 본공연의 마지막 곡인 ‘AKA... 왓 어 라이프(What a Life)!’가 끝나자 당연하다는 듯 오아시스의 ‘리브 포에버’(Live Forever)를 부르며 앙코르 무대를 기대했다. 

 

굳이 ‘앙코르’라고 외치지 않아도 ‘리브 포에버’가 가수와 팬들만의 암호인 셈이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 하는 오아시스의 명곡 ‘돈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가 울려퍼진 뒤 마지막 곡인 비틀스의 ‘올 유 니드 이즈 러브’의 전주가 흐르자 팬들은 미리 준비한 ‘노엘 러브’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펼쳤다. 함박웃음을 지은 노엘은 “우리 3년 뒤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태극기를 단 재킷을 입은 채 다음 공연지인 일본으로 떠났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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