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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 칼럼] 이익집단은 번영의 적이다

입력 2018-09-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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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 컨슈머워치 사무국장

7월 말 폭염 속에 약사들이 거리로 나섰다. 8월 초 보건복지부의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를 앞두고, 편의점 약 판매를 막기 위해서였다. 보건복지부는 2017년 3월부터 편의점 판매 약 품목을 늘리기 위해 대한약사회 등과 함께 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강봉윤 대한약사회 정책위원장이 자해 소동을 벌이는 등, 약사들은 강한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다. 약사들은 ‘국민건강수호’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복약 지도가 없는 편의점 약 판매를 금지하고 세금으로 ‘공공심야약국’을 운영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택시기사들도 ‘카풀 금지법’이 9월 안에 통과되지 않으면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풀러스, 럭시 등 출퇴근 시간에 카풀 차량을 연결해주는 앱들이 활성화되자 택시기사들이 이를 막기 위해 나선 것이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출퇴근 시간에 유상으로 차량을 제공하는 것은 합법이다. 택시기사들의 반발로 2014년 우버가 금지됐고, 2016년 심야시간에 같은 방향의 승객들을 모아 전세버스를 운영하는 ‘콜버스’도 흐지부지 됐다. 택시기사들은 서울시와 함께 콜버스의 운행시간, 지역, 비용까지 일일이 간섭했고 결국 콜버스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공사업이 되어버렸다.

미국에서는 처방전이 필요 없는 약 3만여 개가 일반 슈퍼마켓에서 판매되고 있다. 처방전이 있는 약도 월마트와 타겟 등, 대형마트가 운영하는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더욱이 정부가 제공하는 메디케어보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약이 저렴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지난 7월 예일 대학의 조셉 로스 박사는 고혈압과 콜레스테롤 등, 심장과 관련된 약 중 월마트에서 판매하는 약값과 65세 이상에게 적용되는 정부 건강보험인 메디케어 프로그램을 비교한 결과, 월마트에서 약을 구입할 경우 더욱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대형 유통업체인 아마존과 월마트는 제약회사를 인수하는 등, 의약품 시장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법인 약국은 불법이다. 2000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내렸지만 국회가 법 개정에 나서지 않아 방치되고 있다.

2008년 우버가 시작한 승차 공유는 전 세계에서 활성화되고 있다. 중국의 디디추싱은 대리 운전 호출, 렌터카 호출, 기업용 차량 공유, 미니버스 호출, 자전거 공유 등 우버를 압도하는 서비스로 결국 우버차이나를 인수하고 중국혁신 기업으로 올라섰다. 말레이시아에서 시작한 승차공유 회사이 그랩도 2013년~2015년 사이,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진출해, ‘가난한 동남아에서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경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국내 원격 진료는 의사들의 거부로 2000년 첫 시범 사업 후 19년째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안경과 렌즈의 인터넷 판매도 대한안경사협회가 막고 있다. 에어비앤비도 기존 민박업자들의 반대로 일년에 120일만 운영할 수 있다. 쿠팡의 로켓배송도 불법이라며 한국통합물류협회에서 소송을 걸었다(2017년 1심에서 쿠팡 승소판결). 최근 다이소는 자발적으로 문구류 낱개판매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국문구공업협동조합 등 문구단체에서 다이소 때문에 매출이 감소했다며 다이소 규제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이익집단들의 반대로 혁신이 거부되고, 그 불편과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이 치르고 있다.

집단행동 연구 분야를 개척한 경제학자 맨슈어 올슨은 ‘이익집단은 번영의 적’이라고 했다. 맨슈어 올슨에 대해 설명한 민경국 교수에 따르면 “이익집단은 로비를 통해 정부를 압박하고 각종 특권을 얻어낸다. 이들이 얻어낸 특권은 소비자, 납세자 등 규모가 커서 뭉치기 어려운 집단을 착취해서 얻는 것이다. 이익집단은 구성원들을 경쟁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기 목적이기에 그들의 혁신능력과 생산성 하락은 필연적이다. 그래서 이익집단이 득세하는 경제는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할 능력이 둔화되고 그 결과는 경제의 활력을 잃게 된다.”

현재 대한민국처럼, 맨슈어 올슨 이론의 실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나라가 있을까 싶다. 전 세계가 공유경제를 필두로 신산업이 일어나고 새로운 삶의 형태가 등장하고 있는 시점에 한국만 제자리다. 이익집단들 설득해 기득권을 포기하고 이들이 혁신 경제에 흡수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정치의 역할이지만, 오히려 이익집단의 포로가 되어 혁신을 가로막는 법만 양산하고 있다. 이익집단의 포로가 된 정치집단이 법을 만드는, 이 악순환을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그 정치인을 뽑는 국민 개개인의 각성 말고는 답이 없을 것이다. 다행인 것은 최근 카풀 이용자들이 택시단체에 반대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이유미 컨슈머워치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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