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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말’의 장인 박경림 “7년 함께 산 시어머니, 고부갈등 없는 이유는”

입력 2018-09-2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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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박경림 (사진제공=위드림컴퍼니)

 

장인. 한 분야에서 장시간 수련해 일정한 위치에 오른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방송인 박경림은 가히 ‘말’의 장인이라는 수식어를 받을 만 하다. 1998년, MBC 라디오 ‘두시의 데이트 이문세입니다’를 통해 데뷔 마이크를 잡았던 여대생은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베테랑 방송인으로 성장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유난히 사람을 좋아하고 소통에 거리낌이 없었던 소녀는 40대가 된 지금도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고 대화를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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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박경림 (사진제공=위드림컴퍼니)

◇시어머니와 함께 살았지만 고부갈등 전혀 없어



박경림을 만나면 두 번 놀란다. 방송에서 미처 담아내지 못하는 그의 신들린 입담에 웃음이 터지고 수많은 취재진의 이름을 명 한 명 기억하는 그의 세심한 배려에 감탄하곤 한다.

 

2006년 그의 결혼식 때 하객 5000명이 참석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화려해보이지만 피도 눈물도 없는 냉철한 연예계에서 그는 인간미 넘치는 몇 안되는 연예인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가수 김장훈에게 2000만원을 빌려준 미담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박경림과 함께 1인 기획사 ‘위드림컴퍼니’를 운영하는 박경민 대표는 종종 “네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그에게 타박을 주곤 하지만 타인의 장점을 높이 사고 단점은 품어주는 박경림의 긍정 마인드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사람에 대한 편견을 버리려고 해요. 누구나 처음 만나는 순간이 어렵잖아요. 그 때 어렵다, 힘들다는 생각이 편견의 벽을 쌓게 해요. 저는 사람을 처음 만날 때 궁금증을 먼저 가져요. 100명이 욕하는 사람이어도 제가 겪어서 좋은 분이면 좋은 사람인 거잖아요. 속단하지 말아야죠.”

천성적인 입담과 따뜻한 성품은 가정교육에서 비롯된 것이다. 박경림은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에게 ‘어른들과 눈 마주치면 인사하는 게 예의’라고 배우곤 했다”고 말했다.

“제가 어릴 때 저희 어머니도 이웃들에게 늘 먼저 인사하고 안부를 여쭙고 하셨어요. 지금은 제가 아들 앞에서 먼저 인사하는 모습을 보여요. 엄마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니 아이도 어디 가서 인사 잘한다는 얘기를 듣더라고요. 그런데 저희 친정가족들은 두루두루 끼가 많아요. 가족끼리 모이면 제가 말을 할 기회가 없어요. 그 어떤 토크쇼보다 치열하죠. 하하”

결혼 초에는 시어머니와 함께 살았던 그는 “고부갈등도 전혀 없었다”며 시어머니의 손맛을 칭찬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7년 동안 시어머니와 함께 살았어요. 그때 무척 바쁜 나날이었는데 저희 시어머니 요리 솜씨가 좋으셔서 이것저것 맛있는 음식들을 해주곤 하셨죠. 저는 시어머니와 고부갈등이 전혀 없었는데 어머니는 어떠셨을지...(웃음)”

유쾌한 긍정의 기운이 넘쳐나는 박경림이지만 그도 한 때 사람에게 실망했던 적이 있었다.

“데뷔한 지 얼마 안됐을 때였어요. 꿈인가, 생시인가, 신나서 천둥벌거숭이처럼 다닐 때였죠. 분명 제 앞에서 저를 칭찬한 분이 화장실에서 제 욕을 하는 걸 들었어요.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니 무섭고 힘들어지더라고요.”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이 약이었다. 박수홍, 김국진 등 절친한 선배들은 20살 어린 박경림을 위로했다. 박경림은 “결국 상대가 어떤 상황에 있을 때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만약 상대가 힘든 시기였다면 나도 그에 대해 안 좋은 기억만 남을 것이고 좋은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시련은 그를 단단하게 만든 경험이 됐다.  

 

 

◇경력단절 겪은 뒤 시작한 토크콘서트...이제 듣기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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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박경림 (사진제공=위드림컴퍼니)

 


1999년 국내 최초로 토크콘서트를 시도한 박경림은 내달 19~21일부터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토크콘서트 ‘리슨’을 개최한다. 그는 임신과 출산, 육아 등을 겪으며 2014년부터 자신의 이름을 내건 토크콘서트를 개최한 바 있다.

“제게도 힘든 시기가 있었어요. 결혼하고 아이 낳고, 일은 끊기고...가족들은 걱정할까 말 못하고 친구들에게는 창피해서 말 못했어요. 주위를 둘러보니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일과 육아에 지쳐있더라고요. 그렇게 힘든 분들을 위로해드리려고 토크 콘서트를 개최했었죠.”

말로 타인을 위로하며 웃음을 안겼던 박경림은 이번 콘서트에서 마이크를 잠시 내려놓고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예정이다.

“지난 20년 동안 어떻게 생각하고 말해야 할 것인가 고민했어요. 말을 잘하기 위해선 결국 잘 들어야 해요. 한마디를 해도 상대에게 오롯이 집중해야 하거든요. 결국 앞으로 20년은 좋은 ‘리스너’가 돼야겠다 마음먹었죠. 모두에게 소중하고 의미있는 삶을 집중해서 듣고 진심으로 공감하고 싶어요. 콘서트 포스터에 ‘신개념 리슨’ 콘서트라고 홍보 중이라 어떻게 신개념을 접목해야 할지 고민 중이랍니다. 하하”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듯 하지만 박경림과의 대화는 쉼표와 마침표가 존재한다. 그는 때로 대화거리가 떨어져 침묵이 지배하는 시간조차도 편안하다고 했다.

“대화가 끊겼을 때는 상대방의 얼굴을 쳐다보곤 해요. 그러다 답답한 사람이 먼저 얘기하겠죠. (웃음) 저는 침묵 속 긴장감을 좋아해요. 긴장은 상대와 친해지지 못했을 때 형성되곤 하잖아요. 만약 친해지면 서로가 서로를 알려고 하지 않을테니까요.”

어떠한 난처한 질문도 척척박사처럼 신들린 듯 답하는 ‘말의 장인’에게도 난공불락의 상대가 있었을까. 박경림은 “선입견을 내려놓고 보면 어려운 상대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가끔은 상대를 몰라서 무모하게 이야기했고 잘 알아서 편하게 대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니 예전에 강연을 나갔던 국세청 직원 분들이 가장 힘들었던 대화 상대였던 것 같아요. 하하, 저 나름 모범 납세자였는데 말이죠.”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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