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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춤꾼, 다시 난다…안무가 겸 무용수 제임스 전·예효승 “저희는 떠납니다”

‘올해의 아르코 파트너 베스트 앤 퍼스트 시리즈’(Best & First)에서 신작 ‘Post 2000 발레정전’ ‘오피움’ 발표하는 안무가 겸 무용수 제임스 전과 예효승
제임스 전 미국 대학 교수로 임용, 예효승 벨기에 세드베라 무용단 프랑스 공연과 오디션 위해 다시 유럽으로

입력 2018-10-05 18:00
신문게재 2018-10-0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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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떠납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4명의 안무가와 연극 연출가의 초연작을 모아 발표하는 ‘올해의 아르코 파트너 베스트 앤 퍼스트 시리즈’(Best & First)에서 신작 ‘Post 2000 발레정전’(10월 4~5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과 ‘오피움’(Opium, 10월 5~7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을 발표한 안무가이자 무용수 제임스 전과 예효승은 한목소리로 외쳤다.


◇제임스 전과 예효승 그리고 다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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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 겸 무용수 제임스 전(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올해로 예순, 2017년 아내 김인희와 이끌던 서울발레시어터을 떠나오기 전까지 안무가로만 살던 제임스 전은 지난해부터 다시 춤을 추기 시작했다.

12세에 미국으로 이민 가 줄리어드대학교 무용과를 졸업하고 모리스 베자르 발레단, 플로리다 발레단원으로 활동하다 유니버설 발레단 창단을 위해 한국에 잠깐 다녀간다고 한 것이 벌써 30년 전이다.

유니버설 발레단, 국립발레단 등 대한민국 발레 역사를 관통한 제임스 전은 미국의 대학교수로 임명돼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한국에서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후회도 없어요. 몇번이나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 (한국을) 떠나지 못했어요. 이대로면 평생 미련이 따라다닐 테고 남탓도 하게 될 테고…한번 도전은 해봐야 후회가 없을 것 같아요. 뉴욕에서 펼쳐질 새로운 삶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라요. 갔는데 아니다 싶으면 몇 개월만에 다시 돌아올 수도 있고….”

한국에서 30년 동안 내달린 그의 발레인생 1막은 ‘Post 2000 발레정전’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그간 겪은 희로애락과 열정, 암흑기 등을 무지개 색으로 표현한 제임스 전은 “제 발레인생의 1막 엔딩은 레인보우”라며 30년만의 미국행으로 여는 발레인생 제2막에 대해 “새로운 도전”이라고 표현했다.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설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해요. 하지만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의 회장도 65세에서야 그걸 만들었어요. 게다가 2018년 대한민국은 100세 시대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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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 겸 무용수 예효승(왼쪽)과 제임스 전(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파리, 벨기에 현대무용단 출신으로 벨기에 세드라베 무용단, BluePoet D.T(대표)이기도 한 예효승은 폭발 직전의 극단적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뒤틀고 쥐어짜내는 자신의 춤을 ‘혹사춤’이라고 표현했다.

신체가 주는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탐구했고 앞으로도 그 외길로 갈 예효승은 ‘오피움’을 끝내고 서울아트마켓 ‘팸스초이스’에 선정된 ‘보이스 오브 액트’(Voice of Acts), 서울문화재단의 신작지원금을 받아 내년 발표를 목표로 준비 중인 새 솔로 작업으로 2018년을 마무리하고 유럽으로 떠난다.

“내년엔 제가 소속된 벨기에 (세드라베) 무용단의 프랑스 공연이 있어서 유럽으로 갑니다. 유럽 단체의 작품 오디션도 보고 다시 유럽 네트워크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한발이라도 더 내딛으려면 시대적 흐름도 타야하고 계속 배워야하니까요. 그러려면 새로운 사람들과의 소통과 환경이 필요한 것 같아요.”


◇한국 무용계 발전을 위한 제언과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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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 겸 무용수 예효승(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아티스트들을 지원해줄 극장 상주 단체 및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어요. 현재의 지원금 형식의 단발성 프로그램이 아니라 극장 레퍼토리화를 꾀하고 새 아티스트가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지속적으로 열어주는 그런 지원시스템이요.”

예효승의 바람에 제임스 전은 “브라보!”라고 동의를 표했다. 제임스 전은 투명한 지원등급 구축에 대해 조언하기도 했다.

“단체의 유무, 4대 보험에 가입한 상주 직원 수, 1년 예산, 사업계획 및 수익모델 등에 대한 프레젠테이션 결과 등을 기준으로 등급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4대보험이 적용되는) 35명의 상주직원이 있고 연간 예산 10억원 규모의 무용단체가 있어요. 연간 예산 10억원 중 3억원을 지원해주고 나머지 7억원을 충당하기 위한 사업계획서를 요구해 평가하면 돼요. 후원회 조직, 교육사업, 타 단체 공연 및 안무비, 티켓판매 등 그 방법을 모색하면서 단체도 자생력을 키우게 되죠.”

이렇게 설명한 제임스 전은 “무용 뿐 아니라 연극, 뮤지컬 등 모든 예술이 그렇다”며 “제작단체, 학계, 프로젝트별, 신예발굴 등 명확한 기준으로 등급을 나눠 일정 기간 동안 지원한 결과를 평가해 지원 연장유무를 결정하고 새롭게 지원할 단체를 선정하는 투명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두 사람의 말대로 현재의 지원시스템은 단발성인데다 지원 프로그램을 위탁 운영하는 기관의 이해관계가 관여할 위험이 적지 않다. 지난 10년 이상 문화예술인을 옥죈 블랙리스트 사태가 그 대표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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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 겸 무용수 제임스 전의 ‘Post 2000 발레정전’(왼쪽)과 예효승의 ‘오피움’(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학생들이라고 페이 없이 무대에 오르라는 건 말이 안돼요. 제대로 공연 페이를 챙겨주고 월급시스템을 도입하는 단체가 많아져야 예술하는 젊은이들에게도 희망이 생겨요. 제대로 된 평가시스템으로 지원 단체를 선정하고 프로젝트를 맡기면 단체들도 열심히 할 수밖에 없어요.”

이어 제임스 전은 오래도록 품어온 소외계층을 위한 예술학교에 대한 꿈을 털어놓기도 했다. “꼭 한번은 시도해보고 싶은 꿈”이라며 콜롬비아의 ‘몸의 학교’, 미국 할렘가의 흑인발레단 ‘할렘무용단’ 등을 예로 든 제임스 전은 “문제 가정에서 자라 마약중독, 범죄 등에 노출된 아이들에게 예술교육은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수년 동안 노숙자, 결핍 가정 아이들 등과 무용교육을 진행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6년 동안 노숙자들과 아이들과 문화나눔 형식으로 예술교육하면서 정말 많은 변화를 봤어요. 그들의 자세도 바뀌고 행동도 달라져요. 결국 교육 밖에 없어요. 다문화가정, 문제 청소년, 불우한 가정의 아이들 등을 위한 교육시스템을 줄리어드 친구들이랑 만들어 운영해보고 싶어요.”


◇이구동성 “가장 중요한 것은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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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 겸 무용수 예효승(왼쪽)과 제임스 전(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제가 추구하는 예술에서 제일 중요한 건 현재에 있는 몸이에요. 물론 기술적으로 춤을 잘 추면 좋겠죠.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몸을 어떻게 예술적으로 표현하는지예요.”

제임스 전의 말에 예효승 역시 “실기(기술) 위주의 교육이 아닌 생각할 기회, 그 생각을 바탕으로 창작할 기회를 줘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을 보탰다.

“작품을 각자 해석하고 자신의 생각들이 몸을 통해 전달돼야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신체도 자유롭게 쓸 수 있으면 좋죠. 최근에 전문 무용수가 아닌 연기과, 영화과, 문예창작과 등의 학생들과 무용 워크숍을 한 적이 있어요. 신체적으로는 부족해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너무 확고하니 창작되는 행위들이 정말 무궁무진해요. 훈련돼 있지 않은 몸에서 나오는 행위들과 감각들은 따라갈 수가 없어서 저도 많이 배웠죠.”

기술 보다는 몸의 감각, 확고한 자신의 생각 표현을 중시하는 예효승처럼 제임스 전 역시 “스스로가 추구하는 것, 자기 정체성을 명확히 아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를 예효승은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생각, 세상과의 소통”이라고 표현했다. 제임스 전은 음식에 빗대 “음식의 핵심은 맛이다. 대구탕을 먹는데 머리가 크다고 해서 더 맛있거나 맛없는 건 아니다”라고 전했다.

“저는 이 나이에도 춤이 좋아요. 100세 시대니 이제 시작이에요. 인간의 몸이 아름다웠으면 좋겠어요. 몸이 예뻐서 아름다운 게 아니에요. 얼굴이 크든, 손이 작든 춤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며 아름답기를 바라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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