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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안전은 공짜로 얻어지지 않는다

입력 2018-10-11 14:26   수정 2018-10-11 14:27
신문게재 2018-10-12 19면

권혁동 서울과기대 교수
권혁동 서울과기대 교수

최근 경기도 고양시 소재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됐다. 저유소 1개가 전소되고 약 43억원어치의 유류가 소실됐다. 해당 저유소는 완전히 기능을 상실하였으며 부대설비에도 점검이 필요하다. 위험물이어서 화재를 진압하기 어려웠다. 진화되는 시간이 길어 우려가 컸다. 다행히 옆의 다른 저유소로 화재가 확산되지는 않았다.


화재원인은 관계당국이 정밀조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 발생 경위는 초등학교 행사장에서 날려 낙하된 풍등을 재점화하여 다시 날리면서 통제 불능 상태가 되었다. 풍등이 저유소의 잔디밭에 떨어지고 잔디가 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8분후 저유소로 불씨가 옮겨 붙어 폭발하면서 화재는 대형화됐다. 지금까지 알려진 경과는 이러하지만 화재의 원인에 대해 과학적으로 엄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한다.

정확한 사고 원인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화재에 대한 배상, 처벌, 보완조치 등을 해야 한다. 우선 의문이 드는 것은 저유고의 자체 방호이다. 외부의 가벼운 화재에도 견디지 못하는 정도로 설계되고 운영되고 있다면, 대폭적인 보완조치가 시급하다. 우리는 전쟁을 전제로 유류시설을 관리하여 왔기 때문에 이 사건은 더욱 놀랍다. 외부 화기에 대해 인지하고, 확실히 격리되고 차단되는 구조로 만들어졌어야 한다.



운영체계도 허술해 보인다. 송유관 공사의 화재 및 침입 감시를 위해 장비와 인력을 운영했는데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아주 부족했다. 화재감시를 위한 설비, 인력, 진화 매뉴얼이 잘 작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CCTV를 감시하던 근무자는 직무태만으로 큰 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정상적인 근무에도 불구하고 화재를 발견하기 어려웠다면 처벌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설령 화재 발생을 알았다 한들 2명의 관리자가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사회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위험물이 다량으로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근처 초등학교에서 연례행사로 풍등행사를 했었다. 이렇게까지 화재가 발생할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 사고가 없었으면, 화재가 발생될 때까지 계속 행사를 했을 수도 있다. “유사한 사고가 300번 발생해야 본 사고가 발생한다”는 하인리히 법칙이 적용될 때까지 말이다.

사고조사 결론에 따라 유사한 위험시설에 대한 취약점을 보강해야 한다. 저유고의 시설 설계기준에 문제가 있으면 시급히 수정해야 한다. 기후변화, 도시화, 노후화로 인해 건설 초기와는 조건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운영방식에 대한 문제가 있다면 감시체계와 방호방식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새로운 시설도 도입하고 인력을 더 확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이는 비용이 수반된다. 기업에서는 최소화하려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안전에 대한 섣부른 타협은 문제를 덮어버리는 격이므로 조심해야 한다.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도달한 우리 사회가 30년전에 만든 매뉴얼로 운영돼서는 곤란하다. 차제에 관련 규정과 운영실태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을 해보자. 그리고 일시적으로 법석을 떨기보다는 차분히, 지속적으로 투자해 더 안전한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안전은 얻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권혁동 서울과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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