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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재판거래 의혹’ 속 승소까지 무려 5년… 원고 4명 중 생존자 한 명 뿐

입력 2018-10-30 15:05

행진하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YONHAP NO-2626>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 생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가 강제징용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 판결을 위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열리는 대법정으로 행진하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

 

강제 징용 피해자 소 제기부터 피해자 최종 승소 판결까지 무려 13년이 걸렸다. 이미 5년 전에 판결 났어야 할 재판이 ‘재판거래 의혹’ 속에 30일에야 끝났다. 그 사이에 소를 제기했던 원고 4명 중 생존자는 이제 이춘식(94) 씨 단 한 명 뿐이다.



이춘식 씨는 77년 전인 1941년에 17세의 어린 나이로 옛 일본제철 가마이시 제철소에 강제 노역으로 끌려 갔다. 매일 12시간씩 중노동 속에 3개월간 입원까지 하며 일했으나 제철소 측은 “대신 저축해 주겠다”며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 늘 빈 손이었다. 전쟁 통인 1944년에는 일본군에 징집됐고 이내 해방을 맞았으나 빚을 받으러 간 제철소는 폐허더미였다.

강제 징용의 대가를 얻어내기 위해 뒤늦게 일본제철소 후신인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2005년 2월 소송을 시작했다. 일본 정부의 불법 행위에 대한 개인의 배상청구 권리가 살아있다는 법적 해석이 나온 직후 였다.

하지만 1·2심 법원은 기존의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판단했다. 실오라기 같은 기대에 대법원까지 가 2012년 5월 드디어 배상을 받아야 한다는 판결을 받아 냈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도 2013년에 결국 신일본제철이 1억 원씩을 배상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신일본제철이 재상고했다. 무슨 이유에서 인지 사건을 건네받은 대법원은 이후 묵묵부답이었다. 피해자와 유족이 재촉했으나 법원 심리는 차일피일 미뤄졌고 무려 5년이 흘러갔다. 서울중앙지법 사법 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에 의해 밝혀진 대법원의 재판 지연에는 당시 청와대가 연루되어 있었다.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 등이 강제징용 소송의 재상고심 결과를 ‘피해자 패소’로 바꾸거나 소송 진행을 미루도록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드러났다. 일본과의 위안부 합의를 마무리짓기 위해 청와대와 양승태 대법원장의 ‘딜(거래)’ 정황도 일부 밝혀졌다.

유일한 원고로 남은 이춘식 할아버지는 “원고가 넷이었는데 나 혼자만 남았어요. 서러워 눈물이 나네요”라고 고개를 떨구었다. 그는 어려운 재판 기간 동안 자신을 도와준 일본 활동가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원고 4명 중 2014년에 여운택씨가 먼저 작고하고 김규수 씨와 신천수 씨는 올해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져 더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김윤호 기자 uknow@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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