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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놓고 왔어”…플리마켓부터 전통시장까지 지갑없이 살아보기

후불탑재 휴대폰으로 대중교통 프리패스
2030세대 자주 찾는 상점, 간편 결제 OK
재래시장 아직…‘제로페이’ 연말가동 준비

입력 2018-11-07 04:20   수정 2018-11-06 11:00

4일 일요일 아침, 허전하고 찜찜한 채 집을 나섰다. 꼼꼼하지 못한 성격 탓에 지갑을 두고 나와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일쑤였는데 오늘은 일부러 지갑을 두고 나오니 기분이 묘하다. ‘삑’ 지하철 타기는 어렵지 않다. 후불기능이 있는 교통카드 어플리케이션을 휴대전화 안에 넣어두면 실물카드가 없어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현금 없는 사회를 넘어 지갑 없는 사회가 다가오고 있다. 핸드폰 하나만 들고 다녀도 웬만한 곳에서는 결제할 수 있다. 이렇게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 등 디지털 디바이스에 저장된 생체 정보와 신용카드 정보를 이용해 바로 결제가 되는 서비스인 간편결제. 대표적인 게 QR코드나 바코드를 스캔해서 이용하는 페이코와 카카오페이, 실물카드를 어플리케이션에 등록해서 쓰는 삼성페이다.

간편결제 시장은 빠르게 생활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간편결제서비스 이용실적은 하루 평균 1174억2000만원이다. 전년보다 14% 증가했다. 이용건수도 전년보다 29.2% 증가한 일평균 362만7000건. 시장규모도 빠르게 커가고 있다. 지난해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 규모는 약 40조원으로 집계됐다. 2016년에 비해 4배 이상 성정했다.

간편결제가 우리 생활에 얼마나 파고들었는지, 지갑없이 살아봤다. 사용가능처로 알려진 프렌차이즈 카페나 편의점, 대형식당들을 제외하고 간편결제가 어려울만한 곳들을 찾아 지갑없는 하루를 보냈다. 첫 번째는 플리마켓이다. 안 쓰는 물건을 공원으로 가지고 나와 사고파는 문화에서 시작된 플리마켓은 특정한 사업주 없이 개인이 주체가 되기 때문에 현금이 대표적인 거래수단이다.

 

카카오페이
플리마켓에서 카카오페이로 결제를 하고 있는 소비자의 모습.

 

홍대입구역 인근 경의선 책거리에서는 독립출판 플리마켓이 열리고 있다. ‘웃픈’ 한 쪽은 웃는 눈을 하고, 한 쪽은 우는 눈을 한 이모티콘이 매력적인 책을 발견했다. “현금 결제만 가능하냐”는 물음에 작가는 테이블 중앙에 놓인 카카오페이 QR코드 결제창을 가리켰다. ‘웃픈’의 저자 에리카 씨는 “사업자등록이 안돼 있는 사람도 발급되니까 좋다”며 “카카오페이만큼 간편하고 편리한 것이 없다”면서 말했다. 대부분 젊은 작가들로 구성돼 있는 플리마켓에는 판매자도 소비자도 간편결제에 어색함이 없다.

오래된 시장들은 어떨까. 5일 월요일 동대문종합시장을 찾았다. 이 곳은 사업주 나이에 따라 간편결제가 가능한 곳과 가능하지 않은 곳으로 극명하게 갈렸다. 이불이나 커튼을 파는 상가 몇 곳을 돌며 간편결제가 가능하냐고 물어보자 돌아오는 대답은 대부분 “안 된다”였다. 상인들의 연령대는 대부분 40대, 50대였다. 몇몇 상인은 간편결제 시스템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등록과정이 번거로울 것 같아서 설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카드단말기만 있으면 사용이 가능한 앱카드 결제는 가능하다고 답한 상가가 몇 곳 있었다.

 

카카오페이
동대문종합시장 액세서리 부자재 상가에 놓여있는 카카오페이 QR코드 결제창.

 

주로 젊은 사람들이 운영하고 있고, 손님들도 젊은 5층 액세서리 부자재 상가 분위기가 달랐다. 심심찮게 카카오페이 QR코드 결제창이 보였다. 카카오페이 결제창 설치 이유는 플리마켓과 비슷했다. 이곳에서 상가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는 “(간편결제를) 저보다 손님들이 더 좋아한다”며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수수료도 없어서 좋다”고 간편결제의 장점을 들었다. 

 

광장시장
광장시장에서 소비자와 상인이 현금을 주고 받고 있는 모습

 

먹거리 시장은 어떨까. 종로5가 광장시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먹거리 시장은 아직까지 현금이었다. 전라도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우리는 정부에서 허가받은 사업자도 아니기 때문에 그런 건 설치가 곤란하다”고 말했다. 별도의 사업자등록이 없어도 발급이 가능한 간편결제도 있다고 이야기 하자 그는 “그래도 여기는 상인들의 나이가 많다. 그런 건 젊은 사람들이나 할 수 있다”며 외면했다.

실제 간편결제 이용 주 연령층은 ‘엄지족(휴대폰을 많이 사용하는 신세대)’으로 불리는 2030이다. 카카오페이의 이달 기준 이용자 연령층은 20대 49.2%, 30대 31.5%, 40대 11.4% 순으로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용률이 높게 나타났다.

페이코 역시 이용자의 67%(상반기 기준)가 2030세대로 나타났다. 그나마 중장년층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삼성페이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삼성페이 이용자 연령대는 40대 27%, 50대 이상 20%로 중장년층 이용자가 전체 이용자의 절반에 가까웠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젊은층 뿐 아니라 나이 드신 사용자까지 누구든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 개발과 홍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QR결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전통시장을 직접 찾아가는 홍보도 진행했다”고 전했다.

간편결제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결제수수료를 0%대로 낮춰주는 ‘제로페이’를 12월부터 시범 실시한다. 제로페이는 결제 과정의 중간단계인 VAN사(결제대행업체)와 카드사를 생략한 결제 시스템이다. 스마트폰 앱으로 매장에 비치된 QR코드를 인식하면 구매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돈이 이체되는 직거래 시스템이기 때문에 0%대의 수수료가 가능하다. 소비자들은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페이코 등 기존의 간편결제 앱을 통해 제로페이를 이용할 수 있다.

기업의 적극적인 홍보와 간편결제 시장에 친화적인 정부의 정책이 맞물려 앞으로는 현금이 아니라 지갑이 없어도 되는 시대가 열릴지도 모르겠다. ‘지갑 두고와서 다시 들어가는 중’이라는 말이 사라지는 시대가 곧 다가올지도 모른다.

노연경 기자 dusrud1199@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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