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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 션 터너 연출 “재밌으라고 만든 유머들이에요!”

영국 코미디 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The Play That Goes Wrong)의 션 터너 연출
‘해버샴 저택의 살인사건’ 무대 올리는 극 중 극 형태의 슬랩스틱 코미디, 100대1 경쟁 뚫고 발탁된 김호산, 선재, 이정주, 손종기, 고동옥, 김강희, 이경은, 김태훈, 이용범, 고유나, 정태건 출연

입력 2018-11-07 18:00   수정 2018-11-07 19:01

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의 션 터너 연출
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의 션 터너 연출(사진제공=신시컴퍼니)

 

“웜업 때 하는 게임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공을 이용하거나 머리를 많이 써야하는 게임을 진행하죠.”

극 내내 자주 등장하는 벽난로 선반이 시작부터 말썽이더니 문이 잠기고 여배우가 쓰러지는가 하면 맛이 좋아야할 술은 공업용 빙초산이다. 난데없이 요가(?) 동작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누군가는 발군의 발연기를 하고 또 누군가는 같은 대사를 수차례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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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사진제공=신시컴퍼니)

 

한발 늦게 눈보라가 치고 음악이 나오는가 하면 시체가 꿈틀거리기도 하더니 급기야 무대가 온통 뒤죽박죽이다. 최선을 다해 불협화음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합이 기 막히게도 딱딱 맞아 떨어지며 쉴 틈도 없이 웃음을 유발한다.  

 

영국發 코미디 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The Play That Goes Wrong, 2019년 1월 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의 션 터너(Sean Turner) 연출은 불협화음 연기의 기막힌 하모니에 대해 극 시작 전 웜업 게임을 언급하며 “함께 하는 연기”를 강조했다.




◇불협화음 연기의 기막힌 하모니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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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의 션 터너 연출(사진제공=신시컴퍼니)

“배우분들이 각자의 캐릭터를 따로따로 연기하는 것이 아니에요. 조화를 이루어 함께 연기하는 게 중요하죠. 우리 공연은 주인공이 따로 없습니다.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협력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작품이죠.”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은 콘리대학 드라마 연구회가 미스터리 연극 ‘해버샴 저택의 살인사건’을 무대에 올리면서 벌어지는 극 중 극 형태의 소동극이다.

배우 로버트이자 극 중 극 ‘해버샴 저택의 살인사건’에서 토마스 콜리무어를 연기하는 김호산, 시체로 첫 등장하는 찰스 해버샴을 연기하는 조나단 선재, 퍼킨스 집사 역의 데니스 이정주, 콘리대학 드라마 연구회 연출이자 사건을 해결할 카터 경감을 연기하는 크리스 손종기, 무대감독 트레버 역의 고동옥, 무대 크루 애니 김강희, 찰스의 약혼녀이자 토마스의 여동생 플로렌스 역의 이경은, 찰스의 동생 세실이자 정원사 아더 역의 맥스 김태훈, 배우들에 문제가 생기면 투입되는 스윙 이용범·고유나까지. 1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돼 9월부터 실제 무대 세트에서 연습한 배우들은 이 작품의 보물1호다.

무대 위 불협화음과 참극이 극으로 치달을수록 배우들은 진심을 다해 공연을 바로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는 ‘해버샴 저택의 살인사건’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 뿐 아니라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 배우로서도 굳건히 서야하는 전쟁과도 같다. 배우들이 진지해질수록 슬랩스틱이 돼버리는 상황이 잦아지고 관객들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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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사진제공=신시컴퍼니)

 

“영국과 한국의 웃음 코드는 분명한 차이가 있어요. 한국 관객들은 매우 조용한 편이라고 생각해요. 보통은 관객들과의 벽을 허물고 그들의 반응에 따라 배우가 극을 진행해야 하는데 한국 관객들은 소리 내 반응하지 않는 것 같아요. 예의 바르고 생각을 많이 하면서 보는 느낌이죠. 공연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을 잘 들어주셔서 너무 좋습니다.”

한국 관객들의 공감능력과 공연을 존중하는 마음을 언급한 션 터너 연출은 “특히 한 캐릭터가 공연 초반부터 노력해 승리의 순간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이 있는데 한국 관객들은 그 여정보다 캐릭터 자체에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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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사진제공=신시컴퍼니)

“공연이 점점 잘못돼 가는 과정 속에서 애쓰는 캐릭터들에 대해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것 같거든요.”





◇펍 한구석의 50석짜리 공연장, 4명 관객으로 시작해 37개국을 강타하다

 

“영국 런던 북부에 있는 펍 2층, 50석짜리 아주 작은 공연장에서 시작했어요. 열정 넘치는 학생들이 만들어낸 즉흥극 형태였죠.”

그의 설명대로 2012년 첫 공연의 관객은 고작 4명. 하지만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투자를 받아 규모를 키우고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Edinburgh International Festival)에 참가하는가 하면 영국 투어에 나서기도 했다.

2014년 뮤지컬의 본고장인 웨스트엔드에 입성한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은 영화 ‘미션 임파서블’ ‘스타워즈’ ‘스타트렉’ ‘클로버필드’ 시리즈, 드라마 ‘로스트’ ‘앨리어스’ 등의 제작자 J.J. 에이브럼스(J.J. Abrams) 프로듀싱으로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지난해 브로드웨이 연극 부문 최고 매출을 기록하기도 한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은 뉴질랜드, 독일, 일본 등 37개 나라에서 꾸준히 공연되며 오래도록 사랑받고 있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1막으로만 공연됐어요. 규모를 키우면서 보완·수정을 거쳐 현재의 형태가 완성됐죠. 웨스트엔드 프로듀서들이 12주 공연을 제안했는데 벌써 4년째 연일 매진 중이죠. 브로드웨이의 최장수 연극이고 최근엔 러시아 프로덕션도 론칭했어요. 이 공연과 캐릭터들이 보편적으로 어느 문화권에서나 즐길 수 있어서 인 것 같아요.”


◇‘해버샴 저택의 살인사건’과 듀란듀란 CD의 연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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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의 션 터너 연출(사진제공=신시컴퍼니)

 

“미스터리 살인극을 써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먼저였어요. 장르만 먼저 정해진 상태에서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에 나오는 유머 코드들에 맞춰 이야기를 만들었죠.” 


극 중 극 ‘해버샴 저택의 살인사건’이 만들어진 과정에 대해 전한 션 터너 연출은 “공연에서 잘못되는 부분들을 빼고 극 중 극의 스토리만 봤을 때는 구멍이 보일 수도 있다”며 “하지만 살인사건을 둘러싼 미스터리 극이라는 장르 자체로도 관객들은 흥미로워한다는 점을 염두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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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사진제공=신시컴퍼니)

극 중 무대감독인 트레버(고동옥)는 극 시작부터 사라져버린 ‘듀란 듀란’(Duran Duran) CD를 찾느라 무대 위 배우들은 물론 객석의 관객들까지 정신을 사납게 만든다. 

 

1978년 영국 버밈엄에서 베이스 존 테일러·키보드 닉 로즈·기타 앤디 타일러·드럼 로저 테일러·보컬 사이몬 르 봉이 결성한 듀란 듀란은 1981년 동명 앨범을 발매하며 데뷔해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영국의 팝밴드다.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이나 극 중 극 ‘해버샴 저택의 살인사건’과 듀란 듀란은 무슨 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에 션 터너 연출은 “트레버라는 캐릭터가 듀란 듀란이라는 가수를 좋아하고 좋아하는 CD를 잃어버려 찾고 싶을 뿐”이라고 명쾌하게 답했다. 

 

듀란 듀란은 ‘더 리플렉스’(The Reflex), ‘어 뷰 투 어 킬’(A View to a Kill), ‘노토리어스’(Notorious), ‘리오’(Rio) 등을 히트시키며 1980년대 소녀들을 설레게 했던 꽃미남 밴드지만 2018년 대한민국 관객들 대부분에게 낯선 팀이다.   


“처음에 번역가, 한국의 연출팀과 사전회의를 하면서 듀란 듀란을 대체할 알려진 그룹을 찾기도 했어요. 하지만 적당한 그룹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결국 원작 그대로 무대에 올렸죠. 이번 기회에 한국에서 듀란 듀란이 좀 더 유명해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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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사진제공=신시컴퍼니)

 

그리곤 “영국에서 듀란 듀란은 유명하지만 옛날 밴드다. 트레버 같은 남자가 좋아할 것 같지 않은 밴드라는 포인트를 살릴 수 있는 그룹”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트레버는 스스로 멋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헤비메탈, 로큰롤 등 강한 음악을 좋아할 것 같지만 1980년의 감미로운 밴드 음악을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트레버와 듀란 듀란의 조화 역시 웃음 코드 중 하나인 셈이다.


◇깊은 뜻은 없다? “재밌으라고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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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의 션 터너 연출(사진제공=신시컴퍼니)

“사실 깊은 의미는 없어요.”


‘해버샴 저택의 살인사건’을 공연 중인 콘리대학 드라마 연구회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을 제작하려다 배우 수와 예산이 모자라 2인극 ‘알리랑 파파’를, ‘미운오리새끼’와 ‘세일즈맨의 죽음’을 동시에 무대에 올리려다 같은 이유로 좌절돼 ‘미운세일즈맨새끼’를 공연했다.

개가 아버지 초상화이거나 목 놓아 외치는 사건의 결정적 증거인 장부 등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에는 연극계의 현실이나 사회부조리를 연상시키는 설정들로 넘쳐난다. 이에 “그저 웃자고만 하는 얘기는 아닌 것 같다”는 말에 션 터너 연출은 “깊은 뜻은 없다”고 답했다.

“저희 공연 속 대부분의 유머가 공연계 사람들이 실제로 경험해봤을 법한 일들에서 찾은 것들이에요. 실제 공연에서도 소품이 망가진다던가 배우가 늦게 나온다든가 하는 일이 일어나곤 하거든요. 사회를 풍자하려는 의도나 깊은 뜻은 없어요. 재밌으라고 만든 유머들이죠.”

원작자들은 재밌으라고 만든 유머에 웃으면서도 연극은 이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나 사회 풍자 및 비판 거리를 찾으려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머리를 굴려대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해버샴 저택의 살인사건’을 잘 끝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배우들의 모습에서 살아보겠다고 아등바등하는 저마다의 일상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렇게 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은 의도치 않게 웃프다(웃기고 슬프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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