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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돈까스가 맛있어도 가맹점이 살아야 맛도 살죠"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변동섭 ㈜에버리치에프앤비 대표이사의 창업 성공기

입력 2018-11-19 07:00
신문게재 2018-11-1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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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섭 대표

변동섭 ㈜에버리치에프앤비 대표이사의 몸에는 ‘사업가’의 피가 흐른다. 비단 부친이 사업체를 운영해서도 아니다. 기질적으로 그렇다. 주어진 일을 성실히만 처리하면 무난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직장 생활이 변 대표는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집과 회사, 회사와 집으로 반복되는 업무와 생활이 굳어지고 스스로 안주할 까 두려웠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줄어들지 않았다. 그래서 다니던 한국전력공사를 나왔다. 기성 사회의 눈으로 봐서는 ‘철’이 없을지도 모른다. 더구나 그 직장이 남들도 부러워마지 않는 한전이라는 공기업일 땐 더욱 그렇다. 

 

회사를 나오자마자 2000년 지인과 함께 IT 사업에 뛰어들었다. 위치 추적이 가능하고 데이터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활용하면 사업 가능성도 크다고 판단했다. 당시 ‘닷컴’ 열풍이 불어 인터넷 사업은 큰 각광을 받고 투자금이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투자 받을 시기를 놓쳤다. 닷컴 열풍이 급격히 식으며 2년 만에 사업을 접어야 했다.



이후 이동형 비디오 테이프 대여 사업을 운영했다. 대여를 요청하면 이동하면서 배달해 주는 서비스였지만 DVD 출현으로 역시 접어야 했다. 지금 보면 혁신적인 사업 아이템이었지만 변 대표 말대로 ‘너무 앞서간’ 아이템이었다.

두 번의 실패를 겪고 빚도 생기면서 고민도 깊어졌다. 사업 안전성도 따져야했고 성공 가능성도 고려해야 했다. 고민 끝에 그의 눈에 띈 건 돈까스였다.

“외식 쪽에서 사업 아이템을 고민했습니다. 기존 치킨과 피자 등은 이미 여러 큰 업체와 외국 브랜드가 확고히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돈까스는 대중적인 메뉴이지만 이렇다 할 유명 브랜드가 없었습니다. 제대로 된 돈까스 브랜드를 만들어 보자고 결심하고 뛰어들었습니다.”

변 이사는 이를 위해 2003년 현재의 에버리치애프앤비를 설립하고 1년여 동안의 개발을 통해 2004년 ‘생생돈까스’ 브랜드를 론칭했다. 변 대표는 기존 돈까스 제품들과 생생돈까스와의 차별화를 위해 많이 고심했다. 생생돈까스의 ‘브랜드 키(key)’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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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시장 조사와 연구·고심 끝에 ‘신선함’을 선택했다. 기존 돈까스가 대부분 냉동 돈육을 쓰거나 냉장·냉동 고기를 섞어 쓰고 있어 신선함과 맛이 떨어졌다는 판단이다. 이름도 ‘신선하다’는 뜻으로 생생돈까스로 지었고 홈페이지에도 ‘후레시돈(fresh don)’이라는 말을 넣었다. 신선한 맛을 위해 도드람 등에서 공급받은 신선한 국내산 돈육만을 사용하고 있다. 가격이 다소 비싸도 차별점인 신선함을 위해 지금도 고집해 오는 원칙이다.

핵심 재료인 돈까스는 본사가 제조해 가맹점에 공급한다. 신선하고 맛있는 돈까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현재도 더 나은 맛과 메뉴를 위해 연구개발(R&D)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부재료라고 할 수 있는 재료들은 점주가 재량껏 마련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경쟁력’의 측면도 있지만 그는 가맹점주와 외식 창업 컨설팅이 아닌 생생돈까스만의 음식 콘텐츠를 나누는데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외식 프랜차이즈는 분명 창업 등의 사업 요소도 있지만 음식 콘텐츠를 공유·전달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만든 생생돈까스만의 콘텐츠를 가맹점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맹점은 단순한 매장이 아닌 에버리치에프앤비의 가치를 대리하는 곳입니다.”

변 대표는 때문에 가맹점을 파트너 이상의 존재로 대한다. 그가 생각하는 돈까스 콘텐츠에 공감해 주고 ‘대리’해서 소비자에게 전달해 주고 있어서다. 때문에 그는 가맹점에 더 신선하고 높은 품질의 돈까스 메뉴를 공급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본사뿐 아니라 진정 대리점과 ‘상생’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만약 맛과 품질이 떨어져 경쟁력이 하락한다면 어찌 음식 콘텐츠를 공유·전달해 달라고 부탁할 수 있냐는 것이다. 이 같은 관점에 따라 운영하다 보니 가맹점과 분쟁·갈등 이른바 ‘갑질’이 없기로 유명하다.

변 대표는 “가맹점을 콘텐츠 대리인이 아닌 창업과 사업 확대의 대상으로만 보면 무리한 요구와 효율성만 따지기 쉽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생각 때문에 그는 가맹점 150~200개가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경기에 따라 부침은 있지만 그가 늘 비슷한 수의 가맹점을 유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변 대표는 급변하는 사회·외식 환경에 맞춰 가맹점 운영 방식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1~2인가구의 급증, 스마트폰의 이용 확대, 음식 배달의 증가 등에 맞춘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홀 운영 중심에서 소규모 배달 매장으로 점차 바꿔나가고 있다. 배달 수요를 잡지 않고서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른 인터넷·SNS 마케팅에도 집중하고 있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등 배달앱 입점은 물론 네이버와 다음 등 인터넷포털 노출과 마케팅에도 신경쓰는 부분이다.

변 대표는 사회의 급속한 변화가 몰고 올 외식산업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승산이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과거의 사업 방식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변 대표는 소득·소비 양극화로 외식에도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스마트의 발달로 프랜차이즈의 ‘영업 구역 설정’도 점점 흐트러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변 대표는 “대부분의 외식업종은 배달로 중심이 이동할 것이고 고가의 프리미엄 서비스는 살아날 것”이라며 “또 집에서 조리하는 인구도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진단 위에서 간편식품·반찬 사업에 승부를 걸고 있다. 서울 송파에 CK도 세웠다. 늦어도 내년 봄쯤에는 새로운 반찬 브랜드를 론칭할 계획이다. 이미 대기업도 진출해 있는 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지만 더는 미룰 수도 피할 수도 없다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나온 사업가 기질이 다분한 변 대표, 급격한 변화가 몰아치고 있는 외식사업의 한복판에서 그가 펼쳐갈 앞으로의 음식 콘텐츠를 기대해 본다.

이원배 기자 lwb2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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