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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뮤지컬 ‘라이온 킹’ 레보 엠과 도널드 홀더 “음악으로 이어온 영혼, 조명이 생명력 불어넣었죠”

[人더컬처+‘라이온 킹’ 사람들 ③] 애니메이션부터 현재까지 목소리로, 작곡가로 함께 하는 레보 엠 ‘라이온 킹’의 목소리이자 영혼! 퀸시 존스, 지미 클리프, 한스 짐머 등과 함께 하며 그래미어워즈 수상
1997년 초연부터 22년째 조명디자이너 도널드 홀더, ‘라이온 킹’(1988), ‘남태평양’(2008), 연극 ‘오슬로’(2016)로 토니상 수상

입력 2018-11-13 07:00
신문게재 2018-11-13 11면

라이온 킹
뮤지컬 ‘라이온 킹’의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 팀. 도널드 홀더(왼쪽)와 레보 엠(사진제공=클립서비스)

“20여년 전 줄리 테이머(Julie Taymor)와 처음 ‘라이온 킹’을 뮤지컬화하면서부터 명확하게 얘기했어요. 박물관처럼 죽은 것이 아닌 살아 숨쉬는 동물들을, 그리고 끊임없이 진화하고 새로워지는 작품을 만들어보자고.”



지난 7일 개막한 뮤지컬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The Lion King 12월 25일까지 계명아트센터, 2019년 1월 9~3월 2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2019년 4월 부산 드림씨어터)는 20여년 전인 1997년 연출가이자 영화감독, 의상디자이너이기도 한 줄리 테이머를 중심으로 꾸려진 오리지널 팀에 의해 애니메이션 원작과의 완벽한 싱크로율을 구현해 냈다.

6개(대사 포함)의 아프리카 언어로 정글 그대로를 표현한 음악, 무대 위에 끝없이 펼쳐지는 세렝게티의 하늘, 수많은 야생동물들의 천국 사바나, 배우와 퍼펫이 혼연일체로 표현하는 동물들의 포효, 장면과 장면 사이를 잇는 브릿지의 웅장하고도 따스한 그림자 풍경….

라이온 킹 레보엠
‘라이온 킹’의 애니메이션부터 뮤지컬까지 함께 한 레보 엠(사진제공=클립서비스)
초연 준비부터 함께 한 조명디자이너인 도널드 홀더(Donald Holder)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출신의 작곡가 레보 엠(Lebo M)은 빛과 어둠의 조화로, 아프리카 정신을 담은 앙상블 음악으로 사바나 지역의 세렝게티를 무대 위에 그대로 옮겨 놓은 ‘마법사’들이다.


◇애니메이션부터 뮤지컬까지 ‘라이온 킹’의 영혼, 레보 엠

아프리카의 음악과 리듬 뿐 아니라 문화, 철학 등을 불어넣은 레보 엠은 ‘라이온 킹’의 목소리이자 영혼으로 평가받고 있는 작곡가이자 가수다.

남아공 빈민가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다 추방돼 미국으로 건너온 그는 퀸시 존스, 지미 클리프, 한스 짐머 등 음악산업 거장들과 작업했고 1995년 그래미어워즈를 거머쥐었으며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개막식을 연출하기도 했다.

‘서클 오브 라이프’(Circle of Life), 뮤지컬에 새로 추가된 ‘원 바이 원’(One by One) 등을 부르기도 한 그는 ‘라이온 킹’의 애니메이션부터 지금까지 목소리로, 작곡가로 함께 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이든 뮤지컬이든 ‘라이온 킹’은 보편적이고 인간 영혼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그게 바로 성공공식이죠. 많은 브로드웨이 작품들이 왔다가 스러지기도 했지만 인간 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라이온 킹’만큼 전달하는 쇼는 없었죠.”

라이온 킹
뮤지컬 ‘라이온 킹’ 오프닝 ‘서클 오프 라이프’(Circle of Life) Photo by Joan Marcus ⓒDisney(사진제공=클립서비스)

 

애니메이션과 뮤지컬 ‘라이온 킹’에 대한 자부심을 전한 레보 엠은 “자랑 같지만 음악의 힘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며 “애니메이션에서 출발해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앨범을 작업했고 한스 짐머와 또 다른 앨범을 만들기도 했다. 줄리 테이머가 그 앨범을 듣고 영적 자극을 받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릴 창의적인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영어로 된 작품이지만 ‘라이온 킹’은 아프리카의 언어, 음악 등 다양한 문화를 엮어내며 독특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에요. 한스 짐머, 엘튼 존, 팀 라이스와 일하면서 전세계를 아우르는 보편적인 에너지를 담을 수 있었죠. 미술, 조명, 의상 등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지만 음악 역시 중요했습니다. 귀로 들어도 좋고 시각적 효과도 대단한 작품이죠.”


◇사바나의 정글, 세렝게티의 끝없는 하늘을 창조하다, 조명 디자이너 도널드 홀더
 

라이온 킹 도널더 홀더
뮤지컬 ‘라이온 킹’의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 팀의 조명 디자이너 도널드 홀더(사진제공=클립서비스)
“동물을, 그들을 품은 정글을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건 아주 특별한 일이었어요. 인간과 동물을 결합하고 콘셉트화해 무대에 올리는 건 리스크에 가까웠는데 그 도전은 큰 성공으로 바뀌었죠.”

도널드 홀더는 ‘라이온 킹’(1988), ‘남태평양’(2008), 지난 4일까지 한국에서도 공연됐던 연극 ‘오슬로’(2016)로 토니상을 거머쥔 조명디자이너다.

어려서부터 부모와 연극, 뮤지컬, 오페라 등의 공연장에 동행하면서 자연스레 조명디자이너를 꿈꿨던 그는 ‘라이온 킹’의 700개가 넘는 조명을 책임지고 있다.

“끊임없는 세렝게티의 하늘을 구현하는 것이 관건이었어요. 전통적으로 (무대예술에서) 막힘 없는 하늘을 구현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죠. 무대디자이너 리처드 허드슨 등과의 긴밀한 협업으로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도널드 홀더의 말처럼 모두가 “불가능하다” “최악의 생각”이라고 했지만 ‘라이온 킹’은 20여년째 전세계에서 사랑받으며 진화하고 있다.

“살아 있는 공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가득 담아 무대에 올리는가에 집중했어요. 무대 배경에 조명 뿐 아니라 아프리카 텍스타일 패턴 등을 같이 활용하고 있어요. ‘라이온 킹’은 뮤지컬이지만 모던 발레, 현대무용 등 여러 장르들이 혼합돼 스토리텔링하는 작품이에요. 조명 역시 스토리텔링에 도움이 되도록 활용하고 있죠.”

라이온킹
뮤지컬 ‘라이온 킹’ 증 날라(왼쪽)와 심바 Photo by Joan Marcus ⓒDisney(사진제공=클립서비스)

 

이어 그는 “뮤지컬 ‘라이온 킹’ 모든 투어의 조명 디자인을 제가 했다. 22년 전 뮤지컬 ‘라이온 킹’의 처음을 함께 했다는 건 특권”이라고 자부심을 전하며 “매번 관객에게 새로운 발견, 감동으로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아버지와 아들, 삶의 순환, 책임감 등 ‘라이온 킹’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나 전하려는 메시지는 언제 어디서 보든 심오하게 내 인생에 닿을 수 있어요. 그렇게 ‘라이온 킹’은 우리 모두를 하나로 묶는 작품이죠.”


◇20여년의 여정, 타협할 수 없는 퀄리티 그리고 꿈
 

라이온 킹
뮤지컬 ‘라이온 킹’ 증 스카(왼쪽)와 무파사 Photo by Joan Marcus ⓒDisney(사진제공=클립서비스)

 

“저는 뮤지컬 ‘라이온 킹’을 남아공에도 가져간 적이 있어요. 굉장히 리스크가 많은 시장이었죠. 거기서 무대를 올리면서도 퀄리티를 타협하지 않았어요.”

‘라이온 킹’의 한국 투어 성공가능성과 수익창출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강조한 레보 엠은 “퀄리티를 타협하지 않는다는 건 돈이 든다는 의미”라며 “하지만 댄서들이나 배우 등 무대 위 분들 뿐 아니라 백 스테이지에서 일하는 분들까지 월드클래스 퍼포먼스에 노출되는 건 굉장한 경험이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다. 더불어 공연시장을 발전시키는 길”이라고 말을 보탰다. 도널드 홀더는 꿈을 꾸지만 절망 속에 있는 청년들에 대한 조언을 전하기도 했다.

“저도 어려서는 녹록치 않았어요. 지금도 조명 디자이너로 사는 건 쉽지 않은 일이죠. 직업이라기보다 삶의 방식인 것 같아요.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쏟아부어야 하는 일이거든요. 12살부터 브로드웨이의 조명 일을 하고 싶었고 현재는 꿈을 이룬 삶을 영위하고 있죠. 제 인생은 꿈을 살고 있는 순간들 같아요.”

 

라이온 킹 레보엠 도널드 홀더
뮤지컬 ‘라이온 킹’의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 팀. 레보 엠(왼쪽)과 도널드 홀더(사진제공=클립서비스)

 

이렇게 전한 도널드는 “단거리가 아닌 마라톤에 가까운 것 같다. 인내심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일이 일어난다”면서도 “흔들림 없는 결심을 가지고 하는 일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은 세상을 더 알아야 해요. 무대 일을 하는 사람은 더 그렇죠. 무대예술은 인간의 삶, 상황을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나 문화의 일부임을 잊어서는 안돼요. 조명이라는 창의적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더 많이 배우고 탐구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아는 것이 많을수록 관객들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기 때문이죠.”

대구=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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