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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후쿠이 모델'에서 배울 것

입력 2018-11-14 15:37
신문게재 2018-11-1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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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요즘 일본에선 재미난 모델이 화제다. 출산·양육문제와 맞벌이 갈등을 고령세대의 간병·노후문제와 함께 해소하면서 도농 격차의 축소 노력까지 성과를 얻고 있는 경우다. 


바로 ‘후쿠이(福井)모델’이다. 열도 서쪽의 소외지역이 역설적이게 일본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동네로 거론되는 배경이다. 행복도, 근로자세대 실수입, 맞벌이 비율, 정규직 비율, 보육원 수용정원 비율 등이 모두 일본 지자체 중 1위다. 후쿠이 모델은 세대융합·세대교류적인 상생 사례이자 연대모델이다. 공식 평가는 ‘맞벌이를 통한 가치창조 모델’이되 핵심은 노청(老靑) 연대다.



‘정규직+맞벌이=수입배증’은 부모세대의 육아지원 등 세대연결적인 연대부조 덕분이었다. 양립조화로 ‘자녀양육+부모봉양+본인노후’의 연쇄위기는 저절로 사라졌다.

일본 정부는 후쿠이모델에 주목한다. 개별세대의 직접적인 생활품질을 높이지 않으면 활로모색은 힘들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수출·대기업의 우선적인 차별지원을 내세운 아베노믹스 1.0(2013~14년)은 결국 2년 만에 방향을 틀었다. 근거가 부족한 낙수효과와 재정(승수)효과를 강조하기보다는 직접적인 내수부양·직주완성에 초점을 맞춘 2.0(2015~현재)을 발표해 현재까지 구현 중이다.

목표는 국민이 안심하고 사는 거주공간의 실현, 즉 생활품질의 향상이다. 자원·인재·사업 등 한정재원의 투입순위도 ‘중앙→지방’으로 변경됐다. 후쿠이모델에서 세대연결적인 연대효과를 확인한 결과다.

후쿠이모델의 출발은 양극화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시작됐다. 공동체가 살아있던 예전엔 거의 없었거나 있었어도 지금보단 훨씬 덜했던 사회문제였다. 물론 자본주의는 훌륭하다. 효용극대화의 사적 이기심이 완전경쟁과 사유재산의 패러다임과 결합해 사회전체의 후생증대에 기여한 건 주지의 사실이다. 맛나고 값싼 한 끼는 푸줏간·양조장·빵집주인의 잘 살아보려는 이기심 때문이지 자비심은 아니었다. 시장경제는 이렇듯 성장해왔다.

다만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는 법이다. 자본주의는 완전무결하지 않다. 거래해선 곤란한 것까지 시장에서 사고 팔고, 체급 차이조차 없는 게임무대에서 승자독식만 존중돼 왔다. 그 끝이 양극화다. 더는 곤란하다.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다. 독점 자본도 게임이 지속되어야만 생존할 수 있다. 한국사회는 게임을 계속할 판돈과 의지조차 뺏겨버렸다. 인간이 빠진 자본은 허상이다. 시장에서 당하고 쫓겨난 채 배회하는 증발후보가 흘러넘친다. 일하려 해도 일할 수 없다. 그러니 양극화의 밑에서 아등바등하는 후속세대는 연애, 결혼, 출산 등 본능을 거부하며 바통받기를 포기한다.

상황이 변했으니 방법이 없다는 건 틀렸다. 버릴 수밖에 없다는 건 더더욱 잘못됐다. 이대로라면 누구든 자본심화 속의 잉여인간으로 전락할 터다. 연대실험이 절실한 배경이다. 특히 게임규칙을 수정하고 새롭게 판을 짜낼 리더십이 필수다. 상생실현을 위한 연대전략은 강력한 사회공감에서 비롯된다. 방향만 정해지면 실현방법은 셀 수 없이 많다. 더 늦기 전에 찾아야 할 때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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