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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공포증’ 유발 항문질환 3총사

통증 두려워 대변 참다가 변비, 다시 치질 악화 악순환

입력 2018-11-1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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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규 서울양병원 원장 치질수술 집도 사진
30대 직장인 안모 씨(31·여)는 얼마 전부터 화장실에 가기가 두려워졌다. 변기에 앉아 힘을 주면 항문 쪽에 극심한 통증이 느껴져 대변을 제대로 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용변 후 뒤처리를 할 때마다 휴지에 피가 뭍어나오는 것도 불쾌했다. 치질이라는 확신이 들었지만 부끄러움 탓에 병원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금방 괜찮아질 것이라는 바람과 달리 증상은 점점 악화됐다.

통증과 출혈이 싫어 대변을 무조건 참다보니 어느새 변비까지 동반됐고, 이로 인해 대변을 보기 힘들어져 통증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항문은 그 중요성에 비해 가장 홀대받는 신체 부위다. ‘지저분하고 창피한 부위’라는 인식이 강해 관리에 소홀하고 출혈이나 통증 등 항문질환 증상이 나타나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다.

의학적으로 치핵, 치루, 치열을 ‘3대 항문질환’이라고 한다. 흔히 알려진 치질은 전체 항문질환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치핵을 의미한다. 양형규 서울양병원 원장은 “대변이 부드럽게 나오도록 충격을 흡수해주는 ‘항문쿠션조직’이 항문 밖으로 밀려나오는 게 치핵, 항문 입구부터 항문 안쪽 치상선에 이르는 항문관 부위가 찢어진 질환이 치열, 항문선의 안쪽과 항문 바깥쪽 피부 사이에 구멍이 생겨 분비물이 누출되는 것은 치루”라고 설명했다.

질환별로 성별 비율이 다른데 치핵은 1.5 대 1, 치루는 4 대 1의 비율로 남자 환자가 많다. 반면 치열은 0.9 대 1가량으로 여성 환자가 조금 더 많은 편이다.

인체 구조상으로는 여성이 항문질환에 더 취약하다. 괄약근 힘이 남성보다 약한 데다 임신·출산으로 여성호르몬 분비에 변화가 생겨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계상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적은 것은 매달 월경을 경험해 출혈에 대한 공포감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출산 경험 등으로 통증을 견디는 능력이 강해 병원 치료를 미루거나 방치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회 분위기상 남성보다 창피함이나 민망함을 많이 느끼는 것도 치료 환자가 적은 이유다.

치질이 ‘청결하지 못해 생기는 질환’이라는 것은 잘못된 정보다. 실제 발병 원인은 잘못된 배변습관, 변비, 오래 앉아 있는 생활패턴 등인데 틀린 정보로 치질 환자만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대표적인 발병 원인은 변기에 오래 앉아있는 습관이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들고 화장실에 가 20~30분간 변을 보는 사람은 치핵 고위험군이다. 대변을 볼 때처럼 허리를 구부린 채 엉덩이와 항문에 힘이 들어가는 자세를 장시간 유지하면 항문조직이 늘어나면서 중력에 의해 하강해 치핵이 된다. 변기에 앉은 뒤 5분이 넘어도 변이 나오지 않으면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

치질 증상이 나타난다면 가급적 빨리 치료해야 한다. 부끄러움이나 치질수술에 대한 공포감을 이유로 치료를 미루다간 더 큰 고통을 겪게 된다.

10여년 전만 해도 치질수술은 유난히 심한 통증으로 악명을 떨쳤다. 이는 수술로 절제하는 항문피부 조직에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많이 분포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거엔 치핵을 비정상적인 조직으로 보는 ‘정맥류설’이 정설로 받아들여져 수술 시 광범위한 범위를 절제했다. 기존 표준치료법인 결찰절제술은 술기가 쉽고 수술 시간이 짧지만 너무 광범위한 범위를 절제해 2차출혈, 수술 후 항문이 좁아지는 항문협착, 통증 등 후유증을 남겼다.

최근엔 치핵을 정상적인 조직으로 보고 절제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수술기법이 바뀌면서 수술 후 통증과 합병증 위험이 대폭 줄었다. 거상고정식 점막하 치핵절제술은 항문피부를 2~3㎜만 좁게 절개한 뒤 치핵조직을 상피를 남기고 도려내는 방식으로 제거하고, 남은 조직을 항문 위쪽 방향으로 거상시켜 원래 위치로 되돌린다. 형규 원장은 “거상 점막하 치질수술은 기존 수술과 달리 항문쿠션조직·점막·상피 등을 가능한 적게 절제해 항문협착, 통증, 출혈이 적어 빨리 직장에 복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질은 무조건 수술해야 한다는 것도 편견이다. 전체 환자 중 3~4도 내치핵 환자나 합병증이 동반된 환자 등 전체 환자의 30%만 수술이 필요하며, 나머지 70%는 좌욕 등 보존요법과 약물치료만으로 개선될 수 있다.

치질 등 항문질환을 예방하려면 배변은 가급적 3분 이내로 마치고, 의자에 오래 앉아있는 사무직군이나 운전을 오래하는 사람은 수시로 항문을 조여주는 케겔 운동을 해주는 게 좋다. 술·담배를 줄이고 하루에 8컵 이상 물을 마시는 것도 중요하다.


장준형 기자 zhenre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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