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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마동석 액션이 똑같다는 편견…'한방'에 날린다

[Hot People] <186>영화 '성난황소'로 본 마동석의 진심

입력 2018-11-20 07:00
신문게재 2018-11-2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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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성난황소’ 스틸컷(사진제공=쇼박스)

 

역시나 부수고 때리고 구한다. 22일 개봉하는 영화 ‘성난황소’의 마동석은 말 그대로 한 마리의 화난 짐승(?)을 보는 느낌이다. 순박하게 살아왔지만 주변은 사기꾼 천지고 아내는 납치된다.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사건 해결의 기미는 없다. 결국 잠재워왔던 본능을 깨운 한 남자의 폭주는 스크린 가득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인터뷰 장소에 그는 귀여운 곰돌이 티셔츠를 입고 등장해 특유의 반전매력을 뿜어냈다. 강한 외모 뒤에 감춰진 부드러운 감성, 지적이고 예의바른 인품까지. 바야흐로 마동석의 시대다.

 

 

◇“다작배우라 생각하지 않아요. 그 작품들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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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성난황소’의 마동석.(사진제공=쇼박스)

올해 개봉작만 무려 5편. 지난 2013년 9편에 비하면 그나마 적은 편이다. 하지만 그동안 마동석의 위치는 변했다. 그간 다작배우로 소비되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자신만의 특기를 살리려는 모양새다. 게다가 ‘성난황소’는 ‘범죄도시’ 이후 처음으로 선택한 영화라는 점에서 출발점이 다르다. 


충무로에서 사람 좋기로 유명한 그가 ‘의리’로 출연한 작품은 한두편이 아니다. ‘성난황소’는 그가 배우로서 욕심낸 영화다. 실제로 ‘성난황소’는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5점 만점에 4.2점을 받았다.



마동석은 손사래를 치지만 그것마저도 “타고난 겸손”이라고 그를 겪은 영화인들은 입을 모은다. 10대를 미국에서 보낸 그는 동양인의 차별도 받아봤다. 이를 극복하고 할리우드 스타들을 조련하는 트레이너로 20대를 보냈다. 그가 출연작 ‘챔피온’을 애정하는 이유는 캐릭터 속에 자신의 과거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의 흥행은 아쉬웠지만 잭팟은 해외에서 터졌다. 대만과 아시아권에서 마동석의 인기는 그야말로 하늘을 찌르며 한류의 인기를 재점화하는 역할을 했다.

그는 “영화 ‘신과함께’ 아시아 프로모션을 갔는데 그때 실감했다. 모인 인파를 보고도 깜짝 놀랐지만 인터뷰 룸에 모인 취재진 400명이 모두 나랑 사진을 찍는다고 줄을 서 있더라. (웃음) 해외에선 이미 팔씨름 선수가 국민 영웅이다. 다른 걸 떠나 팔씨름이 스포츠로 인정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한국에 조성된 것이 가장 뿌듯하다”면서 “나에게 들어오는 시나리오의 90%가 액션이다. ‘굿바이 싱글’이나 ‘챔피온’은 10편 중 한두편이 될까 말까라 애정이 큰 작품”이라고 말했다.


◇“마동석이 말하는 마동석? 영화와 운동 말고는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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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성난황소’의 마동석은 배우가 된 후 최저 몸무게인 93kg이라며 “더 빠지면 몸이 아프다”고 고백했다. (사진제공=쇼박스)

 

‘성난황소’로 만났지만 그와의 대화는 여러 분야를 넘나들었다. 재능 있는 제작자와 감독들이 뭉친 콘텐츠그룹 팀고릴라의 대표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트레이너 출신답게 액션 배우로 정점을 찍고 싶은 속내, 좋은 사람들과 영화의 8할을 차지하는 기획을 꾸리고 싶은 욕심 등이 그의 일상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영화를 빼고는 제 삶은 없어요. 술을 잘 안 마시기 때문에 즐거움이라고는 매일 운동하고 시나리오 보는 게 다예요. 재태크? 그건 은행에서 물어봐야 하는건가요?(웃음) 연애나 여행, 개인적인 삶 모두가 작품과 맞닿아있죠. 다행히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고 능력있는 그들과 관객들에게 마동석다운 연기를 더 나이들기 전에 보여주는 게 제 꿈이에요. 저는 지금의 제가 좋아요. 배우가 되기 위해 한국에 왔을 때를 기억해요. 그때에 비해 얼마나 용 된 건데요. 정말 행복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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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성난황소’에서 후배들에게 ‘판’을 깔아주는 마동석. (사진제공=쇼박스)

 

그런 의미에서 ‘성난황소’의 동철은 꽤 마동석스러운 인물이다. 과거 어떤 일을 했는지 드러나지는 않지만 아내에게 꽉 잡혀 살고 귀가 얇은 편이다. 하지만 주변을 원망하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꾸려나간다. 홍보는 마동석으로 밀고 있지만 이 영화의 복병은 김민재와 박지환의 포복절도 코미디다. 영화가 개봉된 후에는 그들의 존재감이 분명 마동석의 아우라와 비견될 만하다. 이는 선배인 마동석의 의도이기도 했다.

“저는 아내를 구하러 가야 하는 힘든 상황인데 대사가 많거나 행동이 과하면 도리어 누가 될 거라 생각했어요. 후배들에게 ‘너희가 이 영화를 살려야 한다’고 하긴 했는데 정말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어요. 전 ‘성난황소’에서 직구만 던졌다면 이 친구들이 나머질 다 해 준거나 다름없어요. 아주 자랑스럽습니다.”


◇ “액션은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정적인 연기는 아껴두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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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성난황소’ 스틸컷(사진제공=쇼박스)

마동석은 자신의 인생을 여러 번 마라톤에 비유했다. 뛰는 동안 오르막길도 있고 물을 마시는 구간 그리고 체력을 비축하며 달리는 것까지 다양한 영화 시스템을 경험한 노련함이 묻어났다. ‘성난황소’는 개봉까지 5년이 걸렸고 ‘챔피온’은 무려 10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오락영화일수록 다수의 관객들 취향에 더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그의 영화 속 액션은 사실적이고 거침없다.


“애니메이션 기법을 붙이고 CG를 하면 같은 액션이라도 느낌이 전혀 달라요. 최종적으로 제가 보여주고 싶은 영화의 목표기도 하고요. ‘범죄도시’는 손바닥 하나로 제압하는 느낌이라면 ‘성난황소’는 그야말로 ‘한방’을 살리려고 했달까요. 뭔가 합이 짜여진 무술보다 진짜 싸울 것 같은 주먹의 느낌이 충만한 영화예요. 대역이요? 제 무릎 연골이 반 정도 닳아서 뛰어 계단을 내려가는 장면 말고는 모두 제가 했죠. 실제로는 걸어 내려가는데 한 시간은 걸려요. 하하”

스스로 겹치는 장르에 대한 경계를 하는가 싶다가도 이제 곧 나이 쉰을 향해간다고 눙치던 그는 “물론 정적인 연기를 하고는 싶다. 하지만 액션이야 말로 때가 있는 거라 그 정점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라고 욕심을 드러냈다. 그런 의미에서 차기작 ‘악인들’과 ‘나쁜 녀석들: 더 무비(가제)’는 꽤 영리한 선택이다. 착한 캐릭터라곤 찾아 볼 수 없는 영화와 이미 드라마로 히트친 작품의 영화화는 스스로에게 숙제이자 복습의 여정이다. 결국 안주와 변주 사이에서 마동석의 필모그래피는 점점 풍성해질 것이다.

“연기는 잡힐 듯하면서도 안 잡혀서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평생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죽을 때 까지.”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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