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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편의점 근접출점 제한 ‘자율규약’ 너무 믿지 마라

입력 2018-12-03 15:15
신문게재 2018-12-04 23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3일 편의점 과밀경쟁 완화 방안을 내놓았다. ‘사후약방문’ 성격은 있다. 시장 포화, 즉 편의점이 순수가맹점과 위탁가맹점을 막론하고 우후죽순으로 생겨 경영 여건이 최악으로 치닫고 난 다음의 대책이기 때문이다. 자율규약이라는 이름의 근접출점 자제 노력과 폐점 위약금 부담 감면으로 위기를 버텨낼지 의문이 앞선다. ‘편의점 옆 편의점’, ‘한 집 건너 편의점’ 현상은 그리 간단히 보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편의점 과밀 해소의 본질은 따로 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의 한국 편의점 인구 1300명당 1개 꼴, 일본 편의점 2100명당 편의점 1개꼴 비교는 평면적이고 도식적이다. 다른 편의점과의 출혈 경쟁이나 근접 출점 제한도 중요하긴 하지만 4배나 격차가 벌어진 매출액 기준을 중시해야 한다. 일본은 가맹점 수수료율이 사실 우리와 엄청난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고 계약 조건 또한 까다롭다. 결정적인 차이는 과다한 숫자보다 가맹점 최저수입보장제란 든든한 안전장치에 있다.

반면에 우리의 경쟁 실태는 무분별의 극치다. ‘방어출점’의 폐해로 타사 점포와 자사 점포 가맹점이 마치 서로 총질해대는 형국이다. 영세한 가맹점주들끼리 서바이벌 게임을 벌인다. 가맹점 매출이 줄어도 본사는 35% 내외의 로열티를 가져가면 딱히 손해 볼 일이 없다. 자율규약과 관련, 편의점 점주들이 경영난을 호소하고 편의점산업협회가 받는 형식이 된 것에서도 이를 짐작할 수 있다. 가맹본부 지원 시스템 등 긍정적인 환경 조성에 공정거래위원회와 각 부처가 더 지혜를 짜야 한다. 편의점주 최저수익보장 확대가 빠진다면 반쪽짜리 대책으로 끝날 것이다.

출점은 어렵고 희망폐업이 쉬운 것만이 대책의 전부가 아님을 당정은 알아야 한다. 거리제한 폐지 등의 과오를 이전 정부로 떠넘겨서도 안 된다. 최저임금을 인상해 ‘을과 을’ 싸움을 촉발한 것, 그리고 최저임금을 줄 정도에도 미달한 사업모델의 허술함을 봐야 한다. 편의점 업계 확장 규제의 어려움은 실직과 취업난 가중에 따른 소자본 창업의 방편이라는 현실에도 있다. 신음을 넘어 절규하면서 문을 못 닫는 것이 편의점 업계의 실상이다. 당정은 14년 만에 부활한 자율규약 승인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믿은 나머지 손을 털지 않아야 한다. 최저수익 보장을 위해 수익(마진)율 조정 등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에 더 집중할 때다. 원인에서 해법 찾기를 하지 못한 자율규약안은 쓸모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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