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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도 넘은 '빚투 폭로' 그만

입력 2018-12-06 15:25   수정 2018-12-06 15:27
신문게재 2018-12-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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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난데없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성추행을 폭로하는 미투를 본뜬 ‘빚투’(#빚Too·나도 떼였다)가 연일 요란하다. 연예인의 부모, 가족에 대한 채무 문제가 연예인 당사자에게로 번지는 현상이다. 래퍼 마이크로닷의 부모 사건이 알려진 이후 가수 비, 마동석, 이영자, 차예련, 소녀시대 멤버 티파니 등이 빚투 의혹에 휘말리면서 연예계를 휩쓸고 있다. 일부 연예인들은 빚투로 인해 연예활동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중단해야 하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이제는 연예인이 되려면 자신의 부모나 4촌 8촌 혈족의 채권채무 관계부터 미리 파악하고 상환계획도 대비해야 하는 세상이 오는 것인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마이크로닷 부모의 사건 소문은 사실 꽤 충격적이었다. 20년 전 충북 제천에서 목장을 운영한 마이크로닷 부모가 친척과 이웃 등에게 갑자기 거액을 빌려 뉴질랜드로 도주했고 그래서 한 마을이 쑥대밭이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마이크로닷 측은 처음에는 강력 부인했지만 몇몇 피해자들의 증언과 경찰 관련 서류가 미디어에 잇달아 공개되면서 더 이상 눈가리고 아웅할 수 없게 됐다. 뒤늦게 사과를 하면서 마이크로닷은 원만한 해결을 약속했지만 이미 싸늘해진 대중 반응을 뒤돌리기에는 늦었다. 심지어, 경찰은 사기죄의 공소시효가 남았다기 때문에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마이크로닷 부모에 대한 적색수배까지 요청했다. 래퍼 도끼도 ‘빚투’ 논란에 휘말렸다. 그는 해명과정에서 “억울한 부분이 있으면 우리는 집에 있을 테니까 오시라. 1000만원은 내 한 달 밥값 정도”라는 경솔한 말을 내뱉는 바람에 여전히 전전긍긍하고 있다. 가수 비는 떡가게 채무 때문에 고인이 된 어머니까지 세간 풍문에 오르내렸고 견미리는 남편의 주가조작 사건 때문에 청와대 민원에 연예계 퇴출 요청까지 등장했다.



빚투 논란에 휩싸인 연예인들마다 각자 대응하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연예인은 이미지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직업이고 대중들로부터 워낙 관심을 받다보니까 ‘빚투’ 논란은 연예활동에 치명적이다. 처음에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뉴스거리였지만 이제는 부모의 죄를 자식에게 묻는 ‘연좌제’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물론 대중으로부터 받은 애정 덕분에 사회적, 경제적인 혜택을 누리는 연예인들의 도의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자녀가 보증인이 아닌 이상 부모의 빚을 자녀가 갚아야 할 법적인 책임은 없다.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에도 한정승인이나 포기 등 법적절차를 통해 민사상 채무는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다. 남아있는 것은 도덕적인 측면에서 연예인 당사자가 끌어안고 가야 하는 윤리적 책임이다. 채권자 측은 연예인 가족의 채무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해 연예인 당사자를 압박해 조속히 채무를 변제받으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하지만 개인 사이의 채무 문제는 공적인 관계가 아닌 사사로운 일이므로 법질서를 뛰어넘는 추심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미투와 달리 빚투는 공공의 이익을 찾아보기 어렵다. 심지어 빚투 발설자에 대한 명예훼손죄가 적용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업무방해죄도 가능하다. 연예인 개개인의 법적 대응도 중요하지만 청와대 민원게시판을 포함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적인 내용에 대한 악의적 폭로를 사전에 막는 제도적인 장치가 근본적으로 필요하다.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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