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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뮤지컬 ‘루드윅’ ‘마리 퀴리’의 김소향…마리에서 마리로 “우리 모두는 예술가“

‘인터뷰’ ‘스모크’ 등의 추정화 작·연출과 허수현 작곡가의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마리 김소향
루드윅 김주호·정의욱·이주광, 청년 김현진·박준휘·강찬, 마리 김소향·김려원·김지유 출연, 강수영 피아니스트 역으로 본격 연기 도전
임강희, 박영수, 조풍래, 김히어라 등과 호흡 맞출 ‘마리 퀴리’, 브로드웨이 '웨이트리스' 하고파

입력 2018-12-08 18:00

[브릿지포토] 뮤지컬배우  김소향 인터뷰18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에 이어 ‘마리 퀴리’에 서도 마리로 분할 김소향(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마리라는 이름이 유럽에서 굉장히 흔한 이름이라고 해요.”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2018년 1월 27일까지 JTN아트홀 1관, 이하 루드윅)와 ‘마리 퀴리’(12월 22~2019년 1월 6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김소향이 연기하는 중이거나 연기할 캐릭터의 이름은 공교롭게도 ‘마리’다.

뮤지컬 ‘보이첵’ ‘더 라스트 키스’에서도 그는 ‘마리’였다. “마리랑 인연이 많다”는 우스갯소리에 김소향은 이렇게 말했다. 그리곤 배우 김소향, ‘루드윅’의 건축가 마리, ‘마리 퀴리’의 과학자 마리의 연관 키워드로 ‘예술가’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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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리 퀴리’의 김소향(사진제공=라이브)

“예술가란 정말 시대와 장르를 모두 통합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직업을 가진 사람인 것 같아요. 미술이 있어서 음악이 있고 음악이 있어서 문학이 있고 문학이 있어서 사람들의 삶이 있고 과학이 발전하고…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것에 열정적으로 영감을 주는 존재가 예술가이고 그래서 위대하다고 생각해요.” 

 

예술가도, 과학자도, 건축가도 모두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전한 김소향은 “그래서 작가, 화가, 음악가 등 예술가들에게 무한한 존경을 가지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저희 배우들은 행운아들이라고 생각해요. 그 대단한 결과물을 몸으로 보여주고 박수를 받으니까요. 물론 그걸 보여주기 위해 엄청난 숙제를 해야하지만요. 모든 장르에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처음 시초가 예술가라고 생각해요. 저를 포함해 모두가 예술가가 되면 좋겠어요.”


◇“김소향이 표현하는 ‘극도의 우울함’을 기대하세요!” 뮤지컬 ‘마리 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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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에서 마리로 출연 중인 김소향(사진제공=과수원뮤지컬컴퍼니)

“두 ‘마리’는 전혀 달라요. ‘루드윅’은 처음부터 함께 만들어 갔고 ‘마리 퀴리’의 마리는 30분짜리 쇼케이스를 1시간 40분으로 만드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요즘 두 ‘마리’를 하면서 작가로 등단할 기세예요.”


‘악성’이자 천재 음악가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의 인간적인 면모에 집중하는 추정화 작·연출과 허수현 작곡가·김병진 안무가 콤비작 ‘루드윅’의 마리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베토벤(김주호·정의욱·이주광)과 청년 루드윅(강찬·김현진·문준휘)에게 삶의 의미를 각인시키고 희망을 불어넣는 인물이다.

반면 ‘마리 퀴리’의 마리(김소향·임강희)는 김소향의 설명을 빌자면 “굉장히 심각하고 우울한 삶을 살았던 여자”다.

 

그의 말대로 프랑스의 물리학자이자 화학자인 마리 퀴리는 남편 피에르(박영수)와 함께 방사능 연구로 최초의 방사성 원소 폴로늄과 라듐을 발견하며 노벨물리학상(1903)과 노벨화학상(1911)을 수상했다.

“저의 천성이랑은 전혀 다른 인물이긴 해요. 하지만 저 역시 엄청 힘들 때가 있었기 때문에 정확하게 뭔지 알 것 같아요. 그래서 그걸 표현할 제가 너무 기대돼요. 마리 퀴리는 정말 존경스러운 여자예요. 노벨상을 두개나 받은 위대한 과학자라고 하니 좋은 환경에서 잘 자란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질 못했어요. 내 한몸을 온전히 바쳤지만 부귀영화를 한번도 못누리고 죽은, 너무 불쌍한 여자예요.” 

 

러시아령이던 폴란드 출생, 여성으로서 할 수 있는 게 없던 시절의 파리 유학, 실험 과정, 급작스러운 남편 피에르의 죽음, 백혈병으로 쇠약해지는 신체 등 그 과정에는 수많은 어둠과 굴곡들이 함께 했다.

“무대 위에서 웃는 장면이 단 한번도 없을 것 같아요. 20년 가까이 무대에 서면서 그런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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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리 퀴리’(사진제공=라이브)

 

밝고 긍정적인가 하면 사랑스러운 여성을 주로 연기했던 김소향은 “저도 (마리 퀴리와 같은) 그런 면이 많았다”며 “몸이 아파 배우를 못할지도 모를 상황을 맞았던 적도 있고 미국 유학 중 브로드웨이 뮤지컬 오디션에서 수십번을 떨어지면서 절망하던 시기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힘들었던 때를 겪고 지금이 너무 감사해 밝기도 하고 제 안에 밝음이 있다고 믿기도 해요. 하지만 힘든 걸 이겨내기 위해 일부러 밝은 면도 없지 않아요. 저희 대표님이 늘 말씀하세요. ‘바깥은 웃고 있는데 속은 시커멓다’고. 저에게도 그런 우울한 면이 진짜 많아서 저의 ‘마리 퀴리’가 저도 엄청 기대가 돼요.”


◇두 ‘마리’의 열정과 집착 그리고 희생 “하루 하루 뭔가를 이뤄내는 일상”
 

[브릿지포토] 뮤지컬배우  김소향 인터뷰6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에 이어 ‘마리 퀴리’에 서도 마리로 분할 김소향(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극 성향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 ‘스모크’를 할 때도 엄청 힘들었어요. 매일 예술가란 무엇인가 생각이 많아져서 너무 괴로웠지만 주옥같은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살 수 있었죠.”

번갈아 마리 퀴리를 연기하는 배우 임강희와 “연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이 여자가 존경스러워서 마음이 답답하다”고 푸념을 하면서도 김소향은 두 ‘마리’를 통해 ‘열정’과 ‘집착’이라는 단어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루드윅’의 열정이 집착이라면 ‘마리 퀴리’는 나를 희생하는 열정이랄까요. 나를 태워 이뤄내는 과학정신, 저는 감히 상상도 해볼 수 없는 열정이죠. 하지만 저희도 예술가예요. 미미하게나마, 마리 퀴리가 원소를 발견하고 이뤄낸 것처럼 저희도 하루하루 뭔가를 해내고 있다고 믿어요.“

그리곤 “진짜 저는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 하루하루를 불태우고 있어서 죽어도 괜찮아요”라며 밝게도 웃는다. 그리곤 희생과 열정에 대해 “본능적인 것”이라고 정의했다.

“열정을 갖지 않은 사람도 많지만 저는 엄청 많아요. 열정은 개개인의 본능 같아요. 그리고 희생은 그 열정의 크기에 따른 산물 같아요. 무언가를 감수하면서까지 열정을 불태울 것인가, 어느 정도 맞추고 살 것인가의 차이 같아요. 둘 다 옳고 그르지도, 비난받아야하는 것도 아니예요. 개개인의 선택일 뿐이죠.”


◇김소향이 따랐던 추정화 연출, 김소향을 따르는 김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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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정화 연출의 '스모크'에서 홍을 연기 중인 김소향(사진제공=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언니(추정화 연출)가 만날 저한테 ‘에너지 넘치는 우리 소향이’라며 예뻐해 주셨어요. 언니는 뜨거운 여자예요. 그리고 뜨거운 배우를 좋아하죠.”

김소향은 추정화 연출과 2003년 공연됐던 뮤지컬 ‘페임’에서 처음 만나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 오고 있다. 당시 배우로 세리나 캣츠를 연기했던 추정화 연출은 카르멘 디아지로 분한 스물한살의 김소향에게 늘 “에너지 넘치는 우리 소향이”라고 불렀다.

“처음 ‘스모크’를 할 때도 저에게 함께 하자고 해주셨는데 제가 미국에 있을 때라 하지 못했어요. 그러다 올해 ‘네가 꼭 해주면 좋겠어’라는 (추정화) 언니의 말에 합류했죠. 언니가 저의 홍을 너무 좋아해주셨어요.”

이상의 시를 바탕으로 한 ‘스모크’에서 김소향이 연기한 홍은 시를 쓰는 초, 그림을 그리는 해와 더불어 ‘김해경’이라는 시인을 완성시키는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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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에서 같은 마리를 연기 중인 김려원(사진제공=과수원뮤지컬컴퍼니)
“예쁜 척한다거나 연약해서 싫다는 평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사실 연약하지 않아요. 연약해보이지만 강한 면모가 있는데, 저란 사람이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추구하는 걸 절대 포기 하지 않아요. 설득될 때까지 조근 조근 얘기하고 또 얘기하죠. 큰소리로 주장하는 게 아니라 조용조용하게 끝까지 관철시키는 것, 그게 힘이고 저의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김소향이 추정화 연출을 언니처럼 따랐듯 ‘루드윅’에서 같은 마리를 연기하는 김려원은 김소향을 ‘너무 닮고 싶은 멘토’라고 밝힌 바 있다.

“(김)려원이를 볼 때마다 감동이에요. 2011년 ‘보이첵’할 때 처음 만났는데 제 커버(특정 역할을 맡은 배우가 공연할 수 없을 때 대신 연기하는 사람)였고 앙상블이었어요. 려원이는 대사도 없었는데 제가 만날 ‘너는 나중에 잘 될 사람이니까 언니 잊으면 안돼’라고 얘기했어요. 보고 있으면 빛이 났거든요.”

그리고 7년 후 뮤지컬 ‘루드윅’에서 같은 마리를 연기하는 배우로 성장한 김려원을 만났다. 김소향은 그에 대해 “너무 잘하는 배우가 돼 있었다”고 감격해 했다.

“연습하면서 려원이가 노래를 부르면 그냥 감동인 거예요. 저도 앙상블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그때(2011년)는 어릴적 저를 보는 것 같았는데 몇 년이 흘러 같은 역할을 하니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이에요. 려원이가 앞에서 뭘 하면 그냥 울컥해요.”

‘김려원’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울컥거리던 김소향은 “앙상블이 주연배우로 가는 게 진짜 어렵다. 제가 앙상블을 할 때만 해도 적더라도 기회가 좀 있었는데 요즘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며 “그래서 후배들에게 미안하다”고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믿어요. 될 사람은 어떻게든 된다고. 려원이 역시 지금보다 더 빛을 발할 거라고 늘 생각하고 있어요.”


◇한국배우들의 힘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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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에 이어 ‘마리 퀴리’에 서도 마리로 분할 김소향(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한국 배우들이 가슴 안에 품고 표현하는 감성이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것 같아요. 미국 관계자들도 알고 있고 인정해요. 깊은 감정, 한(恨) 등은 정말 최고죠.”

그리곤 한 배역에 3명을 넘어 5~7명까지 캐스팅되는 현실에 두세 작품에 동시 출연해야 하는 한국 배우들의 고충을 언급하며 “그럼에도 그걸 해내는 사람들이 한국 배우들”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만의 시스템이 있고 배우들도 너무 잘하지만 좀더 오랜 기간 준비하고 개발하는 과정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너무 후다닥 준비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제대로 준비도 안된 제작사들이 오디션을 통해 배우들을, 열정이나 인맥으로 스태프들을 채용하고는 페이도 주지 않고 얼레벌레 사라지는 문화는 없어져야 해요.”

이어 “21세기에 일어난다는 게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한 김소향은 “뮤지컬로만 보면 우리나라가 멋진 건 사실이다. 어디 하나도 꿀리지 않는다”면서도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를 당부하기도 했다.

“우리 배우들이 지금도 너무 잘하고 있지만 계속 공부하면 좋겠어요. 무대 활동을 시작하면 배우는 걸 멈추는 것 같아요. 아직도 탭을 배우시고 노래 레슨을 받으시는 남경주 선생님을 보면서 진짜 감동받았어요. 저를 포함한 우리 후배들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브릿지포토] 뮤지컬배우  김소향 인터뷰3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에 이어 ‘마리 퀴리’에 서도 마리로 분할 김소향(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꼭 하고 싶은 브로드웨이의 ‘웨이트리스’…“감성 자극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브로드웨이에는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이거나 눈에 띄는 극들이 활발하게 공연되고 있어요. ‘위키드’(Wicked)부터 ‘웨이트리스’(Waitress), ‘크레이트 커맷’(The Great Comet!!) 등 진짜 많아요. 한국도 이제 곧 그렇게 점점 되지 않을까요? ‘마리 퀴리’도 오고 얼마 전에 끝난 ‘베르나르다 알바’도 그렇고.”

그리곤 “여자 극만 만들자, 남자 극은 없어져라가 아니라 고루고루 하면 좋겠다라는 의미”라며 브로드웨이의 ‘웨이트리스’를 꼭 해보고 싶은 작품으로 꼽았다.

 

‘웨이트리스’는 ‘그래비티’(Gravity), ‘러브송’(Love Song) 등으로 유명한 싱어송라이터이자 피아니스트 사라 바렐리스(Sara Beth Bareilles)의 곡들로 넘버를 꾸린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레스토랑에서 파이를 굽는 제나와 친구들의 홀로서기 성장담이다.

“(제니)는 남자한테 만날 돈을 뜯기고 예기치 않은 임신을 하는 등 비참한 생활을 이어가면서도 그 남자를 놓지 못하는 여자예요. 여자들과의 우정, 멋진 남자와의 새로운 사랑, 아이를 낳으면서 느끼는 모성 등으로 행복해지는 이야기로 눈물과 웃음이 다 있는 작품이죠. 관객들에게 일상에서 제약받는 감정들을 공연장에라도 와서 해소시켜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마음을 건드려서 울 수도 웃을 수도 있게 감성 자극하는 그런 배우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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